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박쥐가 '매끈한 걸' 만나면?

조회수 2020. 4. 9. 18:48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By 이웃집과학자

유리 문으로 걸어 들어가다가 들이받아 본 적 있으신가요? 너무 깨끗하고 투명해서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인지하지 못하거나, 휴대폰을 보느라 앞을 보지 못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하죠. 

출처: vitamin-ha
아니?!?!??!!!????

박쥐에게 이런 충돌은 일상입니다. 세로 모양의 평평한 물체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의 그레이프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박쥐가 다니는 통로에 세로로 된 금속판을 놓고 실험을 했습니다. 21마리의 박쥐들 중 19개의 박쥐들이 금속판에 최소 1번 이상 날아들었는데, 이 금속판을 제외한 벽이나 다른 물건들은 다 피해갔다고 합니다.


3종류의 박쥐가 사는 동굴 밖에서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평평하고 맨들맨들한 표면 때문에 박쥐가 어두운 밤 초음파로 방향을 찾을 때 박쥐의 위치 감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라는 제목으로 2017년 9월 <사이언스>에 발표됐습니다.


출처: science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박쥐는 초음파를 방출하고 되돌아오는 소리로 주변의 장애물을 감지합니다. 이 방법을 반향정위(echolocation)라고 합니다. 음파탐지기와 같은 원리인데요. 동물 자신이 만들어 낸 소리와 이 소리의 반향(echo) 사이의 시간차 측정으로 위치를 알아내는 겁니다.

최형선 박사의 책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에 따르면 박쥐는 어둠 속에서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물체도 피할 수 있다고 합니다. 표면이 거칠면 박쥐가 보낸 초음파의 일부가 박쥐에게 돌아오죠. 그런데 매끈한 표면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박쥐는 그 공간이 뚫려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의심없이 직진, 그리고 쿵! 하고 부딪치게 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종종 건물 주변에서 다리나 턱이 부러진 박쥐들을 목격합니다. 매끈한 건물 표면 탓에 박쥐가 장애물이 없다고 생각하고 날다가 사고를 당한 겁니다. 다행히 이 실험에 참여한 박쥐 중 다친 박쥐는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창문이나 인공적으로 매끈하게 처리된 표면이 박쥐에게 생태학적 위협을 주는 지와 박쥐가 이러한 환경적 제약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계속 연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