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화산 연구하는 이유

조회수 2020. 5. 3. 06: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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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남극에서 연구를 하던 장보고과학기지 과학자들은 어느 날 이상한 냄새를 감지합니다. 화산가스 냄새였는데요.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활화산, '멜버른 화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출처: 극지연구소
장보고과학기지와 멜버른 화산.

멜버른 화산은 성층화산으로 마지막 분출은 약 1892년(±30년)에 분화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큰 분출은 10,000년 전에 일어났다고 하는데요. 지난 2015년 국내 연구진은 1980년대 이탈리아 연구진이 화산가스를 관측한 이후 25년만에 처음 가스 분출을 관측했다고 합니다.


<이웃집과학자> 지난해 11월부터 약 한 달 간 남극의 멜버른 화산을 찾아 화산가스를 채취해 온 화산가스 전문가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화산학∙휘발성성분연구실 이현우 교수입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화산학∙휘발성성분연구실 이현우 교수.

화산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화산학은 이름은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종합 학문입니다. 활화산 관측에서 시작해서 예전에 분화했던 흔적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분화된 암석 연구도 아우르는 학문이죠. 화산학 연구는 지구물리, 원격탐사, 지구화학, 측지학 등을 모두 활용합니다. 이 밖에도 암석학, 동위원소 지구화학, 인공위성 지구화학, 지진학 모두가 필요한 학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진계를 설치해 저속도층1)을 측정하면 마그마 방이 몇 개가 있는지, 어느 정도 깊이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화산에서 기원한 지진 연구도 할 수 있죠. 화산의 변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측지학과 원격탐사가 이용됩니다. 또 저처럼 화산가스 성분을 이용하면 활화산 분화를 예측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죠.

국내에는 활화산이 별로 없는데 화산을 전공한 이유는?

한반도에는 백두산, 한라산, 제주도, 울릉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제주도에는 고려시대에 분화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울릉도 역시 신생대 4기에 분화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한반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백두산인데요. 국내 연구진이 직접 연구할 수 있는 활화산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옆에 있는 멜버른 화산입니다. 현재 멜버른 화산은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연구 중입니다.


남극에서 화산 연구 위한 샘플 채취는 주로 어디에서 이뤄지는지?

멜버른 화산은 성층화산으로 해발고도가 2,732m이고 최근 200년 전 분화한 바 있습니다. 멜버른 화산은 장보고 기지에서 헬기를 타야만 갈 수 있습니다. 가는 길에 크레바스(Crevasse)가 많아서 인데요. 날씨가 맑을 때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분화구가 최소 3개 정도 보입니다.

분화구 주변에 눈이 쌓이지 않고 붉게 보이는 곳이 있는데요. 거기서 화산 가스가 나오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붉게 보이는 이유는 화산가스에서 배출되는 수증기의 영향으로 열수변질²이 일어나 붉은 색 토양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출처: 이현우 교수
화산가스가 얼어 붙어 만들어진 얼음기둥(ice tower).

그런데 멜버른 화산과 남극 화산들의 특징은 화산가스가 배출되다가 차가운 대기 온도에 의해 빠르게 얼면서 얼음기둥(ice tower)이 만들어 진다는 건데요. 화산가스 99%가 수증기로 이뤄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얼음기둥(ice tower)에 입구가 생겨 동굴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얼음동굴(ice cave)이라고 하죠.

출처: 이현우 교수
화산 가스 채쥐 중.

이렇게 화산가스의 수증기가 얼면서 만들어진 얼음기둥(ice tower) 안에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화산가스들이 체류하고 있는데요. 측정기를 챔버에 꽂아 화산가스를 측정합니다.

화산가스 샘플 채취 어떻게 하는지?

화산가스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기체 상태의 시료를 수집해야 하는데요. 주로 화산가스의 특징은 수증기를 제외하고 주 성분이 이산화탄소(CO₂), 아황산가스(SO₂) 황화수소(H2S)입니다. 이 기체 성분들은 흡입 시 인체에 해로우며 실험기구를 부식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건조한 가스를 흘려 기겐바흐(Giggenbach) 병이라 불리는 유리병 안에 포집합니다.

