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데 없어 보였던 '구덩이 땅'이 로또가 될 줄이야

조회수 2021. 4. 6. 16: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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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거주하는 A씨는 2019년 법원 경매를 통해 경기 파주시 금촌동 토지 100평(약 330㎡)을 6750만원에 낙찰받았다. 당시 낙찰 가격은 감정가격인 1억600여만원의 60% 수준이었고 경쟁률도 낮았다. 이 땅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주변 토지보다 지대가 낮은 ‘구덩이 땅’이었기 때문. A씨는 인근 토지 소유주가 지대를 낮추기 위해 흙을 퍼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협의 끝에 그 땅에서 나온 흙을 자신의 땅으로 옮기기로 했다. A씨는 이후 포클레인 비용 50만원을 들여 평탄화하고, 소유기간 2년을 넘긴 올해 2월 1억5000여만원에 땅을 팔았다. 2년여 만에 2배의 투자이익을 거둔 셈이다.

출처: /조선DB
15t 덤프트럭 1대로 10㎥ 정도의 흙을 실어나르기 위해서는 5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1000평, 깊이 2m 기준으로는 3300여만원 수준. 사진은 2010년 낙동강 달성보에서 퍼낸 흙을 인근 농경지에 성토하는 모습으로 내용과 무관.

도심지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에 땅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값이 저렴한 ‘구덩이 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구덩이 땅은 주변에 비해 지대가 낮은 움푹 들어간 땅을 말한다. 이런 땅들은 홍수에 취약하고 주변의 오폐수가 흘러들어오기 쉬워 가치가 낮다. 지대가 낮아 접근성도 떨어지고 개발도 힘들다. 이 때문에 주변 땅값의 30~50% 정도로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투자 대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구덩이 땅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성토(盛土)다. 성토는 흙을 돋우어서 쌓는 행위를 말한다. 성토를 통해 주변과 지대가 같아지면, 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 지역 개발 이슈까지 겹치면 많게는 수십배까지도 가치가 오른다.


흔히 성토비용이 많이 든다고 여기는 투자자들도 많다. 성토에 드는 비용은 흙값, 흙을 옮기는 덤프트럭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흙 값은 흙을 퍼오는 곳과 성토할 땅 간의 거리와 도로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비싸면 1㎥(가로·세로·깊이 1m) 분량이 3000원 정도 한다. 보통 15t 덤프트럭 1대에 10㎥의 흙을 실어 옮긴다. 덤프트럭 1대당 비용은 5만~7만원이다.


하지만 주변에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면 성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A씨처럼 인근 개발지의 사업체를 찾아 흙을 버릴 곳으로 구덩이 땅을 제공하면 된다. 건물을 짓거나 택지나 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되면, 그 과정에 발생한 다량의 흙을 처리해야 한다. 이 때 흙을 버릴 곳이 마땅찮은 경우가 많아 흙을 처리해주겠다고 하면 해당 사업 시행자나 시공회사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협의만 잘 된다면 흙값이나 덤프트럭 비용 없이 성토할 수도 있다. 

출처: /장귀용 기자
토지 성토작업은 주변에 흙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개발지 등이 있는지에 따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깊이 2m, 면적 1000평(약 3305.8㎡)인 구덩이 땅을 메우려면 대략 얼마가 들까. 덤프트럭 660여대 분량의 흙이 필요해 흙값만 1000만~2000만원에, 덤프트럭 비용도 3300여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주변 개발지에서 흙을 조달할 경우 평탄화를 위해 포클레인만 동원하면 된다. 포클레인 작업비용은 1일 기준 50만~60만원 수준이다.


주의할 점은 토지를 성토하는 것은 개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련 지자체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단 ‘깊이 2m 이하의 농지’의 경우 인접한 땅의 관개·배수와 농작업에 큰 영향이 없다면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도시개발 인허가 관련부서에서 30여년을 근무한 전직 공무원 A씨는 “구덩이땅의 경우 성토만 해도 가치가 많게는 수십배까지 오르기 때문에 개발행위 인허가가 가장 큰 관문이다. 이 때문에 허가행위가 면제되는 2m 이하 깊이의 농지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땅값이 비쌀 수 있다”면서 “개발이 더딘 지방외곽 지역일수록 개발 촉진을 위해 인허가가 쉽게 나오는 땅이 있다. 이런 곳이 ‘로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글=장귀용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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