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는 물건 1000원 짜리도 집으로 찾아가 사드립니다, 중고업계 '다이소' 만든 남자

조회수 2019. 10. 10. 09: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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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찾아가 중고용품 일괄 수거
후처리해 쇼핑몰에서 판매
저가 중고품까지 취급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집안 물건. 중고로 팔면 좋은데 쉽지 않습니다. 필요없는 물건을 모아서 일괄 처리해주는 쇼핑몰이 있습니다. ‘땡큐마켓’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어픽스’의 한창우 대표를 만났습니다. (위 동영상을 클릭하시면 인터뷰 풀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중고나라에서 안 팔릴 물건 일괄 처리

고가의 물건은 일반 중고 사이트에서 파는 게 쉽지만, 싼 물건은 기존 중고 사이트에서 팔기 어렵다. 자칫 배송료가 더 나올 수 있다.

땡큐마켓의 가장 큰 경쟁력은 고객이 요청하면 직접 집으로 찾아가서, 고가와 저가 물건을 한번에 처리해 주는 데 있다. 안쓰는 육아용품이나 장난감이 대표적이다.

고객 별로 평균 18~20개 정도 물건을 의뢰한다. 수거할 때 가격은 현장에서 바로 결정된다. 빠른 처리를 위해 중고품 시세가 결정되는 DB를 운영하고 있다. 알고리즘을 통해 쇼핑몰에서 잘 팔리는 물건은 높게, 잘 안팔리는 물건은 낮게 가격이 결정된다. DB는 수거를 나간 땡큐마켓 직원이 업무를 처리할 때 쓰는 어플리케이션에 연결돼 있다. 직원이 앱을 켜서 수거품을 촬영하면 바로 시세가 나온다. DB에 없는 물건이 의뢰되면, 본부에서 실시간으로 새 제품 가격 등을 고려해 매입 가격을 정한다. “현장 직원이 고객과 흥정하느라 실랑이할 필요가 없죠.”

출처: 어픽스 제공
한창우 어픽스 대표(왼쪽)와 고객 집에서 물품을 수거 중인 땡큐마켓 직원

제품 20개 가격을 정하는 데 15분 정도 걸린다. 금액에 고객이 동의하면, 현장에서 바로 고객 계좌로 입금한다. “쌓여서 골칫거리로 있던 게 돈으로 바뀌니, 다들 좋아하십니다.”

육아용품이나 장난감을 활발하게 거래하는 3040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요즘엔 생활용품, 주방용품, 소형가전, 도서 등으로 매입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장난감 맡기면서 다른 제품도 처리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요. 가정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카테고리가 늘어나는 거죠. 주방 가득 있는 밀폐용기, 시계, 옷걸이, 책 같은 게 대표적입니다. 생각보다 이런 상품의 판매가 잘돼서 적극 매입하고 있습니다.” 이사가면서 한꺼번에 물건을 처리하려는 고객 요청도 많다. 한번에 130개까지 처리한 사례가 있다.

기업 고객도 있다. 반품됐거나 흠있는 제품 또는 재고를 처리해 달라는 요청이다. "일괄적으로 싸게 사와서 리퍼 상품으로 팔아요. 기업은 재고를 처리하고, 소비자는 싸게 사고, 우리는 이윤을 남기고. 모두가 좋은 거래입니다."

고객에게서 구입한 물건이 들어오면, 물류센터 직원이 세척과 개보수를 한다. 흠집이 사라지고, 새 제품 처럼 복원된다. 이후 사이트(https://bit.ly/2ARefjq)을 통해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들어온 물건의 82%가 한 달 내 팔린다. 자동 가격 설정 덕분이다. 안팔리면 주 단위로 가격이 계속 떨어져 결국엔 거의 다 팔린다.

출처: 물류센터어픽스 제공
수거한 물품을 정리 중인 직원들(왼쪽)과 땡큐마켓

◇허무했던 유모차 사기, 창업으로 연결

한창우 대표는 대학에서 멀터미디어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IT 디자인 업체에 들어갔다. 정수기, 스피커 등 제작에 참여했다. 이후 소프트웨어 업체로 옮겨 1년 간 기술영업을 했다. “남이 만든 걸 파는 데 대한 허무함이 있더라구요. ‘내가 뭔가를 만들어 고객을 기쁘게 하고 싶다. 가치를 전하고 싶다.’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곧 회사를 나와 보일러 사업에 도전했다. 보일러를 돌릴 때 버려지는 온수가 있는데, 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보일러였다. “기술 개발 마치고 시제품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기존 제품보다 효율이 약간 올라가는 정도로는 시장에서 승부하기 어렵더라구요. 1년 반을 매달렸는데 접기로 했습니다.”

보일러 사업을 접던 시점에 땡큐마켓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중고 유모차를 구매했다가 거의 사기를 당한 게 계기가 됐다. 'A급'이라 해서 샀는데 막상 받아보니 바퀴는 제대로 돌지 않고, 시트는 먼지와 음식물흔적으로 가득했다.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어디 믿을 만한 중고몰이 없을까.'