기겐바흐(Giggenbach)병에 화산가스를 담는다.

용기 안에 수산화나트륨(sodium hydroxide, NaOH) 4mol 고염기 용액을 반 정도 채우고 진공 펌프로 빼면, 진공 잡혔을 때 수산화나트륨이 ‘딱’하고 소리를 냅니다. 물론, 포화(saturation)가 되면 소리가 나진 않습니다(이웃집과학자 에디터가 직접 흔들어본 결과 실제로 청아하게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 병은 독일 출신으로 뉴질랜드에서 활동했던 화산학자, 베르너 기겐바흐(Werner Giggenbach)가 디자인한 병입니다. 화산 가스를 연구하는 전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산가스에서는 헬륨 가스를 채취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헬륨 원자는 유리를 투과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구리관을 이용합니다. 가스를 한 동안 흘린 상태로 두었다가 양 끝을 막아 밀봉한 뒤 헬륨동위원소 분석을 진행합니다. 

멜버른 화산에서 온 부석(pumice).

이 암석은 부석(pumice)입니다. 멜버른 화산이 분화되면서 용암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파편화(fragmentation)돼 만들어졌습니다. 화산이 분화되면 화도에서 용암이 올라오다가 압력이 낮아지면서 마치 콜라에서 김이 빠지면서 급격히 냉각됩니다. 그리고 화산분화를 통해 분출되면서 화산체 주위에 쌓이게 됩니다. 

이 암석에서는 휘석, 장석, 감람석 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광물 안에는 포유물(inclusion)이 있고 포유물 안엔 물과 이산화탄소가 존재합니다. 이 같은 포유물의 농도를 구하게 되면 분화 당시 시점에서 화산의 마그마방 수증기압을 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역으로 분화 규모를 구할 수 있습니다.

또, 포유물 안에는 헬륨이 있는데, 헬륨 동위원소를 통해 마그마의 기원을 밝힐 수 있습니다. 가령, 마그마가 상부맨틀에서 온건지, 하부 맨틀에서 왔는지 아니면 더 얕은 지각 성분이 많이 포함됐는지 알아낼 수 있는거죠.  

얼음기둥(ice tower)이 흥미로운데요.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출처: 이현우 교수
얼음기둥(ice tower)의 크기는 성인보다 더 크다.

얼음기둥(ice tower)의 크기는 성인보다 더 큽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분화구에서 화산가스가 나오는 곳에 얼음이 생기며 타워가 생기는데, 지면과 얼음 사이에 공백이 생깁니다. 그래서 마치 온실처럼 그 사이의 온도는 매우 뜨겁습니다. 밖은 영하 30℃인데 이곳의 표면 온도는 약 47℃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곳에서는 이끼가 자랍니다. 그래서 이곳은 남극특별보호구역(ASPA: Antarctic Specially Protected Area)⁴입니다. 남극 조약 및 국내 법령에 따라 이곳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하죠.

출처: 이현우 교수
이끼가 자라는 모습.

그래서 이곳에서 나오는 가스 연구도 흥미롭습니다. 화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주로 맨틀(마그마) 기원인데요. 이 환경에서는 이끼와 같은 생물체가 있어 유기체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도 포함돼 있을 테니 말이죠. 일반적으로 마그마 기원의 이산화탄소는 무겁고 유기물 기원의 이산화탄소는 가볍습니다.

남극 화산의 분화구에 생물체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데요. 이끼 외에 다른 생물도 있나요?

아마도 토양 안에 미생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발견되는 생물체들은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종이라고 하는데요. 생각보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남극 에피소드가 있다면?

출처: 이현우 교수
얼음동굴에서 하늘을 바라봅니다.

