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 3분의1 들이고도 '임대료 효자'된 낡은 2층집

조회수 2021. 2. 3. 18: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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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삼거리에서 궁동공원 방면 카페 골목으로 걸어가자 한 모퉁이에 생김새가 다른 두 건물이 마주보고 있었다. 하나는 지붕이 청기와로 덮인 전형적인 주택, 다른 하나는 노출 콘크리트의 직육면체 건물이다. 두 건물은 한쪽 끝이 계단으로, 다른 한쪽 끝은 가벽(假壁)으로 각각 이어져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ㅁ’자 모양을 한 하나의 직사각형 건물처럼 보인다. 건물 사이에는 널찍한 중정(中庭)과 선큰(Sunken)이 있었다. 선큰은 지하에 자연 채광을 유도하기 위해 땅을 파낸 공간을 말한다.

출처: /에이티쿠움파트너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카페 거리의 한 건물을 수평 증축하며 기존 건물 지하를 파내 자연 채광을 유도하는 '성큰'을 만들었다. 성큰에서 리모델링으로 탄생한 중정과 증축한 건물을 바라본 모습.

원래 이곳에는 지하 1층~지상 2층 주택이 있었다. 대지 607㎡로 꽤 널찍한 편이었다. 주택이 절반, 나머지 절반은 마당이었다. 건축주는 주택을 허물고 근린생활시설로 신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건축비가 예산을 훌쩍 뛰어 넘었다. 고민 끝에 우리나라 중소형 건물 리모델링 건축의 최고 전문가인 김종석 땅집고 리모델링센터 소장(에이티쿠움파트너스 대표)에게 건축을 의뢰했다.

◇반지하 공간 이용해 선큰 만들어


김 소장은 건축주에게 시간은 지나도 여전히 매력적인 외관을 가진 기존 주택은 보존하면서 마당에 새 건물을 지어 두 건물을 연결하는 ‘수평 증축형 리모델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소장이 제안한 방식으로 시공하면 같은 임대 면적을 확보하면서도 신축 대비 공사비가 3분의 1로 줄었다. 건물 디자인도 매력적이었다.


김 소장은 설계 과정에서 서로 바짝 붙게 될 두 건물이 답답하지 않도록 내부에 마당 역할을 하도록 중정을 확보했다. 기존 주택은 내부 리모델링만 진행하고 외관은 대부분 그대로 뒀다. 기존 건물 앞에는 중정 방향으로 바닥을 파내 선큰을 만들었다. 김 소장은 “기존 주택에 있던 반지하 공간을 잘 살리면 활용도와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선큰은 길이 8m, 폭 2m, 깊이 1.2m다. 선큰을 만들자 땅속에 파뭍혀 있던 지하층에 햇빛이 들어가는 창이 생기고, 출입구도 생겼다. 일반적으로 근린생활시설 건물 반지하에 선큰을 만들면 반지하층 임대료가 1층과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간다. 김 소장은 “선큰을 잘 활용하면 반지하 층이 쾌적해져서 세입자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임대료도 1층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 고 했다.

출처: /에이티쿠움파트너스
기존 건물(왼쪽)과 증축한 건물(오른쪽)을 잇는 계단에서 리모델링으로 만든 중정을 내려다본 모습.
출처: /에이티쿠움파트너스
수평 증축 리모델링으로 기존 주택(오른쪽) 맞은 편에 노출 콘크리트의 직육면체 건물(왼쪽)을 새로 지은 모습.

◇건물 사이 빈 공간에 중정 만들어 유동 인구 유입


수평 층측 리모델링을 할 때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 사이에 중정을 만드는 것도 리모델링 설계의 핵심 포인트다. 김 소장은 연희동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새로 지은 새 건물과 기존 건물을 가벽과 계단으로 연결하고 건물 사이에 36㎡(11평) 크기의 정원을 만들었다. 덕분에 기존 건물과 새 건물 모든 층에 햇빛이 고루 들고, 내부 창에서 건물 벽이 아닌 아늑한 마당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김 소장은 “동네 주민과 유동 인구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이벤트 공간으로 중정만큼 효과적인 아이템이 없다”며 “평소에는 임차인들이 자주 소통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각종 팝업 스토어 행사 장소로 활용하기 좋다”고 했다.


◇공사비 4억8800만원, 신축보다 3분의1 저렴


김 소장의 설계 철학이 도입된 이 건물에는 첫 임차인으로 들어온 이벤트대행 전문업체가 준공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건물을 통으로 빌려 사옥과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 리모델링 공사비는 총 4억9000만원 정도였다. 김 소장은 “증축형 리모델링 건축을 할 때 선큰과 중정을 적절히 활용하면 과거에는 쓸모없던 공간이 생명을 얻게 되고, 건물 전체 수익성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글= 김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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