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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칸트, '외계 생명체'에도 일가견

조회수 2019. 9. 14. 13: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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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NASA

외계행성으로 여행을 떠나볼까요? 태양계 밖 행성이라서 '외계행성'이라 부릅니다. 철학자 칸트가 생존 당시 이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또한 별들의 이름은 어떻게 짓는 걸까요? 김민재 시니어필진과 함께 외계행성에 대한 심도 있는 탐험을 떠나보시죠. -편집자 주-

팔방미인 칸트!

'순수이성비판'을 쓴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1)의 박사학위 논문은 철학이 아니라 천문학 이론 분야를 다뤘습니다. 물론 칸트가 살던 시기만해도 철학과 천문학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없긴 했습니다. 우리 태양계의 생성에 관한 학설로, 흔히 요즘은 ‘성운설’이라고 불리는 이론입니다.

일찍이 뉴턴 역학의 광팬이었던 칸트는 철학과 함께 물리학, 수학을 공부하면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한 천문학자이기도 했습니다. 뉴턴은 우리의 태양계가 특별한 것이 아니며 우주의 모든 물체들은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이 붕괴되는 것을 본 칸트는 새로운 시대의 우주론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칸트의 초상화 (작자 미상)
“ 나는 어떤 꾸밈도 없이, 운동 법칙대로 잘 정돈된 세계가 생겨나는 것을 보면서 만족한다. 그것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우주와 아주 비슷해 보이므로, 나는 그것을 진실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

-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칸트가 제창한 후 라플라스가 전개한 ‘칸트-라플라스 성운설(2)’ 로 알려진 우주 발생 이론에 따르면 원시 태양계의 기원은 지름이 몇 광년이나 되는 거대한 원시 구름인 가스 성운입니다. 

천천히 자전하던 이 원시 구름은 점점 식어가고 중력에 의해 중심 쪽으로 낙하하는 현상이 일어나 수축이 이루어집니다. 이에 따라 회전이 빨라지고 마침내 그 중심부에 어린 태양이 탄생했습니다. 주변부에는 여러 행성들이 만들집니다. 또한 행성들이 자전하면서 떨어져나온 것들이 바로 위성(달) 및 미행성들입니다.  


원시 태양계 형성의 기본 틀을 만든 칸트는 태양 및 다른 별들에 대해서도 이전의 이론들과는 사뭇 다른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늘의 별들 역시 태양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 여겼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원리를 은하계까지 확대시켰습니다. 우리 태양계나 은하계가 특별하지 않다는 이 주장은 우주론(Cosmology)의 기본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는 또, 은하계가 거대한 렌즈 모양을 하고 있다고 예측했으며, 별들이 은하 적도 부근에 밀집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훗날 현대 과학의 성공적인 관측이 칸트의 이론을 완벽하게 뒷받침 해주었습니다.

칸트, 외계 생명체도 '일가견'

외계 생명체에 대한 칸트의 추론 역시 주목할 만 했습니다. 생명은 신의 창조 행위로 생겨 난 것이 아니라 천체들이 진화한 결과로 생겨났다고 여겼던 칸트는 19세기의 다른 진화론자들처럼 ‘생명체는 특정한 외적인 조건들과 연계되어 있다’라고 인식했습니다. 

칸트는 모든 행성들에 다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것을 굳이 부정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태양의 티끌에 불과할 정도로 황량하며, 생명체가 없는 지역들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모든 천체들이 미처 완전한 형태를 다 갖추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어떤 거대한 천체가 확실한 물질상태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만년의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한 칸트의 주장은 요컨대 외계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체 삽화가의 상상도 (Pinfield et al. 2014) 오른쪽에 그려진 행성이 WTS-2b입니다. 이 행성의 발견은 Birkby et al. 2014 에 보고되었습니다.

천문학계에서는 비록 칸트보다는 느렸지만 19세기경부터 외계 행성을 찾았다는 발표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의 검증 결과 모든 주장들은 기각됐죠. 그러던 1992년 펄서 PSR B1257+12 주위를 도는 암석 행성들의 존재가 최초로 검증·발표되었습니다. 이후 과학 기술의 놀라운 발전 덕분에 새로운 외계 행성들은 빠른 속도로 발견되었고 2014년 현재 1,800개가 넘는 외계 행성들이 정식으로 등록되었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1135개의 태양계에 서 1821개의 외계 행성이 발견되었고 이중 다중행성계도 467개나 됩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천문학 연구팀에 따르면 외계 지적문명의 수가 최소 361개, 최대 37,964개 정도에 이른다는 연구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들 중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것은 프록시마 b 입니다.


