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부수고 확 튀는 6층 건물..짓자마자 '완판'

조회수 2020. 6. 17. 0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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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버는 건축] “좋은 땅에 랜드마크 건물 지었더니…짓기도 전에 세입자 꽉 찼다”


서울 중구 약수동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한남대로는 옛날엔 ‘버티고개’라고 불렸다. 버티고개 서쪽으로 오래된 빌라가 밀집한 조그만 주택가가 있다. 매봉산과 남산 자락이 만나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다. 외진 곳이어서 인적이 드물겠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이 일대에는 이색적인 맛집이 들어서며 상권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좁은 주택가 골목을 따라 매봉산 방향으로 좀 더 들어가면 큰 창문과 테라스가 여러 개 달린, 하얀 대리석 외벽의 건물이 보인다. 다른 건축물보다 2~3층 정도 높아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은 여성복 전문 패션회사가 건축한 신사옥. 이 일대에선 첫 신축 건물이면서 짓자마자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출처: 마루종합건설
[땅집고] 마루종합건설이 시공한 서울 한남동 사옥 겸 주택.

건축주는 이곳 한남동 북측 끝자락에 사옥을 새로 짓고, 다세대주택 3가구와 1층 상가 갤러리를 운영해 수익을 얻고자 했다. 이 건물을 시공한 권영광 마루종합건설 대표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 지반 조사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지하 암반이 나오고, 주변 민원이 잦아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워낙 입지가 좋고 주변에서 첫 신축한 건물이어서 완공되기도 전에 세입자가 들어찼다”고 했다.


권 대표는 오는 23일 개강하는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 13기 과정에서 하자 없이 좋은 건물을 만드는 시공 노하우를 공개할 예정이다. 


◆건축 개요 


위치 :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지역지구 : 도시지역, 제2종일반주거지역(7층 이하), 고도지구 20m 이하

대지면적 : 330.6㎡

연면적 : 1026.48㎡

용도 : 근린생활시설, 다세대주택

구조 : 철근 콘크리트 구조

규모 : 지하2층~지상6층

주차대수 : 8대(근린생활시설 5대, 다세대주택 3 대)

설계 : 엘프러스

시공 : 마루종합건설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건축주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건물 한 개 층을 빌려 사무실로 쓰던 중 신사옥 건축을 결심했다. 서울 도심 곳곳을 찾아 헤맨 끝에 한남동 북쪽 땅을 발견했다. 산자락 사이에 있지만 한남대로가 주택가 바로 맞은 편이어서 교통 접근성이 좋고,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과 버티고개역을 이용하기도 편리한 입지였다.


몇 년 전부터 서울 연남동처럼 특색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도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었다. 신축 건물이 많지 않고, 개발이 이어지는 지역이어서 건물을 새로 짓는 것만으로도 땅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 주변에 괜찮은 맛집 등이 계속 생겨나면 1층 상가에 세입자를 들여 임대 수익도 제법 쏠쏠할 것 같았다.


건축주는 약 50억원을 들여 땅을 사들인 뒤 원래 있던 단독주택을 허물고 6층짜리 건물을 올렸다. 1층은 패션 쇼룸과 전시 갤러리, 2~3층은 패션 사무공간, 4~6층은 임대용 다세대주택으로 구성했다. 


■ 한남동 북측 구석진 땅에 지은 첫 신축 건물


건축주는 패션업을 하는 만큼 사옥 내부와 외관에 세련된 디자인 요소가 들어가길 원했다. 권 대표는 외벽을 조개껍데기로 만든 대리석의 일종인 라임스톤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4~6층 임대주택 세입자들이 전망을 만끽할 수 있도록 커다란 창을 여럿 내면서 외관이 더 화려해졌다. 

출처: 마루종합건설
[땅집고] 주변 건물보다 높아 랜드마크가 된 사옥 겸 주택.

패션 회사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내외부 디자인에 신경을 썼지만, 이는 임대주택이나 상가 세입자에게 더 큰 혜택이 됐다. 이 건물 주변에는 원룸·투룸·오피스텔 수요가 제법 있었는데, 신축 건물은 많지 않았다. 건축주는 사옥을 짓는 동시에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조망이 좋은 꼭대기 4~6층은 다세대주택 3가구를 만들었다.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수요를 고려해 주택은 방 2개 이상, 큰 거실과 베란다가 딸린 43㎡·42㎡·97㎡로 나뉘었다. 가장 넓은 97 ㎡는 두 개 층으로 마치 단독주택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주변에 이런 큰 규모의 신축 빌라가 없고, 아파트도 많지 않아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10~20% 더 높게 받았다.

출처: 마루종합건설
[땅집고] 4~6층에 들어선 임대주택 내부.

■ 남산과 매봉산 자락에 둘러싸인 도심 주거시설


이 건물은 주변보다 높아 상층부에선 시야가 탁 트였다. 4층부터는 전면으로 매봉산과 한남동 주택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뒤편으로 남산타워를 볼 수 있다. 건축주는 꼭대기층 옥탑과 데크를 건물 내 모든 사용자들에게 개방했다. 1층 갤러리를 비롯해 본사 직원, 4~6층 세입자들까지 이 건물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꼭대기층에 사는 세입자들이 집안에서도 경치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창을 크게 내고 층마다 외부 공용 테라스를 만들었다. 이 덕분에 용적률을 최대한 확보하면서도 실사용 면적은 최대한 넓힐 수 있었다. 

출처: 마루종합건설
[땅집고] 층마다 넓게 딸려있는 테라스 공간. 한남동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입지가 좋았던 덕분에 건물을 완공하기 전에 다세대주택 3가구와 1층 상가 갤러리에는 세입자가 들어찼다. 주변 건물보다 높이 솟아오른 덕분에 사옥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랜드마크가 됐다. 주변 땅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착공 전 3.3㎡(1평)당 5000만원에서 약 60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권 대표는 “땅값이 올라 공사비 22억원을 포함해 총 72억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현재 건물 가치는 100억원까지 치솟았다”고 했다. 



글 = 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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