마침 한 대표의 전 직장동료, 처남, 처남의 동료 등, 소개와 소개로 만난 5명의 남자가 술자리를 함께 했다. “5명 중 애 아빠가 저 포함 셋이었습니다. 일상 얘기를 나누다 집안 가득 쌓인 유아용품 처리 얘기가 나왔습니다. 중고 물품 거래 사기 얘기도 나왔구요. 믿을만한 중고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모두의 눈이 번뜩였죠. 그렇게 다섯이서 뭉쳤습니다.”

출처: 어픽스 제공
회의중인 어피스 임직원들(왼쪽)과 땡큐마켓 쇼핑몰 초기화면

◇음식 배달하며 사업 초반 버텨


5명이 각자 가진 자금 외에 대출까지 동원해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하고 9개월은 집에 돈 한 푼 가져다 주지 못했다. 한 멤버는 밤에 음식 배달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다른 멤버는 생계를 위해 전업주부이던 아내가 새벽일을 나갔다.


그렇게 고생했더니 서서히 반응이 왔다. 곧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한 달 평균 300~400건 방문 픽업을 나가고 있다다. 중고 거래는 엄두도 못내던 사람이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판매 고객의 53%는 중고 거래를 처음 해보세요. 흥정 같은 것에 부담을 느껴 중고 거래를 시도 않던 분이 고객으로 유입되는 거죠.”

-어떤 점 때문에 고객 반응이 왔다고 보세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로 고객이 직접 거래할 필요 없이, 저희를 통해 가만히 집에서 사고 팔 수 있습니다. 무척 간편하죠. 중고 거래의 '배달의 민족' 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믿을 수 있다는 거요. 제품을 저희가 보증해서 수선해서 판매하니, 개인 판매자로부터 사기 당할 일이 없습니다. 수선하지 못한 흠집이나 변색, 보풀 같은 특이사항은 반드시 고지해 드려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일괄 수거 방식으로 확보한 저가 물품입니다. 다른 중고사이트에선 찾을 수 없는 1000원짜리 저가 상품이 가득합니다. 싸지만 꼭 필요한 것들이죠. 우리 사이트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중고 거래의 '다이소' 같죠. 이런 이점 때문에 저 역시 주요 고객입니다. 유모차, 아기띠, 아기쇼파, 전집 등 대부분 육아용품을 땡큐마켓에서 구매했습니다."

-물류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초반엔 제품을 카테고리화해서 관리했는데요. 효율적인지 모르겠고 손만 많이 가더라구요. 지금은 제품 별로 위치 정보만 관리합니다. 아무 데나 던져 두는 대신, 그 위치를 바코드 같은 걸로 관리하는 거죠. 주문이 들어오면 제품 위치를 찾아서 택배 회사를 통해 배송합니다. 아마존이 하는 방식과 같습니다. 제품 위치만 알면 아무렇게나 쌓아 둬도 상관없습니다.”

-일하면서 애로는 뭔가요.

“육아용품 수거할 때 아이들 달래는거요. 수거하러 나가면 애들이 난리가 납니다. 자기 물건 누가 가져간다고요. 결국 그냥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빈 손으로 오는 걸 막으려면 어떻게든 달래야 하는데, 아이 못보게 우리 직원을 30분 넘게 방에 숨긴 고객도 있었습니다. 결국 수거에 성공했는데요. 그게 인연이 돼 그 고객이 지금은 우리 직원이 돼 있습니다."

출처: 어픽스 제공
수거한 중고용품 세척(좌) 및 쇼핑몰 등록 모습

◇내가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팔릴 것을 만들어라

-창업하고 보니 아쉬운 점은요?

“더 젊었을 때 창업해 봤으면 좋았겠다. 생각을 많이 해요. 준비 기간을 오래 가진다고 해서 성공하는 게 아녜요. 몸으로 깨져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전해 듣는 거로는 안돼요. 처음 했던 첫번째 보일러 사업은 시장성을 확인하지 않고 뛰어든 데 따른 실패였어요. 시장 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체득한 경험이 없어서 발생한 시행착오였죠.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팔릴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땡큐마켓을 시작할 때는 시장성부터 봤어요. 그렇게 해서 누군가의 불편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왔죠. 제가 어려서 창업 경험이 있었다면 첫번째부터 좋은 판단을 했을 거에요.”

-잘해 온 비결이 있다면요?

“실행력이요. 선례가 없던 서비스라 시행착오가 많을 수 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고민만 해선 안됩니다. 뭐라도 해야 합니다. 이게 안되면 저걸 해보고, 저게 안되면 또 다른 걸 해보고. 주저함이 있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계속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저희의 DNA죠. 중고 시장 규모가 20조원 정도 됩니다. 이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업체가 되고 싶습니다.”


글=큐텐츠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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