멜버른 화산을 탐사에서 얼음동굴(ice cave)입구를 찾아 냈을 때 입니다. 추위를 피하려고 좁은 입구를 통해 들어갔는데 그 안에 길이는 최소 수백미터까지 연결돼 있는 듯 보였습니다. 분화구를 통째로 얼음이 덮고 있는 형태니까 말이죠. 국내에서는 우리가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화산 가스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화산가스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마그마의 기원을 알 수 있고, 화산의 폭발 규모를 알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화산의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데요. 가령, 멜버른 화산에서 이산화탄소 플럭스를 측정해 이 화산의 어느 지역에서 이산화탄소가 활발히 나오는지 특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화산이 활동하게 됐을 때 어느 지역이 위험한지 보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화산은 한 번만 연구하면 안 됩니다. 이번 연구는 멜버른 화산연구의 스타팅 포인트(Starting Point)입니다. 분화구에 가까워 지면 화산가스 안에 마그마 기원의 성분을 지시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맨틀 기원의 헬륨이나 탄소, 황 등의 비율이 높아질 겁니다. 따라서 이러한 화산가스 변화를 최소 10년 간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또한 지구물리를 통해 지진이 증가했는지, 원격탐사를 통해 분화구 부근이 상승했는지 등을 파악해 복합적이고 다각도로 접근해야 화산 분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이 궁금합니다.

우리 연구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산 가스를 연구합니다. 국내외 활화산, 휴화산, 지열 관련 지역들의 화산가스 및 휘발성 성분의 지구화학 동위원소 연구를 통해 마그마 성분의 기원을 밝힙니다. 또한 화학성분변화와 시공간적 성분변화를 분석해 화산 및 지진재해를 모니터링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이현우 교수
화산가스 시료 채취하기.

단층에서 나오는 가스, 남극의 활화산 연구를 연구하는데요. 최근에는 중앙해령의 열수 플룸(hydrothermal plume)에서 관찰되는 헬륨, 이산화탄소 등의 동위원소비를 통해 해저 화산의 존재 유무를 밝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백두산 암석을 분석 중에 있고 제주도, 울릉도, 독도와 관련된 연구를 주로 진행중입니다. 또한 최근 분화된 철원이나 연천, 한탄강 현무암을 대상으로 마그마의 기원을 찾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미량원소나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연구가 많았는데요. 우리 연구실은 비활성기체와 안정동위원소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정보와 다른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나오는 마그마들이 맨틀플룸 기원인지 아니면 일본에서 들어오는 섭입대 영향인지, 혹은 다른 이유인지 명확한 답을 알기 위해서는 동위원소 연구가 필요합니다.

헬륨 동위원소는 상부맨틀기원인지 아니면 하부맨틀 기원인지 구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탄소와 질소 동위원소는 섭입대의 영향이 있는지 알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 국내에는 이러한 연구가 부족했습니다. 향후 이 분야의 학문적인 붐이 일어나 사람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이현우 교수
남극 멜버른 화산을 탐험 중인 연구원들

1) 암석권 아래 약 400km까지는 지진파의 전파속도가 느려지는 연약권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곳을 저속도층(low velocity zone)이라 하며 물질이 최대 10% 부분 용융 상태여서 맨틀대류가 일어나는 곳입니다.

2)열수변질작용은 기존 암석과 열수용액이 반응하여 암석이나 광물이 변질되는 것을 말합니다.

3) 마그마챔버는 다량의 마그마가 모여있는 지하의 공간을 말합니다. 화산 바로 아래에는 비교적 얕은 곳(2~10km)에 있다고 생각되나 그 크기, 심도, 형태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분명합니다.

4) 남극특별보호구역(ASPA: Antarctic Specially Protected Area)은 남극에서 환경적·과학적·역사적·자연적 가치가 높아 보호할 필요가 있거나 과학탐사의 실익이 있을 경우 지정하는 지역입니다. 환경보호에 대한 남극조약 의정서에 따라 특정국이 관리권을 가진 지역입니다.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협의당사국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지정되면 제안 국가가 제출한 관리계획서에 따라 남극조약 당사국은 자국민의 구역 출입을 심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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