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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우리나라에서 '반값 아파트' 충분히 가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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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가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책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펴낸 '프리콘(Precon): 시작부터 완벽에 다가서는 일(엠아이디)'입니다.

[땅집고 북스] 공사비를 절감하려면

일반적으로 발주자는 싸고 좋은 건축물을 원하지만 보통의 경우에 싸고 좋은 건축물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지난 글(뒤탈 불 보듯 뻔한데…건축주가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에서 봤듯이 건설 선진국에서는 국가 방침으로 싼 업체를 선정하지 말라는 조달 지침을 갖고 있다.


하지만 비싸게 짓는 것에 끝이 없듯이 싸게 짓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반적인 상가의 평당 건설비가 600만~700만 원이라고 하면, 세계적인 명품 회사 쇼룸은 평당 3000만 원, 5000만 원까지도 투자한다. 이렇게 극단적인 단가 차이는 그 건축물이 갖는 성격에 주로 좌우되고 발주자의 의지에 맞춰 설계에 마감 공사와 시방이 어떻게 반영되는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평당 5000만 원짜리 명품 샵은 층고도 높고 각종 인테리어 자재나 조명 등도 최고급을 쓰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일반 상가가 평당 600만~700만 원이라고 하지만 평당 300만~400만 원으로 공사를 완료할 수도 있다. 다소 민감한 이슈지만 특수한 지역에서 반값 아파트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례와 증거를 제시할 수도 있다.


한 예를 들어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면적 85㎡ 강남의 아파트는 분양가가 최고 평당 4900만원이었고, 시가 1억 원을 돌파한 아파트 사례도 있지만, 아직도 강원도나 전라남도는 평당 시세가 700만원 수준으로 약 2억 원이면 같은 규모의 아파트 한 채를 구할 수 있다. 단위 평당 비교하면 15배나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의 주요 원인은 토지가에 있으나 설계와 품질 수준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빛의 교회'

출처/MID 제공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젊었을 때 조그만 교회 설계를 의뢰받았는데, 건축주가 돈이 없다고 극도로 예산을 절약한 건물을 요구했다. 안도는 고심 끝에 교회 설계를 완료했고, 이 교회의 이름을 '빛의 교회'라 붙였다.


이 건축물의 특징은 노출 콘크리트 마감이다. 노출 콘크리트란 콘크리트 자체가 마감이고 따로 다른 마감재를 쓰지 않는 건설 기법으로 안도 다다오의 전매 특허라 할 만하다. 


그는 이 교회당에 모든 마감 자재를 생략하고 오로지 노출 콘크리트 구조체를 골조와 마감으로 사용했다. 더 나아가 조그만 화장실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설비, 전기 공사, 심지어 조명조차도 생략했다. 대신 전면 설교대 부근 구조체 벽을 십자가 형상으로 뚫어 놓았다. 이 십자가 오프닝(opening) 덕분에 교회당은 조명이 없더라도 그런대로 밝고 십자가에서 들어오는 빛이 건물 내부에 숭고함을 더하여 교회가 성스러운 분위기를 띠게 되었다. 이 조그만 교회당은 안도의 설계 해법 때문에 일약 세계적인 건축물이 되었다.


한 가지 사례만 더 들어보겠다. 1990년대 국내에서 이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점이 처음 소개되기 시작했던 즈음에 국내 대형 할인점의 건축비는 평당 300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프랑스의 세계적인 할인점 체인인 까르푸(Carrefour)가 일산에 매장을 지었는데 반값도 안되는 평당 120만 원이 들었다고 알려지면서 건설 관계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었다. 도면을 구해도 보고 현지 조사도 해보니 결론은 간단했다. 까르푸는 할인점 매장을 창고형으로 지은 것이다. 바닥은 콘크리트 마감 그대로였고, 벽면은 블록을 쌓고 페인트 마감도 없이 블록 그대로였고, 천장은 설비, 전기 파이프와 냉난방에 사용하는 닥트가 그냥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와는 달리 국내 할인점 업체는 백화점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로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평당 가격이 300만 원 대 120만 원으로 크게 차이가 났던 것이다.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설계에 따라 건설비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비싼 설계는 잘하지만 싼 설계는 잘하지 못하고, 발주자조차 그런 시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 국내 건축비가 세계적으로 비싼 이유는,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나 까르푸와 같은 설계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발주자가 경제적 건축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고, 설계와 건설 관련자의 치열한 원가 절감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살펴보자. 유튜브에서 3D프린팅 하우스(3D Printing House)를 검색하면 수많은 사례를 접할 수 있다. 3D프린팅 소형 주택 한 채 가격이 대략 1만5000달러(약 1800만 원) 정도인데, 미국의 한 업체는 집 없는 사람에게 4000달러에 보급하겠다고 설명한다. 미국에서 집 한 채 가격이 이렇게 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눈을 감아도 될까.


국내 아파트 가격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 지가 문제가 연동되긴 하지만, 서민들에게 싼 가격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생각은 뒷전이고 어떻게 하면 개발업체와 건설업체가 더 많은 돈을 받을지만 지속적으로 추구한 결과다. 당연히 공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공사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려는 시도는 부족했고, 설계업체도 별다른 의식 없이 이들의 지시에 순응해온 결과이다. 물론 고급 아파트도 필요하지만 지금 아파트 반값 수준의 아파트도 존재해야 하며, 이는 택지를 싸게 공급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인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설계할 때 반드시 필요한 기법인 목표 공사비 설계 기법이 필요하고 철저한 공사비 관리가 필수적이다.



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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