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이없는 질문 "목조주택인데 왜 벽이 콘크리트죠?"

조회수 2019. 10. 6. 0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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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집짓기] "목조주택, 몰라도 너무 모른다"
목조주택이라면서 왜 나무가 안보여요?

현장에서 만나는 전원주택 수요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목조주택이면 당연히 나무가 보일 줄 알고 있다가 일반 콘크리트주택이나 다름없는 외관에 누구나 던지는 질문이다. 전원주택 수요의 약 80%를 차지하는 목조주택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목조주택이냐, 콘크리트주택이냐에 대한 구분은 겉으로 드러난 재질이 아니다. 구조체, 즉 벽체와 지붕 구조가 무엇으로 만들어 졌느냐 하는 것이 건축 공법의 종류를 가르는 기준이다. 구조체 위에 마감을 하는 것은 목조주택과 콘크리트주택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가 보이는 목조주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아서 외장재를 목재 사이딩으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목재 사이딩은 최소 3년마다 유성 도장을 해주어야 원형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유지·보수에 공이 많이 들어간다. 목재 사이딩이 처음에는 보기 좋지만,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품을 생각해서 반영구적인 재질로 마감할 것을 권한다.

출처: /북한강동연재 제공
경량목구조 주택도 외장재를 어떻게 사용하느랴에 따라 다양한 외관이 연출된다.

■구조체에 관심없는 건축주들


집은 구조체로부터 시작해서 구조체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마감 공정이 마지막이지만, 마감재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수정, 변경이 가능하다. 구조체도 리모델링을 통해서 변경할 수는 있지만, 신축보다 비용도 더 들어가고 구조체의 기밀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구조체의 건축 과정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일반 건축주들은 구조체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목조주택을 장만하려고 한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첫째, 벽체의 구조다. 목조주택을 건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경량목구조(벽식 구조) 공법과 대형 구조물 건축에 흔히 쓰이는 중목구조(기둥·보 구조, Post & Beam Structure) 공법이다. 경량목구조는 2x6인치의 경량 목구조재를 약 40㎝ 간격으로 세워 벽체를 구성하고, 목구조재 사이에 고밀도 단열재를 채워 벽체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일반 목조주택의 99%는 이 방식으로 건축된다. 벽체 자체가 내력을 지탱하기 때문에 목구조재의 재질과 매뉴얼대로 목구조재를 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간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출처: /캐나다우드 제공
목조주택의 가장 일반적인 건축공법인 경량목구조 주택의 기본구조.

목조주택에 사용되는 목구조재는 습기에 의한 변형,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서 함수율을 19% 이하로 유지하도록 특수건조한 규격재를 사용해야 하고 구조재 사이의 간격(40㎝)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현장에서 이를 검수할 수 있도록 모든 목구조재에는 원산지와 건조상태를 표시하는 인증마크가 낙인되어 있어야 한다(4회 칼럼 참조). 이를 무시한 불량자재가 엄연히 유통되고 있고, 그마저도 매뉴얼대로 시공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마감재 선택에 들이는 공의 절반만이라도 구조체 건축과정에 들인다면 목조주택의 건축수준은 훨씬 올라갈 것이다.


중목구조는 천장이 높은 공공시설이나 규모가 큰 시설물을 건축할 때 주로 쓰이는 공법이다. 목구조재를 여러장 겹쳐 압착한 집성재를 구조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H빔이나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과 비슷한 규격의 대형 구조물 건축도 가능하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이 공법으로 18층 공동주택을 건축했다.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타디움도 바로 이 공법으로 건축한 목조건축물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도 이 공법으로 건축되고 있다. 집성재의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대형 구조물 건축에 주로 사용되지만 고급 목조주택 건축에도 드물게 이용된다. 건축비는 경량목구조 목조주택의 약 1.5배 수준이다.


출처: /북한강동연재 제공
경기 가평의 북한강동연재 전원주택단지 커뮤니티센터는 중목구조로 지은 목조건물이다.
출처: /북한강동연재 제공
중목구조로 지은 북한강동연재 커뮤니티센터 내부 카페.

■목재에 맞는 마감재 써야


둘째는 목재의 물성(物性)이다. 나무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가는 생물이다. 잘 지은 목조주택은 유지, 관리만 제대로 해주면 기본수명이 백년을 넘는다. 이런 장수명 주택을 유지하려면 목재의 물성을 잘 알고 그에 맞는 마감재를 사용하고 유지,관리를 잘 해주어야 한다.


목조주택의 장점은 물성 자체가 주변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데 있다. 극단적인 예로 목조주택에 실크벽지를 바르는 것은 목재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창호도 목조주택에 특화된 제품이 따로 있다. 단열재 역시 마찬가지다. 마감재는 선택 품목에 따라 유지·관리 방법이 다르다. 시공자와 건축 상담을 할 때 이런 부분에 대한 협의를 제대로 해야 목조주택의 물성을 극대화해 숨쉬는 집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

목재의 이산화탄소(CO2) 저감효과와 건축자재별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비교.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다. 1㎥의 나무는 0.9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다른 건축자재에 비해서 1.1t의 이산화탄소 대체효과를 갖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약 2t의 이산화탄소를 줄인다. 통상 30평 규모의 목조주택을 건축하는데는 약 35~36㎥의 나무가 소요되므로 목조주택 한 채를 지으면 대략 70t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셈이다. 또 실온 변동비율을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한 구조체의 두께는 목재를 1로 했을 때 콘크리트는 2.2배가 필요하다. 간단하게 말해서 목조주택은 콘크리트 주택 2.2배 두께의 벽체와 같은 단열효과를 유지한다. 우리가 왜 목조주택에 살아야 하는가는 이 두 가지 수치의 비교만으로도 입증이 된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제한된 주거면적에 많은 인구가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여건상 초고층 아파트의 건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평생을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 것은 비극이다. 적어도 한번은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 그리고 마감할 시점에는.



글=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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