외계 행성이란?

국제천문연맹(IAU)이 제정한 행성의 정의는 우리 태양계 내에만 적용될 뿐 외계 행성들까지 고려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는 외계 행성의 정의를 보자면 이렇습니다. 첫째, 외계 태양이 태양과 비슷한 내부 구조를 지녔을 경우 행성의 질량은 대략 목성의 13배 정도 보다는 낮아야 하며(3), 두 번째로 항성 또는 항성의 잔해 주위를 돌아야 합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항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행성들 중에서는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free floating) 떠돌이 행성이 있습니다. 이런 천체들은 외계 행성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당연히 항성 주위에서 태어났겠지만(즉 '외계 행성'으로 부를 수 있었죠), 이후 어떠한 이유 때문에 항성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외계 행성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그들의 질량과 별을 돌고 있는 지의 여부입니다.

외계 행성 명명법

행성 명명법은 천체들의 이름을 짓고, 이들을 관리하는 기구인 국제천문연맹(IAU) 이 제정한 법칙을 따릅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속 어린왕자가 살던 ‘B612’는 이제 실존하는 소행성이라는 것을 아시나요?(4) 별의 명명법은 다소 복잡하지만 대체적으로 외계행성의 경우 항성의 이름 뒤에 항성과의 거리나 발견된 시간에 따른 영어 소문자를 표기하면 됩니다. 외계행성 ‘HD179821b’를 예로 들면 HD179821 항성의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 중 두 번째로 발견된 행성을 말합니다. 모든 별들이나 행성은 한 가지 이상의 이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출처: NASA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을 나타내는 도표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과 Habitability

외계 행성이 왜 중요한지는 인간의 목적을 파악하면 알 수 있습니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서 정착하는것은 인류의 오랜 꿈입니다. 

하지만 아무 행성에서나 살 순 없겠죠. 예를 들면 목성이나 토성 같은 가스형 행성에서 인간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온도도 너무 차갑습니다. 대기도 존재해야하며, 물도 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온도입니다. 태양으로부터 어느정도 적당한 거리에서 공전을 해야 생명체가 버틸 수 있는 온도가 되겠죠. 이 적당한 거리의 공간을 우리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 HZ) 이라고 부릅니다(그림 3에서 파란 부분). 


즉, 이 영역은 한 항성 주위에서 지구와 비슷한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는 행성의 공전 영역을 말합니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관여하는 가장 대표적인 변수로는 태양의 크기(온도 나 태양과의 거리)(5)가 있습니다. 그림4에서 태양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보다 글리제581의 거주 가능 영역이 훨씬 더 별로부터 가까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적색 왜성인 글리제581의 표면 온도가 훨씬 더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태양의 경우 우리 지구와 화성이 완벽하게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들어와 있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화성도 인간이 물과 대기문제만 해결한다면, 온도상으로는 충분히 정착할 수 있는 행성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명체 거주가능영역을 우리는 ‘Goldilocks Zone(6)’ 라고도 부르는데, 우리 태양계의 이 골디락스존(Goldilocks Zone)은 0.95 천문단위 에서 1.15 천문단위 범위입니다.


글리제 581 주위를 돌고 있는 글리제 581c는 이론상으로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이내에 자리잡고 있는 외계 행성입니다. 581c는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들 중, 액체 물이 존재 가능한 궤도를 돌고 있는 생명체 가능성을 가진 최초의 행성이었습니다. 

이후 추가 연구에 따르면 글리제 581c보다는, 바깥쪽을 돌고 있는 글리제 581d가 생명체의 삶에 더 적합한 온도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글리제 581g는 생명체 거주영역에 완벽히 들어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연구 결과 글리제 581g는 항성으로부터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으므로, 만약 이 행성 표면이 딱딱한 돌로 이루어져 있다면 액체 상태의 물이 표면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됩니다.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가 이 골디락스 행성을 찾는 케플러 계획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골디락스 존에 있다고 해서 생명체가 꼭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분광기를 통한 정밀한 대기관측으로 어떤 기체가 있는 지의 검사가 필요합니다. 온실 효과가 없다고 가정했을 시 우리 지구의 표면 온도는 평균 영하 18도정도 됩니다. 

따라서 지구와 마찬가지로 글리제 581d가 온실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면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정도의 온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온화한 온도 아래에 물이 있다면 더 없이 생명체가 살기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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