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3억 아파트 전세, 어디 없나요?" 30대 직장인의 아우성

조회수 2019. 12. 29.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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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신혼집을 알아보던 30대 직장인 이정우(31)씨. 그가 예비 신부와 상의해 정한 전셋집 보증금 최대금액은 3억원이었다. 두 사람이 직장생활 동안 아껴 모은 1억원과 양가 부모님께 1억원 정도 도움을 받고, 나머지는 전세 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는 강북 도심권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에 소형(59㎡)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다가 크게 실망했다. 그는 “출퇴근 30분 거리에서 준공한 지 20년 정도 지난 아파트를 찾아봤는데도 보증금이 3억원을 넘지 않는 전세 매물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외곽에 2억원 후반대 아파트 전세가 가끔 있기는 했지만, 보통 3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거나 교통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이씨는 결국 영등포에 지은지 2년 정도 된 2억원대 초반 신축 투룸 오피스텔에 전세를 신혼집으로 구했다. 이씨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아이가 생기면 살기 힘들 것 같았지만 현재로선 다른 선택의 여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평균적인 직장인에게 ‘3억원’은 30대 직장이나 신혼부부가 현실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전세금의 마지노선이다. 평균적인 맞벌이 부부가 (평균 직장인 연봉 3600만원, 2018년 기준)이 7~8년 열심히 저축하고, 1억원 안팎의 대출을 받아 마련할 수 있는 돈이 3억원 정도다. 과거에는 3억원 정도면 서울 강남권이 아니면 웬만한 곳에선 소형 아파트 전세는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집값과 함께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서울에 3억원 이하 아파트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고 있다. 2년 전만해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이 3억원대 중후반이었는데 2017년 현재는 전세금 평균이 4억원대 중반에 이를 정도로 급등했다. 여기에다 지난 16일,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아파트 매매 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몰려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시장에선 이번 대책으로 서울 소형 아파트 시장의 주요 수요층이 30대 직장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3억원 이하 주택 4분의 1로 줄어


3억원 이하 아파트 전세 품귀현상은 통계로도 명확하게 나타난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전세금이 3억원 이하인 아파트는 지난 5년 사이 4분의 1로 줄었다. 2014년에는 서울 중소형 아파트(60~85㎡) 2만9608가구가 전세금이 3억원 이하로 거래됐는데 2018년에는 8243가구에 불과했다.


강서구의 경우 전세금 3억원 이하 가구가 2014년2626가구였지만, 2018년에는 608가구에 불과해 76.8% 급감했다. 같은 기간 노원구는 3분의 1로 (2764가구→954가구), 강동구는 무려 87%(1838가구→251가구)가 줄었다.


KB월간 주택가격동향 조사에서는 올초까지만해도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88.2에 그쳤는데, 지난 11월 150.7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100이 넘으면 전세를 찾는 사람이 내놓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1주택가구까지 강력한 세금을 부과하고, 대출을 조이는 12·16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이 같은 추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초강력 주택 대출 규제로 인해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앞으로 전세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중저가 아파트 전세난 심화할 것”


전세수요가 늘고 전세금이 더 오르면서 시장에 중저가 매물이 줄어들면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신혼 맞벌이 부부, 사회초년생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견 기업 이상의 직장에 다니면서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정부가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이나, 역세권 청년주택, 행복주택 지원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이 때문에 소위 ‘멀쩡한’ 직장에 다니며 정부의 도움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30대 젊은층, 신혼부부가 중저가 아파트 전세금 폭등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지난 달 결혼한 회사원 이모(여·31)씨는 “남편이 살던 금천구의 오피스텔에 신혼살림을 급하게 차렸는데, 결혼하면서 맞벌이 소득 기준에 걸려 행복주택 입주자격도 사라져 버렸다”며 “당분간 서울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는 힘들 것 같아 다음 집도 오피스텔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 아파트 값을 잡겠다며 과격한 규제를 쏟아내면서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소형 전세금 급등현상 역시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힌다. 박원갑 KB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12·16 대책은 대출 금지와 같은 유례없이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일면에선 집값을 잡는 효과도 있겠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의 효과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김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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