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나" 3기신도시 토지보상부터 시끌

조회수 2019. 11. 28. 1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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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3기 신도시 개발이 첫 단계인 토지 보상 과정에서부터 ‘대토 보상’ 문제를 놓고 삐걱대고 있다. 토지 보상이 이르면 내년 초쯤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토지주들이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국회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현재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3기 신도시 개발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주택 공급량이 계획보다 줄어들어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공익사업에 따른 토지보상금 유동성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대토 보상채권의 신탁을 통한 대토 개발 사업을 법으로 금지하는 토지보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출처: /조선DB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하남 교산지구 일대의 모습.

대토(代土)란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을 현금이 아닌 땅으로 받는 방식이다. 현금 보상과 비교하면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면서 주변 집값 급등을 막는 장점이 있어 정부가 장려하는 토지 보상 방식이다.


대토 보상을 받는 토지주들은 대토보상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대토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대토보상 신청자들이 모여 조합을 만들고 택지를 개발하는 시행자(예를 LH·SH 등)로부터 택지조성 공사가 끝난 예정지에 속한 땅(아파트·상가용지 등)을 받아 이 부지에 상가나 오피스텔,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다.


그러나 신도시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토지 보상 과정에서 대토권을 담보로 한 대출을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토지보상법 개정안은 대토 보상권을 부동산 투자회사에 대한 현물출자와 신탁업자에 대한 신탁을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LH관계자는 “정부가 이 같은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대토보상권의 신탁을 활용해 법으로 금지된 대토권의 전매 행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3기 신도시 예정지 토지 소유주들이 모여 '올바른 토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건설 업계에선 대토권을 담보로 한 대출이 불가능할 경우 토지주들이 주체가 되어 대토 토지를 개발하는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다. 실제 토지 보상이 이뤄지기 전 토지주들이 사업 비용을 조달하는 방식이 현재로서는 대토권을 담보로 한 대출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남 복정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협의회와 3기 신도시 하남교산지구 협의회는 보상 지주들이 직접 진행하는 대토개발금융을 통한 사업은 기존과 동일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민원을 국회에 제기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대토 보상 채권의 신탁을 전면 금지할 것이 아니라 불법 전매가 이뤄지는 신탁수익권의 양수도를 막고 이를 처벌함으로써 대토 보상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존 강남보금자리, 위례신도시, 하남 미사, 마곡지구 등에서 신탁을 이용한 대토사업을 진행했지만 불법 전매 없이 지주가 가져가는 대토 사업으로 지주 재정착 및 수익 공유라는 대토 보상제도의 취지를 적극 반영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료했다”며 “대토보상채권의 전면적인 신탁 금지는 벼룩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것처럼 불법 전매 행위를 막기 위해 지주들의 대토 참여를 전면으로 막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한 공공택지 지주 연합의 관계자는 “대토 보상권 신탁 금지는 정부의 대토 활성화 및 주민 재정착 추진 정책과 모순될 뿐 아니라 토지주들의 현금 보상이 늘어 주변 토지 및 아파트 가격 상승 등으로 3기 신도시 개발 자체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글=한상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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