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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리는 곳은 뜬다?..GTX가 몰고올 암울한 결말

조회수 2021. 2. 18. 17: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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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균 집값이 10억원을 돌파했다. 이번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하면서 KB국민은행 자료 기준 2020년 말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0억4300만원을 기록한 것이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매수하기가 쉽지 않아지자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경기도로 눈을 돌리는 매수자들이 대거 생겨났다. 이 때문에 2020년 하반기 경기도 신축 아파트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랐다. 부동산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1월 중순 약 한 달 동안 경기도 아파트의 3분의 1 정도가 역대 최고가에 거래됐거나 신고가를 갱신할 정도였다고 한다.

출처: /조선DB
[땅집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교통망 구상.

경기도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른 이유는 또 있다. 바로 GTX(Great Train Express·수도권광역급행철도)다. 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철도망으로, 현재 3개 노선(A·B·C) 건설이 추진 중이다. 경기 외곽 지역의 경우 GTX 노선이 놓이면 서울 도심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히 크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간 GTX 노선 유치 신경전도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GTX-D노선도 뜨거운 감자다.


수요자들은 GTX가 집값을 올릴 보물단지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GTX 노선이 뚫리면 정말 경기도 외곽이 유망지역으로 자리잡게 될까?


■지방 쪼그라들고 대도시 더 커지는 ‘빨대 효과’

GTX 노선이 개통해 경기도 외곽 지역의 서울 도심 접근성이 개선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통상 사람들은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 해당 지역 상권이 좋아지고 유동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곤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는 대부분 지역이 장기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상권이 죽고 유동 인구도 출퇴근 시간 역 주변에서만 반짝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철도가 도심 외곽까지 개통한 외국에서 증명됐다. 외국뿐 아니라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서울~동대구~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 KTX(고속철도)가 뚫리면서 대구 상권이 휘청거렸던 일은 상권 연구자들에겐 아주 익숙한 이야기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대구 지역 백화점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고, 대형 병원도 어려움에 처했다. KTX를 타고 1시간30분이면 서울에 오는 상황에서, 대구 시민들이 굳이 지역 백화점이나 병원 등 인프라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처럼 지역 교통망이 개선하면서 인적·물적 자원의 대도시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것을 바로 ‘빨대효과(straw effect)’라고 한다. 교통 확충으로 도심 인구 불균형이 완화되는 일명 ‘분산효과’를 기대했겠지만, 실제로는 빨대효과가 나타나는 것. 우리나라에선 2004년 4월 KTX 개통 이후 특히 많이 언급되는 단어다. 쉽게 말해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수도권의 강력한 흡입력으로 지방이 쪼그라드는 것인데, 이런 빨대효과는 단기적으로 보면 의료나 대형유통시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GTX는 결절점 3곳을 중심으로 수도권 광역교통망 판을 짜고 있다. 서울역(A·B노선), 삼성역(A·C노선), 청량리역(B·C노선)이다. 만약 현재 언급되고 있는 D노선이 생길 경우 삼성역을 지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만약 개통까지 이어진다면 강남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 창출 없는 GTX, 주택 수요 분산 어려워

경기 외곽 지역이 겪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교통비다. 국토부에서 발표한 GTX 기본 이용요금은 ▲A노선 2419원(10㎞ 이내) ▲C노선은 2719원(10㎞ 이내) 등이다. 하지만 정작 개통 시점이 다가오면 이 요금은 정부의 계획보다 2~3배 넘는 금액으로 책정될 우려가 크다. 민자사업 특성상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요금을 떨어뜨리기 쉽지 않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에 비해 재정 건전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포퓰리즘식 재정 지출에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 변수다. GTX는 다음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개통하게 되는데, 재정 적자가 심각한 상태에서 정부가 GTX 요금을 보조할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다만, 현 정부보다 포퓰리즘이 더 강한 정치인도 대선 후보군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 재정 상태에 관계 없이 GTX 요금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GTX로 현실적인 교통 여건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물리적인 거리는 어쩔 수 없는 요소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물리적인 거리는 심리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GTX를 제외하고 서울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변변한 교통수단이 없다면, 교통비 부담이 상승 작용을 하면서 다시 도심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일자리다. 광화문·강남 등 고급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은 지금도 철도 노선이 잘 갖춰져 있어 굳이 GTX에 목맬 필요가 없다. GTX가 아니고 추후 다른 새 노선이 생기더라도 고급 일자리가 풍부한 이 지역들을 통과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GTX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생겨날 노선은 대부분 민자사업으로 건설될 것이다. 새 노선이 사업성을 유지하려면 핵심 업무지역을 지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을 아무리 GTX로 촘촘히 연결해봤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늘릴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 중 기업친화적인 정책이 과연 어떤 것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봤으면 싶다.



글=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미국 SWC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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