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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맞아?..두 눈 의심케 하는 40m 옹벽 둘러싼 아파트

조회수 2021. 5. 13. 14: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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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지난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한 아파트. 10여동(棟)이 들어선 단지 가장 안쪽에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이 보였다. 옹벽은 좌우 폭 300m에 높이가 최고 40m에 달하는데 아파트와 고작 7~8m 정도 떨어져 있다. 옹벽 최고 높이는 후면부 동의 15층 높이와 맞먹어 저층 세대는 대부분 옹벽보다 낮은 곳에 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축업에 종사한 지 45년 됐지만 30m 높이 아파트 옹벽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인 P사에서 지은 다음달 입주할 판교신도시 아파트가 상식밖의 거대 옹벽에 둘러싸여 논란이다. 옹벽은 인접한 산의 토사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쌓는 것으로, 안전을 위해 최고 높이와 인근 건물과의 이격 거리 등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이 같은 규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특혜 시비도 일고 있다.

출처: /서준석 기자
[땅집고] 경기 판교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 30m가 넘는 옹벽이 아파트를 삼면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 아파트 옹벽은 법에 규정된 설치 기준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현행 산지관리법 시행규칙과 국토의계획 및 이용에관한 법률에서는 절토(땅을 깎는 작업)시 비탈면 수직 높이를 15m 이하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파트 건물과 이웃한 옹벽은 수직 높이만큼 건물과 떨어뜨려야 한다. 안형준 전 교수는 “절토(흙을 깎음)가 상식 범위에서 벗어날 만큼 높아 지진이나 산사태 같은 재해로 옹벽 붕괴 사고가 일어난다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변위계측기 추가 설치를 통해 옹벽 붕괴 조짐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네이버 항공뷰
[땅집고] 2019년 4월 판교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옹벽 아파트가 어떻게 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 아파트는 한국식품연구원 분당사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민간에 매각한 땅에 지었다. 민간사업자와 금융기관이 시행사를 설립한 뒤 2015년 2월에 토지를 매입했다.


시행사는 토지와 공원, 도로 일부를 성남시에 무상 기부하는 조건으로 적은 땅에 용적률을 높이는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대지면적은 5만2428㎡이고 용적률은 316%다. 그런데 이 땅에는 비행기 운항과 관련해 고도제한이 있고, 고도제한을 피해 용적률을 높여 짓기 위해 땅을 깊게 파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지 매입 과정에서 시행사가 성남시로부터 용적률을 비롯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행사가 토지를 매입한 직후인 2015년 9월쯤 이 땅의 용도지역이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뀌며 용적률이 크게 높아진 것. 거기다 2018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한국식품연구원이 땅을 매각한 후 해당 부지에 임대아파트가 아닌 분양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도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출처: /한국식품연구원
[땅집고] 과거 한국식품연구원 분당사옥 전경.

이 아파트 인허가는 2017년 2월에 났고,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였다. 시행사와 성남시 측은 특혜 의혹을 부인한다. 시행사 관계자는 “R&D(연구개발) 센터 부지 등 성남시에 기부채납한 면적만 약 2만평에 달한다. 사업성 면에서 따지고 보면 특혜가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탈면에 구조 보강을 하면 예외적으로 15m 이상으로 옹벽을 높일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다”면서 “그 조항에 따라 공사한 것이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아파트 인허가와 관련 “이전 담당자가 전문가 심의를 거쳐 인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사업계획승인 과정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급면적30평대 분양가가 8억원 안팎이던 이 아파트는 준공을 앞둔 현재 호가는 16억원으로 분양가보다 두 배나 올랐다. 분양 이후 수도권 아파트 값이 치솟으면서 이 아파트 가격도 올랐지만,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집값이 올라서 좋겠지만 입주 이후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위험한 옹벽 때문에 자칫 사고라도 나면 인명 피해 가능성이 크고,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성남시, 시행사, 시공사, 입주민 간에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글=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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