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날씨예보, 유럽과 달리 'ㅇㅇㅇ' 개입

조회수 2020. 8. 23. 14: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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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기상 망명족 등장

기상청은 올해 유례없이 더운 여름을 예보했습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기상청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것 같습니다. 급기야 국내 날씨 정보를 해외 사이트나 앱에서 검색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노르웨이 기상 앱 'Yr'과 체코 기상 앱 '윈디', 미국 앱 '아큐웨더' 등이 한국 기상청 대체재로 떠올랐습니다.


출처: AdobeStock
최악의 장마였습니다.

이렇게 한치 앞을 알기 힘든 상황에서 도대체 기상청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날씨를 예측하는 걸까요? 기상 전문 학자들은 수십년에 걸친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걸까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날씨와 기후의 차이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날씨와 기후의 차이는?

날씨와 기후의 차이는 '기간'입니다. 날씨는 대기의 단기 상태입니다. 기후는 장기 상태죠. 날씨는 보통 일주일 단위, 기후는 30년 단위로 끊습니다. 둘 다 그 기간 동안 대기 변화의 평균적인 상태를 가리킵니다.


날씨 변화는 대부분 대기권 가장 아래층인 대류권에서 일어납니다. 특정 지역의 대기는 기온, 습도, 강수량, 풍속과 풍향, 기압 때문에 바뀔 수 있습니다. 날씨는 이러한 요소들과 함께 시간과 장소에 따라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뉴스 속 기상 캐스터는 비, 눈, 구름, 바람 등의 요소를 고려한 단기적 날씨 상태를 전달합니다. 

출처: AdobeStock
날씨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반면 기후는 기상의 30년 '이동 평균(moving average)'이에요. 1923년 쾨펜은 라는 책에서 기후를 1차적으로 열대기후, 건조기후, 온대기후, 냉대기후, 한대기후로 구분했어요. 적도에서부터 나타나는 기후를 'A, B, C, D, E'로 명명했습니다. A부터 열대기후에요. 쾨펜은 먼저 강수량과 기온의 관계에 따라 습윤기후와 건조기후를 구분합니다. 기온과 강수량의 상호 관계에 따라 건조기후를 구분한 건데요. 일반적으로 강수량 250mm 이하 지역을 건조기후(B)라고 부릅니다.

출처: NOAA
기후는 장기간에 걸친 기상의 전형적인 패턴을 의미합니다.

습윤기후는 기온에 따라 다시 구분해요. 교육부 자료를 보면 열대기후(A)는 최한월 평균 기온 18℃ 이상, 온대기후(C)는 최한월 평균 기온 -3℃~18℃일 때입니다. 또 냉대기후(D)는 최한월 평균 기온 -3℃ 미만, 최난월 평균 기온 10℃ 이상, 한대기후(E)는 최난월 평균 기온 10℃ 미만일 때를 가리킵니다. 특정 날짜에 대한 30년 이동 평균 온도는 이전의 30년 동안의 모든 날의 온도를 더하고 날짜를 모두 합친 숫자로 나누어 계산합니다.


유럽과 달리 한국은 '예보관 해석' 개입
세상의 모든 불확실한 것들에 대한 해답

책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에 따르면 컴퓨터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장기 예보는 물리적 특성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컴퓨터가 산출한 모든 날씨 모델은 근사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관측 성능을 개선하는 일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일기 예보는 현재 상태에 대한 방정식을 풀어서 미래에 대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예측합니다. 그런데 대기의 현재 상태를 측정할 때 따르는 가장 작은 오차조차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해 예보를 쓸모 없게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빈번한데요. 지난 5월 기상청 예측에 따르면 6월∼7월 중순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으나 6월 하순부터 비가 내리는 날이 많고, 7월 하순∼8월은 태풍의 영향과 대기 불안정으로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월평균 강수량은 6월과 7월은 평년(6월 132.9∼185.9mm·7월 240.4∼295.9mm)과 비슷하거나 적고 8월은 평년(220.1∼322.5mm)과 비슷하겠다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올 여름 예상보다 더 큰 비가 내렸고 여러 지역이 홍수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렇게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운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결국 특정 시스템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때론 불과 며칠 후의 미래 조차) 시스템의 현재 상태에 대해 불가능할 정도로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특성을 '혼돈'이라 부른다 하더라고요. 단순한 방정식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인데요. 본래 기상 예보는 물리적인 원리에 기초해 대기의 상태에 대한 일련의 방정식을 유도하고 이들 방정식을 예보에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방정식에는 늘 답이 있죠. 이렇게 방정식에 기댄 예측을 하던 전문가들은 관측의 정확도와 현재의 데이터를 미래로 투사하는 수치 기법을 개선하면 정확한 장기 예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혼돈이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날씨 예측을 수치화하는 기상 예보 분야의 종사자들은 수치모델의 정보와 예보 불확실성 정보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앙상블 예측(Ensemble Prediction)'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이는 초기 조건, 물리 과정, 경계 조건 등이 다른 여러 개의 모델을 수행해 확률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텔레비전이나 웹 사이트에서는 가장 가능성 높은 예보 데이터만 제공되는데요, 흔히 ‘30% 강우 가능성’ 같은 확률적인 평가가 덧붙여 집니다. 

