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욕 만드는 뇌 신경회로 발견

조회수 2019. 10. 20.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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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사람과 동물은 다양한 사물을 탐색하고 획득하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먹이나 유용한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요.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었던 '포켓몬 고' 같은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 아이템 획득에 몰입하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합니다. 인간에게 이러한 욕구는 경제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행동의 동기가 되죠.


물건에 대한 욕구는 본능이기 때문에 쉽게 조절할 수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잘못된 습관이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쓸모없는 물건을 집안에 모으고 버리지 못하는 수집 강박증이나 쇼핑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출처: EBS 프로그램 갈무리 '저장장애' '호더(Hoarder)'
저장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의 집 모형도.
출처: EBS 프로그램 갈무리 '저장장애' '호더(Hoarder)'
저장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의 집 모형도.

이 내용 조금 더 살펴볼게요.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실제 쓸모나 가치와 무관하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증상을 '저장장애(Hoarding disorder)'라고 합니다. 이 장애를 겪는 사람을 '호더(Hoarder)'라고 부른대요. 불안, 우울, 강박 및 치료에 전념하는 국제비영리단체 ADAA(Anxiety And Depression Association of America)의 자료를 참고하면 아래 문항이 저장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1. 물건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신문이나 잡지, 종이, 비닐봉지, 상자, 사진, 음식, 옷, 생활용품 등).

2. 물건을 버릴 때 심각한 불안을 경험한다.

3. 같은 물건끼리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

4. 내가 가진 물건에 압도당하거나 매우 당황스럽다.

5. 남이 내 물건을 만지면 의심스럽다.

6. 갖고 있는 물건을 다 썼는데 다음에 필요할까봐 두렵다.

7. 물건이 실수로 버려졌을까봐 쓰레기를 확인한다.

8. 먹거나, 자거나, 요리할 공간이 없다.

9.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10.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다.

11. 건강상 문제가 있다.


왜 그럴까, 국내 연구진 밝혀내
출처: KBS 프로그램 갈무리
보관하는 겁니다...

물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돼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기계공학과 이필승 교수 연구팀은 전시각중추(MPA, Medial preoptic area)라 불리는 뇌의 시상하부 중 일부가 먹이를 획득 및 소유하려는 본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전시각중추 신경을 활용해 동물의 행동과 습관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죠.

참고로 전시각중추는 체온조절이나 부모행동, 성 행동 등 다양한 생리적 현상과 본능행동을 조절하는 뇌 영역을 말합니다.


출처: KIST
전시각 중추 신경회로가 소유행동을 나타내는 모식도.

연구팀은 한 쥐에게는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하고 다른 쥐는 따로 물체를 주지 않은 뒤 뇌를 분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시각중추(MPA) 신경회로가 활성화됨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빛으로 신경을 자극하거나 억제하는 '광유전학'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빛으로 쥐의 MPA를 자극하자 물체 획득을 위해 실험체가 집착하는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MPA신경이 수도관주위 회색질(PAG)로 흥분성 신호를 보내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규명했는데요. 연구팀은 이것을 MPA-PAG 신경회로라고 이름 붙였죠.

김대수 교수는 "쥐가 먹이가 아닌 쓸데없는 물체에 반응하는 놀이행동의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MPA-PAG 회로를 자극했을 때 귀뚜라미 등의 먹잇감에 대한 사냥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물체를 갖고 노는 것이 먹이 등의 유용한 사물을 획득하는 행동과 동일한 신경회로를 통해 나타남을 의미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린 동물이 물체를 가지고 노는 행위가 사냥 등 생존에 유용한 기술을 획득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발견입니다.

출처: KIST
소유욕을 이용해 포유 동물 행동을 조절하는 MIDAS 시스템 모식도

연구팀은 MPA가 물건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낸 뒤 이를 조절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생쥐 머리 위에 물체를 장착해 눈앞에서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무선으로 조종했습니다. MPA-PAG 신경회로를 자극해 생쥐가 눈앞에 물체를 따라가도록 한 것입니다. 이것은 고등동물인 포유류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한 기술로 연구팀은 미다스(MIDAS)라고 명명했습니다.

이필승 KAIST 교수는 "미다스 기술은 동물의 탐색본능을 활용하여 동물 스스로 장애물을 극복하며 움직이는 일종의 자율주행 시스템입니다. 뇌-컴퓨터 접속 기술의 중요한 혁신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이러한 연구들이 많이 시도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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