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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떠나는 북아메리카 여행,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그러나..(7)

조회수 2017. 8. 2. 09: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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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동근은 지난 2016년 6개월간 오토바이를 타고 부산을 출발, 시베리아를 거쳐 포르투갈까지 22,838km를 달려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로카곶의 바람을 느끼고 돌아왔다. 진짜 행복이 뭔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절박하게 고민했던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행의 끝에서 행복을 찾아 헤매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 그저 삶의 순간순간이 행복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나는 순간의 의미는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는 것또한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중부사막을 지나 알래스카까지 13,000km를 달리는 여행을 시작했다. 유라시아 횡단을 끝내고 미국 알래스카까지 약 40,000km를 완성하는 두 번째 북반구 횡단 프로젝트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번 북아메리카 대륙 횡단에는 오토바이가 아닌 '자전거' 그리고 '친구 강성웅 씨가' 함께했다. 그들의 여행 이야기를 연재한다.”_편집자 주


(6)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www.ridemag.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41

[북반구 횡단: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D+44


2017.06.30 날씨 맑음 / 시카고


총 이동 거리 : 1875.32km

며칠 동안, 공원으로 축구를 하러 나갔다. 어느 시간대에 가더라도 늘 공을 차는 사람이 있었다. 덕분에, 다운타운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축구를 하며 줄곧 시카고에 머물렀다. 사실 도시에 큰 흥미가 없어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더 좋았다.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지나칠 수도 있었던 사람과 함께 땀을 흘리며 서로의 체온을 느낀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하지만, 오늘은 천문대에 꼭 가리라 다짐을 하고 카메라를 챙겨서 나섰다. 이러다간 축구만 하다가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아들러천문대가 있는 롱비치는 시카고의 모습을 담으려는 동호회가 자주 모이는 장소라고 했다. 그곳에서 사람과 섞여 사진을 찍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1930년도에 개관한 미국 최초의 천문대를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나게 흥미를 당겼다. 

먼저 자전거를 타고 천문대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좁은 왕복 2차선에 수많은 버스와 차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시카고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전부 이곳을 들리는 듯했다. 유독, 인도 사람이 많이 보였는데 인도가 과거 식민지에서 우주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만큼 우주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자전거를 거치대에 묶어 두고 티켓팅을 하러 들어갔다. 마감시간이 다되어 가는지 사람들이 입구에서 빠져나오고 있었지만 일단 매표소로 가서 물어봤다. 티켓을 두 장을 달라고 말을 하니 팔찌를 채워주면서 폐관 40분 전이라 무료입장이라고 했다.

한 사람당 2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기 때문에 잘됐다 싶었다. 안내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니 히든 피겨스의 역사가 먼저 소개되어 있다. 이번 영화로 많이 알려졌으니 소개를 발 빠르게 하는 듯했다. 아폴로 15호가 달에서 가져온 월석과 아폴로 귀환선이 전시되어 있었다. 저렇게 투박한 기계로 달을 다녀왔다니 믿기지 않았다. 의자를 제외하면 내부에 빼곡히 들어찬 제어 버튼이 그들의 열망과 노력을 대변하는 듯했다. 광활한 우주가 가진 시간에 비하면 우리는 하루살이와 같은 존재이지만 우주선 내부를 보고 있자니 뭉클해졌다. 우리는 도전의 가치를 아는 숭고한 지적 생물체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체험장까지 둘러보고 나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 앞에 앉아 있으니 정말 사진 동호회 사람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삼각대를 하나둘씩 꺼내 들었고 말없이 우주가 만들어내는 신비를 담고 있었다.


성웅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지도를 꺼내 그동안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보았다. 꽤 먼 길을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걸음의 4배에 조금 못 미치는 속도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날이 많았다. 다시 페달을 밟고 빗속을 뚫고, 혹은 햇살을 마주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끔찍하게 다가온 날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하루 버티며 여기까지 왔다.

노을에 눈이 부셔 고개를 떨어뜨렸을 때 검게 탄 성웅이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그동안 지나온 흔적을 기록해 놓은 듯했다. 스타킹이냐며 넌지시 장난을 쳤지만 그가 누구보다 자랑스러웠고 고마웠다.




[북반구 횡단: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D+48~49


2017.07.03-04 날씨 맑음 / 시카고


총 이동 거리 : 1875.32km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 나는 날이었다. 그동안 함께 여행을 해왔던 친구 성웅이가 개인적인 일로 한국에 급하게 들어가야 했다. 전날, 한국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 호스텔 근처에 있는 한 자전거 가게에서 빈 박스 몇 개를 구해 자전거를 분리하고 짐과 함께 하나씩 나누어 담았다.


아침에 일어나 성웅이 표정을 보니 착잡했다. 어쩔 수 없이, 여기서 헤어져야 했다. 그동안 힘든 고비가 올 때마다 알래스카에서 해냈다고 소리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 순간을 함께 느끼고 싶어 시작했는데 혼자 이어나가야 한다니 매우 아쉬웠다.


합류에 대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다시 오는 것은 힘들 것이란 것을 서로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항까지 우버 택시를 불렀고 그의 짐을 내려주기 위해 함께 내려갔다. 잘 가라는 인사와 함께 수고했다며 등을 다독여 주었다. 차가 뒷모습을 보이며 멀어져 갔고 나는 다시 혼자 남았다. 그러지 않으려 애를 써도 기운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여행을 했어도 혼자라는 것은 두려움을 동반한다는 말과 같았다.

홀로, 모든 것을 이겨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기운이 빠진 채로 터덜터덜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문 앞을 바라보고 서서 카드키를 꺼내려는 찰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문을 왜 열고 왔지라는 생각을 하며 본능적으로 방에 있는 물건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책상에 놓인 카메라와 여권, 지갑을 확인하고 서둘러 노트북을 놔둔 침대 밑을 바라봤다. 나는 내가 큰 착각을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다시 가방을 하나씩 열며 여기에는 노트북이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채 가방 속에 있는 물건을 허겁지겁 꺼냈다. 아까 나갈 때와 똑같이 시물레이션도 해보고 침대 매트리스도 들어봤지만 그 어디에서도 노트북을 찾을 수가 없었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훔쳐간 것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기 때문에 사진은 아쉽지만, 안에 저장되어 있던 글은 휴대폰과 연동되었기 때문에 남아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훔쳐간 사람이 컴퓨터를 포맷했는지 연동되어 있던 글도 모두 사라졌다. 앞으로 다시 해야 할 것이 늘어났다는 생각에 앞이 까마득했다.

일단, 노트북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한숨 자고 일어난 뒤, 몇 가지 방법을 통해서 시카고에 사는 한 분을 만났다. 시카고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하는 분인데 흔쾌히 도움을 주기로 했다. 여러 가지 중고 사이트를 알려주며 약속을 잡아보라고 했고 판매자가 멀리 살 경우에는 차로 데려다줄 테니 연락을 달라는 말을 끝으로 우리는 헤어졌다. 다행히, 적당한 매물이 있었고 감사하게도 시간을 내준 덕분에 시카고 외곽지역에서 노트북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동안 어설프게 시작한 도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면에 많은 조력자가 늘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들 덕분에 나는 도전을 이어 나갈 수 있었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늘 베풀며 겸손하게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또 한 번 각인이 되는 하루였다.

< 계속.......둘이 함께 시작했던 북아메리카 횡단 여행은 뜻하지 않은 강성웅 씨의 귀국으로 이동근 씨 홀로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여행, 그의 여행 이야기는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자전거를 타고 북아메리카 대륙을 건너는 아름다운 청년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 




글 / 사진: 이동근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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