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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처럼 늘어나는 배터리

조회수 2020. 6. 11. 15: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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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지난 2018년 <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고무처럼 '늘어나는 배터리(stretchable battery)'를 완성할 기술이 개발됐는데요. 당시,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들어가는 '분리막'을 늘어나게 만든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출처: UNIST
늘어나는 배터리용 분리막.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박수진-최남순 교수팀은 '늘어나는 배터리'에 적합한 '늘어나는 분리막'을 개발했습니다. 분리막은 양극, 음극, 전해질과 더불어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입니다. 양극과 음극 사이를 분리함으로써 단락 현상을 막고, 이온의 이동통로를 제공하죠.


기존 '늘어나는 배터리' 연구는 전극 물질이나 배터리 시스템 변형에 초점을 두고 진행됐습니다. 이때 분리막은 주로 '겔(gel) 고분자 전해질'이나 '부직포 형태'를 썼는데,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비쌌죠. 이에 박수진-최남순 교수팀은 간단하고 값싼 방법을 이용해 분리막 자체를 늘어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출처: UNIST
연신성 분리막 제조와 연신성 수계 리튬이온전지로 적용.

연구진은 '스티렌-부타디엔-스티렌 고무(Styrene-Butadiene-Styrene rubber, SBS 고무)'를 재료로 써서 늘어나는 성질, 즉 연신성(延伸性)을 확보했습니다. 또 이 물질을 용매에 녹였다가 다른 용매에 담가 상(相)을 분리시키는 '상전이(相轉移) 방법'을 써서 균일한 구멍을 많이 형성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늘어나는 분리막'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정상 작동했을 뿐 아니라 2배 이상 늘려도 분리막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합니다.


출처: UNIST
분리막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장면.

SBS 고무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어떤 용매에서는 잘 녹고, 어떤 용매에서는 잘 녹지 않습니다. 만약 SBS 고무를 잘 녹이는 용매 속에서 다른 용매가 섞이면, 증발시킬 때 다공성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SBS 고무를 잘 녹이지 못하는 용매가 사이사이에 끼어들어 구멍이 만들어지는 거죠.


출처: UNIST
다공성 분리막의 다양한 기공 구조 조절과 물성 조절.

제1저자인 신명수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고무 재료가 다양한 용매와 상호작용하면서 여러 가지 다공성 구조를 만들게 된다"며 "그 결과 배터리용 분리막에 적절한 다공성 구조를 가지면서 고무처럼 잘 늘어나는 연신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1저자인 송우진 UNIST 박사는 "상전이 방법은 다양한 고분자에 적용 가능한데, 늘어나는 배터리용 분리막 제조에는 처음 시도됐다"며 "재료와 용매, 상전이 조건 등을 조정하면 원하는 특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늘어나는 분리막'을 현재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유기 전해질 기반 리튬이온배터리'에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정상일 때는 물론 2배 이상 늘어난 상태에서도 분리막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죠. 또 폭발 위험성이 없는 차세대 이차전지인 '수계 전해질 기반 리튬이온배터리'에 적용하자 배터리 성능 자체를 높였습니다.


출처: UNIST
늘어나는 분리막을 개발한 UNIST 연구진.

최남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유기 전해질 기반 리튬이온배터리뿐 아니라 수계 전해질 기반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분리막이라는 걸 입증했다"이라며 "겔 고분자 전해질을 주로 사용해왔던 배터리 시스템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연구 전반을 주도한 박수진 교수는 "이번 성과는 상전이 방법으로 늘어나는 배터리의 분리막을 개발하고 적용한 최초의 사례"라며 "배터리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웨어러블(wearable) 기기 분야에 적용 가능한 '다공성 막' 제작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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