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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따뜻해지면 '수면 회로'가 바뀐다

조회수 2020. 6. 3. 16: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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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AdobeStock
여름철, 잠 못이루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잠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너무 밝거나 습한 환경, 시끄러운 공간, 영양이 부족한 몸 상태 등의 조건이라면 같은 사람이라도 수면의 양과 질이 달라집니다. '기온'도 수면에 영향을 주는데 최근 둘의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UNIST 생명과학부의 임정훈 교수팀은 초파리 모델을 활용해 '기온에 따라 수면 패턴이 변하는 원리'를 밝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 Gamma-Amino Butyric Acid)'를 사용해 신호를 주고받는 수면조절 신경세포들 간의 ‘연접 부위(시냅스)’가 기온이 높아지면 사라지며 수면 패턴이 달라졌습니다. 해당 연구는 <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됐습니다.

  • 가바(GABA; Gamma-AminoButyric Acid)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물질 중 하나로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입니다. 가바를 전달받은 세포는 일반적으로 그 기능이 억제됩니다.


무더운 여름밤, 왜 잠못이룰까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사람들은 낮 동안 나른하고 밤에는 잠을 못 이루는 '열대야 수면 패턴'을 보입니다. 초파리도 이와 비슷하게 무더운 환경에서 낮 동안 적게 활동하고 밤에는 잠에 잘 들지 못합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의 신경생리학적 원리를 찾고자 형질전환 초파리를 무더운 여름과 흡사한 환경에서 배양하며 수면 패턴을 관찰했습니다.

출처: UNIST
기온 변화에 의한 '가바(GABA) 생성 신경세포'과 '수면촉진 신경세포(dFSB)' 간의 시냅스 가소성

참고로 형질전환 초파리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나타나거나 새로운 외래 유전자를 도입함에 따라 일반적인 초파리와 다른 특성을 보이는 초파리를 뜻하는데요. 이번 실험에서는 칼륨 이온(K⁺)의 통로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셰이커(Shake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수면 행동에 이상을 보이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뇌 속에서 칼륨 이온(K⁺)이 지나는 통로를 만드는데 만약 이 단백질이 결핍되면 신경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해 수면을 억제합니다. 따라서 다른 초파리에 비해 적게 자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같은 종류의 초파리라도 무더운 환경에서 배양하자 수면 억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출처: UNIST
기온 변화에 따른 수면행동이 ‘수면촉진 신경세포(dFSB)’의 ‘가바 수용체(Rdl)’를 통해 조절되는 현상 규명.

연구팀은 이 현상이 '수면촉진 신경세포다발(dFSB; dorsal Fan-Shaped Body neuron)'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 사이의 연결고리가 사라져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셰이커 유전자 돌연변이는 가바 신호전달 과정을 과도하게 활성화해 수면을 억제합니다. 그런데 기온이 높아지면 가바(GABA)를 생산하는 신경세포와 수면을 촉진하는 신경세포(dFSB) 사이의 시냅스가 사라집니다. 가바를 전달해서 수면을 억제하기 어려워지므로 더 잘 자게 되는 겁니다. 

수면촉진 신경세포, 기온 변화에 따라 달라져

또 살아있는 초파리 뇌의 칼슘 이온(Ca²⁺) 이미징 기법을 이용해 '수면촉진 신경세포(dFSB)를 조절하는 신호가 기온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도 규명했습니다. 낮은 기온(21℃)에서 가바가, 높은 기온(29℃)에서는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수면촉진 신경세포(dFSB)의 활성을 제어하는 게 관찰된 겁니다.

출처: UNIST
기온 변화에 따른 억제성 가바 시냅스 형성을 통해 수면 패턴을 조절하는 신경유전학적 기전 모델.

연구에 참여한 김지형 UNIST 생명과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가바 신호전달 시냅스가 사라지는 높은 온도에서는 수면촉진 신경세포다발(dFSB)의 도파민 반응성이 활발해진다"며 "이 현상은 기온 변화에 따른 가바 신호전달체계의 가소성이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작용에도 관여한다는 걸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가소성이란 신경가소성이라고 하며, 뇌의 신경경로나 그 활성이 외부의 자극, 경험, 학습 등에 의해 구조 기능적으로 변화하고 재조직되는 현상입니다.


출처: UNIST
임정훈 교수

임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온'이라는 환경요인이 수면촉진 신경세포(dSFB)의 가소성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끄는지, 또 어떻게 수면이라는 복합적인 행동으로 구현되는지 신경유전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라며 "춘곤증이나 여름철 열대야 현상 등으로 인한 수면패턴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로 인한 수면장애를 해소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참고자료##

  • Kim, Ji-hyung, et al. "The voltage-gated potassium channel Shaker promotes sleep via thermosensitive GABA transmission." Communications Biology 3.1 (2020):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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