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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수족관에 옮기는 방법?!

조회수 2019. 10. 5. 20: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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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고래를 살아있는 상태로 옮기기 위한 시도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습니다. 1554년 프랑스의 박물학자 롱드레(1507~1566)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별다른 장비 없이 산 채로 돌고래를 130마일, 즉 210km 정도 옮길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싱싱하게 돌고래를 팔고 싶었던 어부의 노력이었다고 해요.

한편, 전시를 목적으로 한 운송은 1861년이 최초입니다. 미국의 서커스왕 P.T. 바넘(1810-1891)은 세인트로런스 강에서 뉴욕까지 벨루가 여섯 마리를 해초가 가득한 상자에 넣어 보냈는데요. 딱 한 마리만 살아남아 바넘 아메리칸 뮤지엄에 전시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영화 '위대한 쇼맨'
위대한 쇼맨의 그 바넘 맞습니다.

바넘은 1877년 보다 긴 거리에 도전합니다. 캐나다 래브라도에서 잡은 벨루가 한 마리를 몬트리올까지 선박편으로 보내고, 다시 뉴욕까지 기차를 태워 보내는 14일에 걸친 장정이었는데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시 배에 태워 영국으로 보냈는데 도착한지 나흘만에 폐사하고 말았답니다.

1907년이 되어서야 인류는 상자에 해초 대신 물을 채워보는데요. 뉴욕 아쿠아리움은 이 상자로 큰돌고래를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었어요. 이로부터 5년 후 고래용 들것이 만들어지는데, 현대 운송법의 시초로 여겨집니다.

고래를 수족관으로 옮기는 구체적인 방법

고래는 엄청 커요. 육지에서의 중량을 당해낼 재간이 없을 정도죠. 그래서 물속에서 살게 됩니다. 부력의 도움을 받아 체중을 온 몸으로 분산시켜야만 정상적으로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운송할 때 역시 호흡이 관건입니다. 운송 상자에 물을 가득 채우자니 고래는 폐 호흡을 하는 동물이고, 물을 조금만 채우자니 호흡이 어렵고. 쉽지 않네요.

출처: Cardiovascular design in fin whales: high-stiffness arteries protect against adverse pressure gradients at depth
고래는 아가미가 없어요. 대신 폐가 있죠.

이뿐만 아닙니다. 물속에서는 공기에서보다 체온이 25배 빠르게 소진됩니다. 이에 고래는 진화 과정에서 피부에 두꺼운 지방층을 발달시켰는데요. 운송 상자 안에서 더위 먹진 않을까, 고민스러운 대목입니다.

출처: CRC handbook of marine mammal medicine
고래 운송 상자 모식도.

호흡과 체온 모두를 고려한 운송 상자는 위 그림처럼 고안됐습니다. 미국 샌디에고 씨월드에서 실제로도 사용 중인데요. 상자 안 들것, 눈에 띄지 않나요? 나일론이나 캔버스로 틀을 만들고, 고래가 닿는 부분은 부드러운 울이나 샤모아 가죽으로 덧대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찰과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죠.

몸은 가뿐하게!

고래를 옮기기 전 24시간은 먹이를 주지 않습니다. 운송 상자 안에서 배설할 소변이나 대변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죠. 그리고 혹시 멀미할지도 모르잖아요.

배고픈 고래를 들것에 올릴 차례인데요. 몸이나 지느러미의 어느 한 부분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큰 압력을 받은 조직은 괴사하기 때문이죠. 가슴 지느러미 뒤쪽, 즉 겨드랑이 부위가 특히 취약하다고 하네요.

출처: youtube 캡처
옳지 않은 고래 운반법입니다.

들것은 운송 상자 안으로 옮겨집니다. 이땐 크레인의 힘을 빌려요. 상자에 들것을 고정하고, 2/3에서 3/4 정도 몸이 잠길 만큼 민물을 넣어줍니다. 바닷물은 샐 경우 운송 장비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쓰지 않는다고 해요.

아차. 운송 상자의 뚜껑을 닫기 전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고래의 호흡 평가인데요. 불편해보이면 처음부터 다시해야 합니다. 자세를 고쳐잡아야 하죠.

출처: Seaworld image
고래를 운송 상자에 담는 자세. 아주 옳아요!

이렇게 많은 손을 거쳐서 고래는 수족관으로 옮겨집니다. 동물을 수족관이나 동물원에서 관람하는 것 자체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여러분이 앞으로 수족관에 갈 일이 생긴다면 고래에게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다'고 인사 부탁드려요. 진짜 고생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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