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채 만점 합격한 '90년대 바비인형' 근황
1991년도 KBS 공채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탤런트로 데뷔했던 배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던, 꽃길일 줄 만 알았던 그녀의 길은 자갈과 잡초로 가득했었죠. 그녀는 스포트라이트 밖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로 서러움과 좌절의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배우로 대중들 앞에 서기 위해 해 열심히 연기 수업을 받고 있다는 그녀, 김성희 씨의 근황을 전해드립니다.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 에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맨날 머리 풀어헤치고 막 이렇게 춤췄었잖아요ㅋㅋ 결정적인 게 8회 때였어요. 제가 주황색 옷을 입었는데 그게 화면에 잘 받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춤을 췄는데 그게 눈에 띈 거죠. 그래서 그때부터 '파랑새는 있다'를 쭉 하게 된 거예요. 저는 원래 춤을 잘 못 춰요. 애교도 없고... 내 멋대로 춰요. 제가 엄마한테 '나 방송에서 이렇게 출까?'라고 했더니 더 격하게 추라는 거예요. 액션이 커야 된다는 거죠.
그 액션 때문에도 그랬고 눈을 깜빡이지 않고 춤을 이렇게 추니까 그 액션과 눈빛이 조합이 된 거예요. 그래서 관계자들이 저의 눈 가지고 그렇게 말했죠. '눈이 왜 그래? 눈을 뜨나 마나야.' 제 눈이 약간 뜨나 마나여서 쌍꺼풀 수술을 한 거예요. 근데 망했죠 쌍꺼풀 수술이..ㅎㅎ 옛날에 이 눈이 싫었어요. '눈 똑바로 떠라.'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죠.
'막춤의 여왕' 부터 '90년대 바비인형' 까지 다양한 타이틀이 있었어요'
네 맞아요. 옛날에 스포츠신문 같은데 타이틀이 있었어요. '막춤의 여왕' 김성희 이렇게요. 근데 제가 무슨 바비인형이에요~ㅋㅋ 사람들이 제가 무용 전공한 것 같은 체형이라고 하는데 전 사실 다리가 짧고 목이 길어서 날씬해 보이는 거예요.
'배우 손창민 씨와의 일화가 있다고 들었어요'
손창민 선배는 기억이 안 날 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 드라마를 찍을 때였어요. 제가 완전 애기였을 때 날라리 역을 했었어요. 추운데 얇은 옷 입고 막 이렇게 껌을 씹으면서 '오빠아~' 하는 건데 사실 지금은 할 수 있지만 그때는 너무 어색한 거예요. 소심하게 '오빠...' 이랬더니 사람들 다 보고 있는데에서 감독님이 '야이 XX, 개 X. 너 오빠 꼬실 때 그렇게 꼬셔? 이런 XX'라고 했어요.
근데 그때 손창민 선배가 '감독님 이제 그만하시죠. 아직 신인인데..' 그러면서 저한테 집이 어디냐고, 데려다주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차를 타고 오는데 '이런 걸로 용기를 잃어서 배우 생활을 그만 둘 생각하지 말고 공부를 열심히 해라. 그래서 너의 마음을 채워라. 그러면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해주셨어요. 너무 고마웠죠.
'붕어빵'에 같이 출연했던 따님도 배우를 하고 싶어 한다고요'
네 맞아요. 제 딸이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데 저는 배우 생활에 대한 환란을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어요.
96년도에 '첫사랑'이라는 드라마를 찍었어요. 그때는 대기할 때 거울이 쭉 있으면 스타 인기 순으로 앉았어요. 맨 끝이 수돗가인데 저는 수돗가에 앉아 있었어요. 그 비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연기 전에 대본을 맞추잖아요. 근데 저는 맨날 그거예요. 노크 세 번 하고 '사장님, 회장님 왔습니다.' 준비를 하고 '카메라 돌았어. 큐!' 하면 상대 배역한테 일단 걸어가야 되는데, 그때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니 똑바로 걸어야 되는데 삐뚤게 걸어갔어요ㅋㅋ 그리고 심지어 거꾸로 '회장님, 사장님 왔습니다'라고 했어요. 그런 실수로 너무 혼나는 거예요. 내가 너무 힘든 것들을 겪고 너무 좋았던 적도 많지만 그 이면에 상처가 있기 때문에 '아.. 굳이 내 딸이 배우를..' 이란 생각을 하죠.
