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이용해 "장 건강 특효약"

조회수 2020. 3. 24. 17: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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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KAIST
예쁜꼬마선충 현미경 사진.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강경수 박사팀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장 질환 개선 효능을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출처: pixabay
만성 장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선 뭘 먹어야 할까?

만성 장 질환을 치료하는 식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물질의 치료 효능과 잠재적 독성을 빠르게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후보물질 탐색, 전임상 효능 독성평가, 환자대상 임상시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이때 최종 임상시험 전, 사람을 대체하는 포유동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전임상실험'이 매우 중요한데요. 전임상실험은 효능평가와 독성 실험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쥐, 토끼, 개, 돼지와 같은 포유동물의 희생이 불가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포유동물 대신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벌레를 이용해 장 질환 개선효능을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포유동물의 희생이 필요없는 기술인 셈이죠.


출처: KIST
장 질환이 생긴 예쁜꼬마선충은 장관투과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체내 형광물질 축적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채소 유래 천연물질을 함께 먹인 경우, 체내 형광물질 축적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연구진은 장 질환 상태를 유발하기 위해 예쁜꼬마선충에게 장 건강을 나쁘게 하는 유해한 장내균을 먹인 후 장관투과도를 측정했습니다. 장관투과도는 초록색 형광물질을 벌레에게 먹인 뒤 형광물질이 벌레의 체내에 얼마나 축적되는지 관찰함으로써 측정이 가능합니다. 체내의 형광물질이 많이 축적될수록 장관투과도가 높음을 의미합니다. 유해한 미생물을 먹은 예쁜꼬마선충은 장관 투과도가 나빠지며 수명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예쁜꼬마선충에게 채소에서 유래한 천연물질인 '3,3'-다이인돌릴메탄'을 함께 먹일 경우 벌레의 장관투과도가 훨씬 감소했습니다.


즉,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천연물을 함께 먹인 다음 벌레의 장 건강이 얼마나 잘 회복됐는지 관찰해 장 질환 개선 효능을 평가한건데요. 이 평가기술을 이용해 연구진은 브로콜리, 케일, 배추 등의 채소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천연물 대사물질인 '3,3'-다이인돌릴메탄'이 장질환 개선에 효능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출처: fotolia
배추먹으면 3,3'-다이인돌릴메탄이 쏟아진다~

연구진은 향후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장 건강 평가법을 통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다양한 장내 미생물과 인체 질병, 건강과의 상관 관계를 연구하는 데 활용할 계획입니다. 또한 한반도 자생식물 유래의 천연물 신물질과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이용해 장 건강을 개선하고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건강기능 식품과 신약후보물질 등의 바이오소재 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에 더해, 이번 연구는 포유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해 동물연구 윤리를 지켜나가고, 꼭 필요한 포유동물 실험에 집중함으로써 연구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KIST 김경수 박사는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벌레는 사람과 비슷한 소화기관과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향후 다양한 장내 미생물과 인체질병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장 질환 개선용 식의약품의 개발과 같은 산업원천 기술로도 쓰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참고자료##

  • Kim, Joo Yeon, et al. "3, 3'-Diindolylmethane Improves Intestinal Permeability Dysfunction in Cultured Human Intestinal Cells and the Model Animal Caenorhabditis elegans"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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