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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끝내주는 데 집 지을래" 생각 못한 비용에 입이 쩍

조회수 2019. 9. 29. 0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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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집짓기] 터잡는 일이 집짓기의 반이다

교외주택은 최종적으로 집을 잘 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집터를 잘 고르면 반은 따놓고 시작하는 셈이다. 특히 교외 단독주택지는 도심 아파트와 달리 개인적 주관에 따라 터를 잡기 때문에 취향과 조건이 맞는 임자를 만나지 못하면 되팔기가 힘들다. 집 지을 때도 그렇지만 터를 고를 때도 내 생각이 아니라 남의 눈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터를 보는 관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챙겨야 할 것은 제대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냐 하는 것이다.

기반시설을 먼저 조성한 후 주택단지가 들어선 모습. 이런 과정을 거쳐 주택단지가 조성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사업주체가 영세한 전원주택 시장의 공급 여건을 고려할때 LH나 경기도시공사 등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하다.

■“땅의 관상과 족보부터 살펴야”


맞선을 보더라도 관상과 그 집안의 족보를 따진다. 땅도 마찬가지다. 땅의 관상과 족보를 제대로 따져야 한다. 관상을 보여주는 것은 지적도와 지형도다. 땅에 대한 족보는 소유권과 이용권에 관한 것이 있다. 소유권에 관한 족보가 등기부라면 이용권에 관한 족보는 ‘토지이용계획확인서’다. 집터로서의 효용 가치를 따질 때는 등기부보다 이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더 정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 한 장의 서류에는 용도지역, 지목을 비롯해 기타 규제사항이 일목요연하게 들어있다.

땅의 이용조건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토지이용계획확인서.

지목상 ‘대지’라면 집을 지을 수 있는 기본요건은 갖춘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진입로 확보 여부다. 실제로 길이 나 있고 이용이 가능한 것을 ‘현황도로’라고 하는데, 이것만 보고 땅을 덜컥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현황도로’라도 지목이 ‘도로’로 지정돼 있어야 하고, 사도(私道)가 아닌 공로(公路)로 누구나 사용 가능한 길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분명히 진입로가 나 있어서 땅을 샀는데 막상 집을 지으려 하니 땅주인이 경운기로 길을 막거나 토지사용승락서를 받아야 건축허가가 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도 측량을 해보면 도로 폭이 건축허가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도 있다.

현황도로가 번듯하게 개설되어 있지만 측량결과, 도로폭이 확보되지 않고 지목도 밭(전)으로 사도(개인도로)여서 소유자의 사용승락을 받거나 진입로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 사례. 주택지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반드시 공부와 대조, 확인을 해야 한다.

■마을 주변이 유리…현장답사는 필수


길이 있다고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좋은 풍광을 찾다보면 기존 취락지역과 떨어진 곳이 많은데 일정 거리를 넘어서면 전기·통신 설치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외딴 곳에 전신주를 가설하려면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가설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상수도 공급지역이 아니면 지하수 관정 공사비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기존 마을의 생활기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을 고르는 것이 오히려 품을 줄인다. 풍광이 좋은 경사면은 토목공사비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땅값에 전가되면 업체들이 파는 조성택지보다 비싸질 수도 있다.


전원주택지로 점찍을만한 곳은 대개 상수원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으로 이중(二重) 규제를 받는 곳이 많다. 상수원보호구역이나 보전녹지는 일반적인 규제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단순히 지목이나 용도지역 정도만 확인하고 땅을 구입하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통해 규제사항을 철저히 확인하고 별도 규제를 받는 용도구역일 경우 관할 행정기관에 건축에 따른 부수적인 규제 사항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풍광이 좋은 경사면에 택지를 조성하려면 토목공사비가 많이 들어간다. 땅값은 이런 토목공사비를 모두 포함해서 정산해야 정확한 값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현장답사는 필수다. 공부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복병이 현장에서는 수시로 돌출한다. 30도 급경사 지역도 지적도에는 평지로 나타나고 축사, 공장 등 환경오염시설은 현장을 확인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답사 때는 자신이 직접 이용할 시간대에 가보아야 땅의 진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원주택지는 어떤 곳이든 아파트보다 일조권이 양호하지만 여건에 따라 상대적으로 차이가 심하다. 오전과 오후, 계절에 따른 일조량 차이도 있다. 도심 접근성을 고려할 때 같은 날이라도 오전과 오후에 따라 차량이 정체되는 방향이 정반대이거나 평일은 괜찮고 주말에만 밀리는 시골길도 많다. 출·퇴근 방향과 정체 방향이 엇갈리면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고, 주말에만 밀리는 지역은 주말 주택지로는 오히려 호재가 된다.


■“단지형 전원주택도 검증 필요”


여러 복잡한 사항을 따져보기도 귀찮고 그럴 시간도 마땅찮을 때 단지형 전원주택지를 선택한다. 그러나 단지형 전원주택지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입하고자 하는 필지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 확보와 건축에 필요한 제반 절차의 완료 여부다. 전원주택지는 산림을 형질변경해 조성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임야는 개발대상지 전체의 건축이 완료되지 않으면 필지분할이나 지목변경이 되지 않는다. 단지형 주택지라는 점만 믿고 ‘나홀로 주택’을 지었다가 나머지 필지 분양이나 건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관할관청의 개발행위허가 내용과 시행주체의 공신력을 검증해봐야 하는 이유다.

주택이 들어서기전에 도로 등 기반시설과 마을회관 같은 편의시설을 먼저 조성하고 있는 경기도 가평의 전원주택단지 현장.

이제는 전원주택 자체의 입지여건보다는 생활환경이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전원주택이 일부 특수층의 호사가 아니라 대중화하면 할수록 풍광이나 입지여건보다는 주변 생활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따라서 단지내 공동체로서의 기본생활 유지가 가능한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주변과 단지 내에서 제공되는지를 발품을 팔아가며 확인해야 한다.



글=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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