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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쓰나미' 몰아쳐도..신림은 여전히 "잘나가요"

조회수 2020. 6. 30. 20: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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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가성비가 좋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강남역이나 이태원과 비교하면 음식 값도 거의 절반이고 웬만한 것도 다 갖추고 있으니까 다른 곳에 굳이 갈 필요가 없어요.”(현명원·신림동 거주 20대)


지난 23일 오후 7시 지하철 신림역 4번 출구를 나와 먹자골목을 찾았다. 술집이 몰려있는 폭 4~5 좁은 골목길에는 대학생과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맥주 가게는 평일 저녁 시간인데도 20여명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릴만큼 붐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찾는 손님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출처: 박기홍 기자
[땅집고]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먹자골목에 20대 대학생들이 몰려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이곳 술집엔 인파로 붐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서울 주요 상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고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e커머스(전자상거래) 이용 증가로 오프라인 상가는 얼어붙었다. 공실률은 뛰고 임대 수입은 줄고 있다. 그런데 신림역 상권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못지 않게 뜨겁다. 공실률은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신림역 상권이 잘 나가는 이유를 ‘1인 가구’에서 찾는다. 주거지가 없고 상업시설만 갖춘 유명 상권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배후에 고정 수요를 갖춘 신림역은 큰 충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림역 일대 공실률은 서울 최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신림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4%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1.1%p(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히려 빈 점포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신림역은 서울 주요 상권 40곳 가운데 가장 낮은 공실률을 보였다. 1분기 서울 중대형 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7.9%로 지난해 4분기(6.9%) 대비 1%포인트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요 상권 가운데 이태원 상가 공실률이 28.9%로 가장 높았고 압구정(14.7%), 명동(7.4%) 상권의 공실률도 지난해 4분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내·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고 상가시설 위주로 상권이 형성된 이태원, 압구정, 명동 등은 공실률이 증가했다. 반면, 일정 규모의 상권을 갖춘데다 주거 시설까지 밀집한 신림역, 상계동 등은 공실이 감소했다.  

출처: 이지은 기자
[땅집고] 올 1분기 서울 주요 상가 공실률.

특히 신림역은 국내 최대 원룸촌을 형성해 고정 수요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공실률 하락에 결정적 요인이었다. 신림역 인근에는 다가구주택, 원룸, 오피스텔, 고시원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강남, 구로, 영등포 등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주거지다. 신림역 일대 1인 가구 비율은 4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원룸촌인 신림동을 배후에 두고 있어 소비 유입이 활발한 데다 저렴하고 다양한 상업시설을 두루 갖춰 외부 상권으로의 이탈률이 높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출처: 박기홍 기자
[땅집고] 신림역은 순대거리 등 특성화된 먹거리 상권을 갖췄고 국대 최대 규모 원룸촌이 형성돼 고정 수요층이 있다.

■사시사철 꾸준한 매출...2년 후엔 더블역세권


신림역 상권은 순대타운 중심으로 신원시장, 서원동 상점가 등이 밀집해 있다. 신림역 사거리 대로변에는 대형 서점과 영화관, 의류상가가 입점한 포도몰과 르네상스 쇼핑몰이 자리잡고 대학생과 고시생이 많은 특성상 가성비 높은 음식점이 많다. 20~30대 매출 비중이 63.5%로 가장 높다. 특히 계절별 매출 비중이 고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봄이 27%로 가장 높았고, 여름이 23.4%로 가장 낮았다. 가을과 여름은 각각 25.1%, 24.5%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만큼 특정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시사철 고정수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신림역 상권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4만명에 달한다. 환승역이 아닌 단일역임에도 승하차 인구는 하루 15만명에 육박한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었던 올 3월 한달 기준으로 신림역 승하차 인구는 294만6513명으로 강남역(378만3556명), 잠실역(354만8663명) 다음으로 많았다. 2022년 2월 개통 예정인 신림선(샛강~서울대 앞) 경전철까지 들어서면 신림역은 환승역으로 바뀌어 유동인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향후 집객력이 높아진다면, 임대료나 상가 시세는 더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처: 조선DB
[땅집고] 여의도 샛강역~서울대 정문을 잇는 경전철 신림선은 오는 2022년 2월 개통 예정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메인 상권의 점포는 권리금이 높지만 매물이 없다. 대로변 10평짜리 상가 기준으로 보증금은 1억원, 월 임대료는 500만~600만원이다. 메인상권 20평짜리 상가는 보증금 7000만원, 월 임대료 400만원으로 대로변보다 200만원가량 저렴하다. 김민규 도시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저가 음식점, 술집, 배달 업종 영업이 잘 되는 편”이라며 “신림역은 창업자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지역이어서 우량 매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새로 창업한다면 기존에 장사가 잘 되지 않았던 곳에 입점할 확률이 높아 업종 선택을 잘해야 한다”며 “저렴한 분식, 포장 음식점 등 객단가가 낮은 업종, 소비 패턴이 빠른 업종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글 =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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