'성격에 맞지 않은 역할을 많이 하셨다고요'
제가 KBS 14기 공채예요. 우리 기수 중에 유명한 사람이 이병헌, 손현주, 배도환 이렇게 많아요. 배우들은 이미지로 캐스팅하잖아요. 저는 이렇게 생겨가지고 실제 성격이랑 안 맞는 역할을 너무 많이 했어요. 남의 남자 뺏는 거, 뭐 밝히는 여자, 술집의 로라.. 이런 거죠. '나도 다양한 연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죠. 근데 지금은 생각해보면 그때도 감사한 거예요. 돌이켜 보면 다 감사하는 일인 거잖아요.
'극중 캐릭터 때문에 오해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많죠. 저만 보면 다 '기 쎄다' 그랬어요. 그리고 이제 애들 다 기르고 최근에 이렇게 나오면 다 이혼한 줄 알아요. '야 너 그동안 힘들었지?' 라고 하는데 솔직히 애 기르는 거 힘들잖아요. 그래서 '어우 힘들죠~' 그러면 '재혼은 언제 할 거야?' 라고 해요.
예전에 '천사의 키스'라는 걸 했을 때 조감독님이 그랬어요. '김성희 씨 미안하다. 나는 성희 씨가 회사원으로 캐스팅됐을 때 '파랑새는 있다'에서 모습을 보고 반대했었다. 그런데 김성희 씨가 매일 아침 일찍 그 옷 보따리를 들고 와서 그걸 걸고 계산하고 대본 연습하는 거를 보고 내가 봤던 이미지랑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셨대요. 왜냐면 전 늘 매니저 없이 혼자 했으니까요. 짐 다 들고... 여전사죠.
'김성희 씨 하면 되게 화려하고 도도한 이미지로 생각했어요'
전혀 안 그래요. 저는 되게 돈도 아껴 썼고 백화점에서 옷 사본 적도 없어요. 그래서 제 별명이 '매대' 였죠. 백화점에 이렇게 있는 매대에서만 샀어요 항상. 세일하는 거 뭐 있나 없나 보면서요ㅋㅋ
'KBS 공채 연기자로 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때는 엄청났죠. 그때 면접관이 '특기가 뭐야?' 하는데 순간 생각이 나는 거예요. '해리와 셀리가 만났을 때'라는 영화를 봤는데 셀리가 대중식당에서 이런 얘기를 해요. '남자 하고 여자하고 잠을 잘 때 여자는 좋지 않아도 소리를 막 낸다. 내가 이렇게 한번 해 볼게.' 맥 라이언이 코믹하게 그 연기를 했잖아요. 그 흉내를 낸 거예요. 신음소리를 '아아~' 이러지 않고 '아하~!' 이랬어요ㅋㅋ 막 '아흐아..~' 이렇게 하니까 면접을 보던 PD가 '뭐야!?' 이랬어요. 그래서 제가 '네??' 이랬죠. 제가 그 연기로 만점을 맞았대요.
'연기 활동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나요?'
2007년 아니면 2008년 일거예요. 제가 둘째 낳으면서 자동적으로 일을 못했던 거죠. 옛날 활동할 때는 조연출이 연락하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어떻게 캐스팅하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응답하라 1988' 오디션을 한다고 해서 tvN을 찾아갔죠. 그런데 안내데스크에 '감독님 만나 뵙고 오디션 보고 싶다' 그랬더니 안 된대요. 그래서 '안 되나 보다' 그러고 그냥 왔죠. 그리고 방송사 건물을 이렇게 보면서 '나도 좀 한번 해 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옛날에는 무작정 가는 그런 용기가 없었어요. 근데 아기를 낳고 쉬어 보니까 일이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끊임없이 배웠어요. 마술도 배우고, 기타도 배우고, 성우 수업도 들었어요. 대원방송 만화 시험도 봤었어요. 떨어졌죠.
'14기 동기들이랑도 꾸준히 만나신다고 들었어요'
최근에는 다시 성우 수업이 아니라 연기 수업을 받아요. 우리 동기 여자 4명이랑. 이선용, 문윤선, 어수경 이렇게 하는데 너무 즐겁고 재밌는 거예요. 그때 그 열정을 가지고 다시 도전하는 거죠. 우리가 이 길을 가서 성공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열정을 아직 잊어버리지 않은 50대 엄마들이잖아요. 그게 저는 너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14기 동기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이런 거죠ㅋㅋ
'영상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립니다'
저는 페이스북도 하고 인스타도 하면서 늘 소통해요. 댓글 많이 써서 김성희 좀 캐스팅 많이 해달라고 해주세요ㅎㅎ 저는 이제 애들도 다 키웠고 진짜 연기하고 싶어요. 코로나 시기인데 다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룩할 수 없는 꿈은 없는 거 같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없는 거 같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면서
딸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