출처: 기상청
오늘 비가 올 확률은 몇 퍼센트?

앙상블 예측에서는 단순히 하나의 모델에 의존해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개 모델의 결과를 평균한 '앙상블 평균'값을 예측에 활용합니다. 확률적으로 미래를 예측한다고 할 수 있죠.


책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에 따르면 일단 관측 데이터 한 벌을 확보하면 10일 예보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데이터에 무작위로 작은 변화를 준 뒤에 다시 프로그램을 돌립니다. 이런 식으로 50번 반복합니다. 그러면 무작위로 변한 결과를 기초로 예측의 50가지 표본을 구할 수 있습니다. 즉, 예측되는 범위를 확보한 건데요. 그 뒤에는 비를 예측하는 예보가 몇 개나 되는지 세어 확률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서로 다른 유용한 모델이 여럿일 때는 다중 모델 예보라는 새로운 확률적 기법을 쓸 수 있는데요. 단일 모델로 모의 실험을 여러 번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모델을 사용하는 겁니다. 오늘날에는 한두 시간 동안 50건 이상의 예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고 컴퓨터도 더 빨라져야 합니다. 다중 모델 기법은 더욱 뛰어난 컴퓨터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여튼 이런 방식으로 '혼돈'을 극복하려는 게 현행 예보의 방향성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편, 각 나라 예보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격인 '수치 예보 모델'은 서로 다른 예측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현재 한국의 모델은 세계 6위 수준인데, 유럽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국 기상청도 1위 모델을 안 보는 건 아니어서 이 순위 자체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닙니다. 다만 유럽은 컴퓨터가 계산한 수치를 그대로 예보에 반영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예보관의 판단이 개입합니다. 이에 한국 기상산업협회에서는 예보관의 숫자를 늘려달라고 하소연합니다.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에 예측 작업에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기후 예보는 이렇게 한다

미국 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관측소에서 매년 수천 곳의 기상 상태를 측정합니다. 어떤 관측은 매시간 행해지기도 하고 어떤 건 하루에 한 번 이뤄집니다. 이게 쌓이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기후에 관한 장기적인 이동 평균 변화를 정량화할 수 있습니다.  

출처: NOAA
1986년~2015년까지 표면온도 변화.

날씨의 패턴을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태양인데요. 태양 에너지의 출력 변화, 우주 공간으로 반사되는 열량의 변화, 대기 중에 남은 열량의 변화 등이 날씨의 패턴을 바꿉니다. 그리고 날씨의 체계적인 변화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기후가 바뀔 수 있죠. 날씨가 아무리 극적으로 변하더라도 기후로 인정되려면 30년 평균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뿐만이 아니라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 가스 배출 같은 요소들도 기후에 영향을 주는 요소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산화탄소 수준은 40만년 간 이 선을 넘은적이 없다.

영국 수학자이자 대중과학 저술가 이언 스튜어트는 "원론적으로 기후 모델을 회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스튜어트에 따르면 1년에 걸친 여분의 열에너지는 에너지 소득과 에너지 비용의 차이입니다. 소득이 지출을 초과한다면 지구가 더워지고 그 반대면 서늘해지겠죠? 저축도 고려해야 합니다. 일시적으로 어딘가에 저장된 열 말이죠. 저축은 지출의 한 형태이지만 기후에 있어 소득으로 인식한다면 우리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출처: NASA
지구 에너지 수지(Earth’s energy budget)

기후 모델은 기후시스템을 수학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컴퓨터 코드로 입력돼 실행합니다. 수학 모델은 태양, 지구, 대기, 대양 사이에서 열이 어떻게 흐르는지 방정식으로 보여줍니다. 방정식을 푸는 건 컴퓨터의 역할이죠.

기후 모델 예측에 따르면 화석연료 연소와 같은 인간이 만들어낸 과도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인간 활동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지구 전체의 온도를 높여왔다고 예측합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금까지 관측 결과는 1880년 이래로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은 0.85도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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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 예측 기술이 이전보다 발달했지만 예측이 빗나가게끔 만드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유일하게 확실한 점은 합리적인 확률로 계산해내는 근거들이라는 게 저자의 입장인데요. 불확실성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면면을 책을 통해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 이언 스튜어트,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 북라이프(2020) 
  •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Weather and Climate?, NOAA 
  •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Weather and Climate?,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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