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덴 이유가 있다' 20% 싸게 나온 빌라의 결정적 함정

조회수 2019. 11. 8. 13: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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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경매시크릿] 시세보다 싼 다세대주택에 숨은 함정


출처: 신한옥션SA
[땅집고] 경매에 나온 서울 은평구 응암동 다세대주택(서울서부지방법원 사건번호 2019-1660).

[땅집고] 프리랜서 작가인 A(31)씨. 월셋방을 전전하다가 서울 집값이 점점 오르는 것을 보고 서둘러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던 중 다음달 3일 2차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다세대주택(서울서부지방법원 사건번호 2019-1660)을 발견했다. 현재 A씨가 사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 주택(전용면적 31.76㎡, 대지권 27.87㎡)이었다. 최저입찰가격은 최초감정가(1억6200만원) 대비 20% 떨어진 1억2960만원이었다. 동네 공인중개사에게 물어보니, 이만하면 주변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싸다는 말을 들었다.


출처: 신한옥션SA
[땅집고] 최저입찰가격은 1억2960만원으로, 최초감정가보다 20% 저렴하고 시세보다도 2000만~3000만원 정도 저렴했다.

경매에 참여할 생각으로 권리분석에 들어갔다. 등기부를 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가압류, 3순위 압류. 4순위 가압류, 5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다. 등기부에 공시되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한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임차인 B씨(보증금 7000만원)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 배당요구를 해놓은 상태였다. 즉 이 집이 7000만원 이상으로만 매각되면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는 없는 셈이었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를 보니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 B씨의 보증금 7000만원 중 2000만원은 2015년 8월 4일 증액되었으며, 증액된 부분에 대해서는 확정일자가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 배당에서 보증금이 전액 변제되지 않을 경우, 해당 잔액은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는 문구도 있었다. A씨는 이 다세대주택을 매수해도 되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에 대해 알고 있다면 경매 참여 여부를 확실히 결정할 수 있다. 일단 우선변제권이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보증금을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그런데 이 권리는 확정일자 유무(有無)에 따라 생기는 것이다.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가 있어야만 우선변제권이 생긴다는 의미다. 우선변제권을 갖췄다면 임차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다른 후순위 권리에 앞서 해당 주택의 매각대금에서 보증금을 우선 배당받을 수 있다.


경매에 나온 응암동 주택을 보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당시에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요건인 전입신고(2015년 2월 24일)와 확정일자(2015년 2월 25일)를 갖춘 상태였다. 당시 보증금은 5000만원. 그리고 최초계약일로부터 5개월 후 보증금 2000만원(2015년 8월 4일)을 증액했다. 그런데 증액된 보증금에 대해서는 확정일자를 갖추지 못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준권리인 1순위 근저당권(2017년 3월 15일)보다 보증금이 증액된 일자가 앞섰다는 것이다. 그러면 증액된 보증금에 대해서도 대항력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임차인이 증액된 보증금에 대해서는 확정일자를 받아두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변제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출처: 신한옥션SA
[땅집고] 2019타경1660 매각물건명세서.

종합해보면 A씨가 응암동 주택을 최저입찰가격 수준인 1억3000만원에 매수한다고 해도 증액된 보증금 2000만원은 함께 인수해야 한다. 즉 배당절차에서 임차인이 보증금 5000만원은 1순위로 배당받고, 나머지 보증금 2000만원에 대해서는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아 배당받을 수 없지만 대항력은 갖추었기 때문에 매수인 A씨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A씨가 해당 주택을 최저입찰가격으로 손에 넣는다고 해도 시세보다 같거나 오히려 조금 비싸게 매수하게 될 수도 있다.


글=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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