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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홍수가 통계적으로 섬뜩한 이유

조회수 2020. 8. 20. 15: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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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전국에 침수 피해가 막대합니다. 올 여름은 장마전선이 한 달 넘게 중부와 남부를 머물면서 큰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중국과 일본에도 기록적 폭우가 내려 큰 피해를 봤는데요. 올해 동아시아를 잠기게 한 집중호우는 근본적으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출처: AdobeStock
홍수피해가 컸죠.
역대 최악의 장마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의 1.5~2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장마가 시작됐던 6월, 강릉에서는 한 시간 만에 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총 강수량이 210mm를 넘긴 날이 있었는데요. 이는 109년 기상 관측 사상 일 강수량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여름철 집중호우의 경제적 피해분석'에 따르면 이번 2020년 장마는 역대 최장 장마로 기록됐으며 집중호우로 인한 재산 피해는 1조 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원이 행정안전부 자료를 토대로 파악한 최근 10년간 태풍과 호우에 따른 누적 피해액은 2019년 환산 가격 기준으로약 3조 1387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상이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역대급 장마가 지속되는 올해 여름, 7월 평균기온이 6월보다 낮았다는 기상청의 발표도 있었는데요. 이른 폭염으로 월 평균기온 역대 1위를 기록한 6월(22.8도)보다 7월의 평균기온(22.7도)이 0.1도 낮았습니다. 평년값은 7월 24.5도로 6월 21.2도보다 3.3도 높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기온이 7월보다 높은 경우는 전국 60개 관측소의 관측값으로 과학적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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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극단적 변화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데요. 책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 중 하나로 '대규모 홍수의 변화'를 대표적 예로 꼽습니다. 홍수의 평균과 표준 편차를 이용한 확률적 분석으로 대규모 홍수가 무엇을 뜻하는지 강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홍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홍수의 대비책을 세우는 엔지니어들은 '10년 홍수', '50년 홍수', '100년 홍수'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이는 10년, 50년, 1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규모의 홍수를 가리킵니다. 대규모 홍수는 드물게 일어나고, 대비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이 비용이 피해 예상액을 넘어설 수도 있는데요. 이러한 규모의 홍수를 '100년 홍수'라고 가정합니다

출처: AdobeStock
대비를 위한 비용이 예상되는 피해를 넘어서는 대규모 홍수.

이 모든 것은 홍수의 통계가 변하지 않는 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홍수의 평균 규모가 커진다면 어떨까요? 100년 홍수가 5년 홍수로 바뀌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평균을 중심으로 변동 폭이 커져서 표준 편차가 증가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표준 편차는 자료의 값이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값이기 때문이죠.


출처: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북라이프)
대규모 홍수에 대한 변화. 평균과 표준 편차가 증가하면 100년 홍수가 5년 홍수로 바뀔수도 있다.

위 그림을 보죠. 과거의 확률분포는 옅은 회색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위험한 규모의 홍수에 해당하는 부분은 음영으로 좁게 표시된 영역입니다. 그런데 분포가 변하면서 위험한 규모에 해당하는 면적이 넓어집니다. 과거에 100년에 한 번 일어났을 큰 홍수가 5년마다 발생하는 것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위험한 홍수가 과거보다 20배 더 자주 발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는 영국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가 계산한 확률이고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기후 변화로 인해 대규모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 생길 수 있다는 점, 그래서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던 홍수를 5년마다 겪을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가하천정비 예산은 올해 3415억원입니다. 2016년 3900억원에서 485억원 감소했습니다. 국가·지방하천정비 예산은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하천을 정비하고 유지보수하는 사업입니다. 범람 위험이 높은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을 대상으로 기존 보·제방·호안·펌프장 배출구 등 시설을 점검하고 호안·제방 공사 등을 진행합니다.

이에 비해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이 추산한 올 여름 홍수 피해 예상액은 1조원입니다. 따라서 올 여름 한국이 겪은 대규모 홍수가 한반도 평균 홍수 규모를 키웠는지 여부를 조금 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특히 해안 지역에서는 폭풍 해일과 해수면 상승이 더해져 대규모 홍수가 더 자주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현실적인 수학 모델에 따르면 전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방출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한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가 머지 않아 만성적 홍수에 시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AdobeStock
해안지역.. 폭우와 해일, 해수면 상승으로 지속적인 홍수 시달리나..

또한 한 세기에 한 번 꼴로 발생하는 수위의 홍수가 2년에 한 번씩 발생하고 100년 홍수가 6개월 홍수가 되어 경제가치가 1080억 달러에 달하는 주택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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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의 저자이자 영국의 수학자인 이언 스튜어트는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인간을 우화 속에 나오는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하는데요. 냄비의 물이 서서히 가열돼 끓고 있지만 우리는 느리게 상승하는 온도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채 냄비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날씨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가득하기 때문이죠. 이언 스튜어트는 이 책에서 불확실성은 신들의 변덕이 아니라 우리의 무지를 드러내는 표지이며 알려지지 않은 미지는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저자는 미래는 불확실하나 불확실성의 과학이야말로 미래의 과학이라고 말합니다.

##참고자료##

  • 이언 스튜어트,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 북라이프(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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