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잔혹 수술' 5

조회수 2019. 11. 13. 0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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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사라져서 고마워

요즘은 과학, 의학 기술이 많이 발전해 다양한 도구와 방법으로 수술이 가능한데요. 과거의 수술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 중 일부는 ‘치료’라기보단 ‘고문’에 더 가까워 보이는 수술도 있습니다. 독특하고 불편한 과거의 수술 방법 다섯 가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노약자나 임신부, 19세 이하 청소년 등은 이쯤에서 다른 기사로 넘어가셔야 할 듯 해요.

1. 두부 절개술 (Trepanation)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냥 죽여줘…

두부 절개술이란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수술법입니다. 두부 절개술은 수술의 가장 오래된 형태라 할 수 있는데요. 이 방법을 신석기 시대부터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두부 절개술이 머리 안에 있는 악마를 색출하는 행위였다고 분석합니다. 놀랍게도 고대에 살던 사람의 두개골을 연구한 결과 두부 절개술을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수술 이후에도 수년 간 더 살았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오늘 날엔 머리 속 악마를 쫓아내기 위해 머리에 구멍을 뚫는 일은 찾아볼 수 없지만 머리에 구멍을 뚫는 수술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호주의 한 병원에서 ‘전자드릴’을 이용해 13세 소년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었는데요. 이 수술은 뇌로 통하는 혈관이 막혀서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국내외 대형 암센터에서도 악성 뇌종양 환자의 머리 일부를 절개해 뇌압을 높이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강력한 마취 상태에서 시행하기 때문에 수술 자체가 주는 고통은 과거 두부 절개술보단 덜하겠습니다. 과거엔 이를 악마의 소행이라 믿었을지도 모르겠네요.


2. 전두엽 절제술 (Lobotomy)

전두엽 절제술은 대뇌에 있는 전두엽백질을 잘라버리는 수술입니다. 과거 정신과 수술에서 사용됐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전두엽 절제술이 20세기에 널리 행해지던 수술 방법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수술은 1935년 포르투갈의 유전학자 앙토니우 에가스 모니즈(Antonio Egas Moniz) 박사가 발명했습니다. 1년 후 미국의 정신과 의사 Walter Freeman박사가 이 방법을 미국으로 가져왔습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수천 명의 환자들에게 수술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출처: Psychosurgery
이렇게 송곳을 눈 안에 넣ㅇ... 프리먼과 왓슨의 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니즈 박사는 전두엽 절제에 ‘루코톰’이라는 메스를 이용했지만 Freeman 박사는 얼음 깨는 송곳을 썼습니다. 이 송곳으로 안와를 뚫고 들어가 송곳으로 뒤적이며 수술했다고 하는데요. 굉장히 과학적이지 못한 방법이었습니다. 더 끔찍한 것은 환자들을 마취하지 않고 수술했다고 합니다.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들도 있었다고 하네요.


다행히도 정신의학 약물이 발전되면서 1960년대에 들어 이 수술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Freeman 박사는 1967년에 실시한 두 번의 전두엽 절제술을 끝으로 더 이상의 전두엽 절제술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그의 환자 중 한 명은 뇌출혈로 수술 3일 후에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끔찍하네요.

출처: Wikimedia Commons
수술에 앞서 X레이 사진을 살펴보는 Freeman 박사.
3. 절석술 (Lithotomy)

고대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등지의 기록에서 절석술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절석술은 방광 결석을 치료하는 수술입니다. 방광 결석은 일종의 '돌'인데요. 서울 아산병원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르면 방광 결석은 대부분 소변 안의 칼슘이 과도하게 포함될 때 만들어집니다. 소변이 정체되거나 지속적인 요로 감염이 있으면 결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죠. 

으..으허엉 안대!!!

환자가 등을 땅에 대고 누운 후 다리를 벌리고 칼로 회음부, 즉 생식기와 항문 사이의 살 부분을 베어버리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 다음 과정은 손가락이나 의학 도구를 항문 혹은 요도에 집어 넣어 결석된 돌을 제거합니다. 상상만 해도 아픈데요. 사망률도 50%에 이른다고 합니다.


절석술이 사라지기 시작한 건 19세기 무렵이었습니다. 절석술은 점점 인간적인 방법의 수술로 변해갔고, 20세기엔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한 음식을 섭취해가면서 방광 결석 발병률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4. 융비술 (Rhinoplasty)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매독이 발병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고 돌아온 선원들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성병은 여러 증상을 가져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콧등이 함몰하는 상태인 ‘안비’였습니다. 인하대 명예교수 황진명과 아시아과학한림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유향 전 인하대 공대 교수의 책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에 따르면 매독이 후기에 접어들면 피부의 발진이 단단해지고, 헐면서 분화구 같은 흔적을 남긴다고 합니다. 이게 심해지면 입천장이 없어지고 콧날이 뭉개져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당시 코의 외형이 변형되는 건 그 사람이 도덕적이지 못한 행위를 저질렀음을 드러내는 상징처럼 여겨졌죠. 사람들이 수술을 통해 안비를 숨기고 싶어했습니다.

출처: Tagliacozzi G
팔 아프겠다...

이탈리아의 외과의사였던 Gaspare Tagliacozzi는 코 외형의 변화를 숨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냈습니다. 그 방법은 환자의 팔에 있는 살을 떼어내 새로운 코를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팔에 있는 살을 바로 코로 붙이지는 못했고 팔에 붙어있는 상태로 새로운 코를 만들어야했습니다. 위 그림처럼 말이죠.

즉, 팔에 새로운 코가 달려있는 상태로 지내야 했습니다. 팔에서 새로운 코가 완전하게 만들어지려면 3주가 걸렸는데요. 완전하게 코가 만들어지면 팔에서 떼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오늘날의 매독은 항생제만으로도 쉽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5. 사혈 (Bloodletting)
출처: Wikimedia Commons
보기만 해도 손가락이 아파.

2,000년 전에는 피를 흘리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수술 과정 중 하나였습니다. 이 과정은 당시 의사들과 철학자들이 주장하던 인체의 구성 원리인 ‘사체액설’에 근거한 수술이었는데요. 

사체액설은 인간의 몸이 네 가지의 체액으로 가득 차 있고 모든 병은 네 체액들 중 하나라도 모자라거나 넘치면 발생한다는 내용입니다. 사체액은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을 말합니다. 당시 의사들은 모세혈관 혈액을 채취하기 위해 사용되는 의료기구인 란셋이나 의료용 칼을 이용해 정맥 혹은 동맥을 열어 며칠 동안 피를 흘리게 했습니다. 물론 피를 흘리게 한 이유는 혈액을 몸에서 배출함으로써 사체액의 균형을 맞추려한 것이었죠.

출처: Wikimedia Commons
사혈에 사용되었던 의료도구들.

사혈은 19세기까지 지속되었습니다. 1838년 영국 왕실의과협회의 Henry Clutterbuck 박사는 “사혈은 지혜로운 치료 방법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사혈도 현재는 금지돼 있습니다. 아주 오랜 역사를 간직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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