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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냄새를 맡는다?

조회수 2020. 3. 14. 15: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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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pixabay
킁킁...이것은 거짓말을 하는 냄새다!

포유동물은 개체마다 특유의 감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는 인간보다 후각이 약 1,000배 이상 민감한데요. 이는 개의 후각세포와, 냄새를 구별하는 이온 채널의 숫자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들 후각세포를 인공적으로 반도체 소자와 같은 초소형 칩 위에 구현할 수 있다면 공항에서 개를 훈련해 폭발물이나 마약과 같은 금지약물의 검사에 동원하지 않고도 아주 정밀하고 손쉽게 검사할 수 있을텐데요.

출처: pixabay
반도체가 포유류처럼 냄새를 맡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 연구단 김태송 단장 연구팀은 국민대학교 화학과 유연규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반도체의 주된 재료인 실리콘 기판 위에 수만 개 이상의 3차원 인공세포막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세포막 표면에 이온 채널 단백질을 결합해 특정 조건을 감지하면 이온 채널이 열리고, 신호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인공세포막

지금까지 인공세포막은 시계보다 정확히 이루어지는 생명체의 생명 현상을 밝히거나,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특정 반응을 밝히기 위한 모델 실험,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사용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어왔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은 인공세포막을 이용해 세포가 갖는 물리화학 신호 센싱 기능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첫걸음은 인공 생체막 구조물을 원하는 위치에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이 중요한데요.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인공 세포(GUV)를 이용한 수준이었습니다. GUV(Giant Unilamellar Vesicle)란 이중막인 인공세포막으로 이루어진 구형(sphere) 형태의 구조물을 말하며 생체환경과 유사한 액체에 떠 있는 세포 모양을 갖습니다. 고체 기판 위에 고정된 인공세포막을 이용한 것이 아닌 셈이죠. 지금까지 실리콘 기판 위에 인공 생체막 제작은 지난 20여 년 동안 2차원적인 2D 평면형 구조물이 대부분입니다. 이들 2D 구조물은 재현성 있게 형성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넓은 표면적을 갖기도 어렵고 24시간 내외의 수명을 갖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의 해결이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발상을 뒤집다
출처: KIST
(상) 실리콘 기판에 형성된 직경 8㎛ 홀 어레이 평면 및 단면, (중) 개개의 실리콘 홀 위에 형성된 구형상의 인공세포막 구조물 콘포컬 현미경 사진. 위쪽 및 옆쪽에서 본 인공세포막, (하 우측) 인공 세포구조물 크기 분포 그래프.

연구팀은 은 기존 방법의 발상을 뒤집어 실리콘 기판에 수만 개의 직경 8㎛의 홀을 만들어 개개의 홀 위에 세포구조와 비슷한 평균 17㎛의 균일한 3D(3차원) 구조물을 극미세 유체 채널 내에서 제작했습니다. 연구팀은 극미세 채널 내부에 상부 판상 전극과 하부 실리콘 기판 사이에 전계(Electrical field)를 인가했고 세포막과 같은 단일 이중 막을 갖는 인공세포막 구조물 구현에 성공했습니다.


원래의 생체 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세포는 구형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 형태의 구조에서 아주 안정적인 모양을 유지하는데요. 연구팀은 대부분의 세포처럼 구형의 인공 세포 구조물을 기판 위에 제작함으로써 5일 이상 구조물의 안정성이 유지되는 결과를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 확인했습니다.


출처: pixabay
실리콘 기판 미세 홀(hole) 어레이 위에 형성된 구형의 3차원 인공 세포구조물 대면적 사진

또한 본 연구진은 인체 유래 세로토닌 채널 5HT3a(세로토닌 분자 인식 채널) 수용체를 인공적으로 제작 분리, 정제해 실리콘 미세 홀 위에 형성된 넓은 표면적의 3D 인공세포막에 다량 결합했습니다. 이 채널의 작동을 확인함으로써 실리콘 기판 위에 고정된 3D 인공세포막 구조체 들의 인공 세포 구조물로서의 활용 가능성 뿐 아니라 세포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를 응용하면 생명체만큼이나 민감하고 정확한 센서로 활용될 수 있음도 시사했습니다.

출처: KIST
김태송 박사.

KIST 김태송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은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명현상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연구 플랫폼으로서뿐 아니라, 반도체 기판 위에 고정된 3D 인공 세포 집합체에 실제 개 코의 후각세포와 기능을 그대로 적용해 마약이나 폭발물 같은 특정 물질을 인식하는 인공 개 코를 포함한 우수한 인공 오감 센싱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 Han, Won Bae, et al. "Enhancement of membrane protein reconstitution on 3D free-standing lipid bilayer array in a microfluidic channel."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2019): 11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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