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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코앞' 용산 아파트가 1.2억에 경매 나온 사연

조회수 2021. 3. 18.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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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촌동 강서아파트는 1971년 준공해 올해로 입주 50년이 됐다. 단지 규모도 최고 6층 2동에 32가구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입지는 나쁘지 않다. 한강과 딱 붙어있다. 지하철 1호선 용산역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재건축 호재도 있다. 1992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는데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재건축에 참여하기로 한 것.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 전용 48㎡가 신고가인 7억8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출처: /네이버 지도, 이지은 기자
[땅집고] 지난달 서울 용산구 이촌동 '강서아파트' 59㎡가 경매에 1억2000만원에 나왔다.

그런데 지난달 경매 시장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강서아파트 전용 59㎡가 감정가격 1억2000만원에 신건 매물로 나온 것. 실거래가격의 15%에 불과한 금액이다. 권리분석 결과도 이상이 없었다.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는 하나도 없고, 주택 소유자가 전입 신고해 임차인 명도 걱정이 없는 이른바 ‘깨끗한 물건’이었다. 아무리 경매라지만 서울 한강변에 재건축 호재가 있는 아파트인데 1억2000만원 밖에 안되는 이유가 뭘까.

[땅집고] 이번에 경매에 나온 강서아파트는 대지지분이 하나도 없는 지하 1층 주택이라 시세보다 매우 저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매 전문가들은 이번 매물은 대지지분이 전혀 없는 지하 1층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재건축 사업에서는 건물 지분과 대지 지분을 둘 다 가지고 있어야 조합원 자격을 준다”면서 “대지 지분이 없는 이 물건은 감정가가 낮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심하게 노후한 저층 아파트나 빌라에서 강서아파트처럼 대지지분 없는 지하층 물건이 시세보다 파격적으로 싸게 경매에 나오는 일이 간혹 생긴다.


실제 이 아파트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지하층 건물은 대지권이 없고, 본건의 용도는 공부상 지하실이나 현황은 주거용으로 이용되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지하층 대지지분은 지상층 주택의 공동지분으로 등기돼 있다. 즉 이 아파트 지하층을 경매로 아무리 싸게 낙찰받아도 재건축 입주권은 못받는 셈이다. 이 경우 현금 청산 대상인데, 건물지분에 대한 감정가 수준으로 청산받기 때문에 큰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경매에 입찰한 투자자도 있다. 지난해 11월 최초 경매에서 A씨가 입찰가(1억2000만원)의 200%인 2억4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낙찰받은 것. 응찰 당시 강서아파트가 재건축을 진행하는 점을 보고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측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결국 낙찰대금을 내지 않았고, 입찰보증금 1200만원만 날렸다.

[땅집고] 강서아파트 매각물건 명세서. 용도는 공부상 지하실이라 대지권이 없지만 현재 주거용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반면 전혀 다른 사례도 있다. 지하층 주택 소유주들이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은 사례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인 관악구 신림8동 강남아파트다. 1974년 준공한 876가구 단지로 현재 ‘힐스테이트 관악 뉴포레’로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총 1143가구로 2022년 9월 입주한다. 이 아파트는 대지지분이 없는 지하층 60가구에게도 입주권을 줬다. 강남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당초 다른 조합원과 지하층 세대 간 갈등으로 재건축이 지지부진하자,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악구청과 협의해 지하층 60가구에 입주권을 주기로 했다”면서 “다만 이들은 조합원이 아니어서 이주비나 중도금 대출은 받을 수 없고, 조합원 분양가에서 7000만~8000만원 정도 추가분담금을 내는 조건을 달았다”라고 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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