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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 육지·해양 생물 모두 초토화

조회수 2020. 4. 5. 08: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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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공룡을 사라지게 한 너무나 유명한 소행성이 있죠. 6천 6백만년 전, 지구에는 소행성이 떨어졌습니다. 그 흔적은 북아메리카 남쪽과 남아메리카 북쪽 사이에 '칙술루브 푸에르토'란 이름의 크레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크레이터의 직경은 약 185km 정도 입니다. 깊이는 약 20km에 달한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떨어진 소행성 충돌과 거대한 화산 활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구상에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다고 하는데요. 공룡과 익룡이 멸종하고 심지어 여러 대멸종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암모나이트 조차 이 시기에 멸종했다고 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칙술루브 충돌구.

그런데 <PNAS>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 소행성 충돌이 공룡만 사라지게 만든 건 아니라고 합니다. 이 소행성 충돌은 해양을 극도로 산성화(acidification)시켰는데요. 물 속에 살고 있던 많은 해양 생명체를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연구는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이 당시 순식간에 해양을 산성화되도록 야기했다는 걸 보여주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해양 산성화, 5차 대멸종 촉발?

실제로 6천 6백만년 전 발생했던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 경계에서 발생했던 5차 대멸종은 대멸종 중에서도 진행 속도가 가장 빨랐습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화산 활동으로 인해 해양의 산도가 점진적으로 높아졌다는 가설을 제기했는데요. 이번 연구에 따르면 해양의 산도는 갑작스럽게 높아졌던 걸로 보입니다. 독일 헬름홀츠협회 지질학연구소(GFZ)의 지구화학자 Michael Henehan은 "6천 6백만년 전 환경 조건이 점진적인 악화됐다는 것에 대해 우리의 데이터는 반대로 말하고 있다"며 "충돌 사건이 일어나기 전 우리는 해양 산성화의 어떠한 증가도 감지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예일대학교( Yale University)의 지질학자 Pincelli Hull은 "우리가 관찰하는 해양 산성화는 해양 영역에서 대멸종을 일으키는 손쉬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로 인해 황이 풍부한 암석들이 폭발했고 이후 산성비가 내리며 해양의 pH를 떨었뜨리기 시작했을 거라고 수년 간 추측해왔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이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유공충 안에 답있다
출처: AdobeStock
유공충(foraminifera) 화석.

연구팀은 네덜란드의 Geulhemmerberg 동굴에서 유공충(foraminifera)이 남겨놓은 두꺼운 화석층으로부터 채취한 샘플을 연구했습니다. 작은 플랑크톤인 유공충은 자라면서 석회질 껍데기를 자라게 하는데요. 연구팀은 껍데기 안에 남겨진 pH 농도 지표(pH indicator)인 붕소의 동위원소를 조사했습니다.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 경계 시기의 대멸종을 야기한 해양 산성화 현상을 밝혀냈습니다.


출처: 유공충(foraminifera) 껍데기들~ 출처: AdobeStock
유공충(foraminifera) 껍데기들~
유공충(foraminifera)

유공충은 껍데기가 석회질(CaCO, 탄산칼슘)이나 규산질입니다. 껍데기의 작은 구멍으로 실 모양의 발을 내밀어 먹이를 먹는 원생동물입니다. 크기는 보통 1mm 이하이지만 110mm에 이르는 종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바다에 살며 대양의 바닥을 기어다니는 저서성 유공충 류와 플랑크톤 생활을 하며 바다에 떠다니는 부유성 유공충 류로 나뉩니다. 이 유공충들은 죽어서 가라앉습니다. 유공충 연니(퇴적물)을 형성합니다. 유공충 연니는 수심이 수 백m에서 5,000m에 이르는 열대, 아열대, 일부 온대 바다의 바닥을 덮고 있습니다. 유공충연니는 수심이 5,000m 보다 깊어지면 볼 수 없습니다. 이 깊이에서는 탄산칼슘이 녹기 때문입니다.

Michael Henehan은 "이 동굴에서는 소행성 충돌의 즉각적인 영향으로 쌓인 두꺼운 진흙 층이 있었는데, 이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며 "그곳에 한꺼번에 침전물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곳에서 분석할 수 있는 화석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고 당시 해양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GFZ German Research Centre for Geosciences/ Michael Henehan
네덜란드의 Geulhemmerberg 동굴에서 샘플 채취. 회색의 진흙이 많은 층
해양산성화로 모든 먹이사슬 파괴

해양의 산성화는 먹이사슬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슬 위에 있는 모든 생물체에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유공충 같은 유기체는 더 이상 살 수 없었고 이를 먹이로 삼아왔던 생명체들도 죽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해양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탄소 싱크(carbon sink)로서 역할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유공충은 탄산칼슘 성분의 껍데기를 만들기 위해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탄산 이온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바닷물 속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유공충 껍데기에 갇히게 됩니다. 

출처: AdobeStoc
지구구에 떨어지는 천체 이미지.

이 연구는 또한 소행성 충돌이 해양생물체를 거의 완전히 멸종시켰는지 아니면 일부 더 작은 플랑크톤 종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관한 오랜 질문에 대해서도 답을 해줍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는 아마도 둘 다 해당합니다. 즉, 대멸종이 시작될 당시 처음에는 50%까지 종이 손실된 이후 과도기적으로 회복 기간이 뒤따랐을 겁니다. 이는 해양 생물이 어떻게 다시 번창하기 시작했는지에 관한 몇 가지 새로운 단서가 될지 모릅니다. 이 과정은 수백만년에 걸쳐 발생한 과정입니다.


이 연구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지 않더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계속 증가한다면 해양의 산성도는 증가하게 됩니다. 연구진들에 따르면 석탄이나 석유, 가스 등의 연소는 6천 6백만년 전 보다 해양의 pH를 더 많이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해양 생물들의 회복 불가능한 피해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 Michael J. Henehan et al, “Rapid ocean acidification and protracted Earth system recovery followed the end-Cretaceous Chicxulub impact”, PNAS(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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