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과학자

먼 미래를 직접 살아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때까지 오래오래오래오래 살거나, 혹은 냉동해 뒀다가 먼 미래에 '해동'하는 건데요.

2017년 6월 19일(월)에 방송된 XTM의 <밝히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미 냉동의 길을 택한 인간(시신)이 149구(2019년 현재 172구)가 있고, 예약자도 천 여명에 달한다죠. 미국 LA에 있는 알코어 생명연장 재단에서 실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어마어마합니다. 몸 전체를 냉동하는 데 무려 20만 달러, 한화로 2억2천만 원이 듭니다. 지금은 냉동 기술만 있고, 깨우는 기술은 없어서 미래에 깨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하는데 말이죠.

혹시 냉동인간이 되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망설이시는 분이 있나요? 알코어 재단에서 특별 할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바로 뇌만 냉동하는 거죠. 상당히 깎아준다고 합니다.

뇌만 냉동하면 10만 달러. 여전히 비싸지만 몸 전체를 냉동하는 것에 비하면 반값인지라 솔깃합니다. 뇌'만' 냉동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요?

패널로 출연한 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는 "사람이 자기라는 정체성을 갖게 해주는 건 뇌"라고 했는데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도대체 어떻게 뇌만 가지고 다시 산다는 걸까요?

사람을 머리와 몸으로 나눠 살아있는 것끼리 결합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듯 합니다. 뇌만 살아있는 전신 마비자의 머리와 몸만 살아 있고 뇌는 멈춘 뇌사자의 몸을 결합하는 거죠. 머리를 바꾼다고, 혹은 몸을 바꾼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리즈로 카나베로 머리 이식수술을 선언했습니다. 그 대상은 러시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입니다. 32살의 그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데요. 현재 전동 휠체어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2015년 5월에 자신의 머리를 기증자의 신체에 이식하겠다고 밝혔고, 여기에 카나베로 박사를 비롯한 하얼빈 의대 런 샤오핑 박사, 그리고 건국대 의생명연구원 김시윤 박사가 뜻을 모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원래는 2017년 12월에 수술이 진행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발레리 스피리도노프가 수술을 취소해 수술은 무산됐다고 합니다. 다만 나중에라도 이 수술이 성공한다면 뇌만 냉동했다가 미래에 결합해 깨어나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10월 30일 최초로 존엄사로 사망한 남성의 시신이 극저온 보존을 받았습니다. 해당 남성은 캘리포니아의 노먼 하디(Norman Hardy)라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디는 전이성 전립선암 말기를 앓았습니다. 암은 폐와 뼈로까지 전이된 상태였죠.

하디는 결국 존엄사로 사망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존엄사는 2016년에 합법화됐습니다.) 하디는 164번째로 냉동 보존을 받았습니다. 하디는 뇌만 보존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알코어는 하디의 시신을 냉동 보존하는데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알코어에 따르면 냉동 보존을 하기 적절한 시기는 당사자가 사망 신고를 받은 직후 몇 초 이내라고 합니다. 사망 이후 몸에 갑작스런 산소 결핍이 발생하면 세포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알코어는 하디가 사망했음을 며칠 후에야 통보 받았습니다.

2019년 5월 알코어에 따르면 하디의 시신의 냉동 보존 절차는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알코어는 하디의 뇌를 CT로 스캔했습니다. 연구진은 하디의 소뇌와 전두엽에 얼음이 형성됐음을 발견했는데요. 이는 하디의 뇌가 분해 및 손상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