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생활백수' 히트 친 '개콘' 개그맨, 14년 만의 근황
파랑색 추리닝 차림에 태극마크. 늘상 전화기를 들고 "일구야, 안되겠니"를 외치던 남자. 개그맨 고혜성의 '현대생활백수' 코너는 강렬했습니다. 억지부리는 백수 형, 철 없는 천덕꾸러기로만 보였는데 사실은 장애의 아픔을 가진 남자였습니다. 가난과 고통을 이겨내고 개그맨의 꿈을 이뤘던 고혜성. 많은 구독자들께서 궁금해 하셨던 그 분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2008년도 까지 제가 '개그콘서트' 하고 개그맨 활동을 그만두고 책을 썼어요. '자신감 대통령' 이라는 책을 냈더니 사람들이 "이런 역경 있었어?" 그러면서 그때부터 강의를 한달에 20개~30개씩 했어요!
'많은 분들이 '현대생활백수'로 기억하실 거 같아요.'
코너에서 파트너 '일구'와 호흡을 맞췄는데 일구한테 무턱대고 전화하는 거예요. "일구야~너 나이가 어떻게 되니?~~" "형이 4살 더 많네~?" "말 놔도 되겠니~?" "안 되겠니~??" 아무튼 그 당시에는 "안 되겠니~?" 라는 유행어가 군부대, 초중고 아이들 등 안 따라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해요.'
아이나비에서 네비게이션이 처음으로 나왔는데, 음성 녹음을 해달라고 해서 "일구야~ 우회전 하면 안 되겠니?" "여기 톨게이트 비용 얼마니~~?" 등을 재밌게 녹음했어요. 또 TV 광고만 한 4개 찍고,오뚜기 3분 요리도 찍고,"SK텔레콤에 안되는게 어딨니~??"로 핸드폰 광고도 찍었어요ㅎㅎ
'개그맨 중 성대모사를 가장 많이 할 줄 안다고 들었어요!'
네 맞습니다ㅎ 제가 제일 많이 해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핵심이 있습니다. 다 안 똑같아요ㅋㅋㅋㅋ 최영락 선배님, 설경구 선배님, 안성기까지 할 줄 아는데 완전 똑같지는 않아요ㅋㅋㅋㅋ 그래서 개그맨 시험에 계속 떨어진 거예요ㅎㅎ
'개그맨이 되기 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제가 17살 때 너무 가난해서 고등학교 자퇴를 했어요. 17살 때부터 막노동 뛰고 신문배달 하고 퀵 서비스까지 했죠. 제가 25살에 간판제작업을 했거든요. 근데 3층에서 간판을 내리다가 사다리가 꺽여 가지고 떨어졌어요. 발 양쪽 뒤꿈치가 다 부셔져 영구장애 판정을 받고 못 걸었죠.
절름발이로 절뚝거리며 살던 사람인데 결국 이겨 냈어요. 제 스스로 재활을 해서 마침내 25살 때 개그맨 시험을 처음 봤어요. 개그맨 시험은 매년 한 번 있으니까 시험을 계속 보면서 막노동부터 모든 일을 했어요. 퀵서비스 부터 시작해서 힘든 건 다 해본거 같아요.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퀵서비스 할 때 가장 힘들었어요. 하루에 사고 날 확률이 10번이 넘어요. 어느 날은 오토바이인데 냉장고를 실으래요. 사장님한테 "이건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용달차를 부르셔야지!" 라고 말했죠. 근데 사장님이 "할 수 있다. 왜 실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냐" 라고 하셨고, 실제로 해보면서 제가 깨달음을 얻었어요. '아~~ 안 되는게 없구나' 일을 하면서 이거 보다 더 힘든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그맨을 끝까지 도전하게 됐어요!
'그러면 현대생활백수가 그냥 나온 코너가 아니네요.'
그냥 나온 게 아니에요ㅎ 제가 백수 시절이 길~었어요. 개그콘서트 출연하기 전까지 저는 산 밑에 살았어요. 월세가 없는 흉가에서.. 정말 하루하루 라면 먹으면서 추리닝 입고 개그맨 시험을 계속 봤어요. 그런데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계속 떨어지다가 결국은 32살에 붙었어요. 원래 시험 기준이 30세까지기 때문에 32살은 개그맨이 될 수 없는 나이에요. 그런데 기적같이 제가 새벽에 하는 프로그램 '개그사냥'에 나가 1등을 해서 개그콘서트에 스카우트 되었어요. 그것도 특채로요ㅎㅎ
'개그맨 강일구와 캐미가 특히 좋았어요.'
지금도 아주 감사하게 생각해요. 일구가 조연 역할을 맡아서 저를 빛내줬어요. 어느날 제가 일구한테 너도 코너에서 웃긴 성대모사 좀 하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일구가 "형님, 저는 코너에서 안 웃겨도 됩니다. 우리 코너가 잘 되려면 형님만 웃기셔야 됩니다. 저는 최대한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됩니다." 라고 했는데 그때 제가 감동을 엄청 받았어요. 그게 지금까지도 가장 커요. 일구와는 평생 끝까지 같이 갈 겁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나요?'
짧게 개그맨 생활을 했지만 여한이 없어요. 개콘 있던 당시 "왜 다시 개콘 안 들어가냐?" 그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는데 저는 여한이 없어요. 지금 강의로 긍정을 전해주고 자신감을 심어 드리는 게 제 사명인 거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제 방송을 보시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일구야, 내가 예전에 알던 일구와는 너무 다르다~ 일구야 내가 너의 형이다! 빨리 좀 사라져주면 안 되겠니~~? 안 되는 게어딨니, 다 되지!! 빨리 좀 사라져라~~"
제가 장애인이었고 7년동안 개그맨 준비를 해서 기적같이 꿈을 이뤘기 때문에 여러분도 안 되는 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