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인데.." 배나무 과수원 사면 안되는 이유

조회수 2019. 9. 20. 11: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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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경매시크릿] 경매로 과수원 사면 배나무도 내 것이 될까

출처: 신한옥션SA
경매로 나온 대전 유성구 교촌동 소재 과수원(대전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14540).

고향인 대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Y(55)씨는 올해 농사 규모를 확장시켜볼 계획이다. 그러던 중 이달 24일 3차 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과수원(6036㎡, 대전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14540)이 경매에 나와 눈길이 갔다. 대전 유성구 교촌동에 있는 배나무 과수원으로, 최저입찰가는 최초감정가(13억8224만원) 대비 51% 떨어진 6억7730만원이었다. 

출처: 신한옥션SA
과수원 동쪽에 2차로 포장도로가 있다.

경매에 참여할 생각으로 과수원을 밤낮으로 여러 번 가봤다. 지적도에는 맹지라고 나왔지만 과수원 동쪽을 보니 구거(도랑)를 사이에 둔 2차선 포장도로가 있어 드나들기에 편리했다. 토지이용계획서에 용도지역은 자연녹지지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돼 있지만 농사 짓는 데는 문제 없는 부분이어서 권리분석에 들어갔다.

출처: 신한옥션SA
최저입찰가는 최초감정가 대비 51% 떨어진 6억7730만원이다.

등기부를 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고 경매개시결정 이후에는 압류가 13건 붙어있었다.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한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에 ‘배나무 약 180그루가 식재되어 있지만, 매각 제외’라고 나왔다. Y씨는 이렇게 땅에 식재된 수목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라면 해당 토지를 매수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출처: 땅집고
경매로 토지를 살때 지상 수목의 소유권도 넘어오는지 알고 싶다면, 수목이 등기인지 미등기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채무자 소유의 토지가 경매로 나왔는데 땅에 미등기 수목이 있다면 이 수목은 토지의 일부로 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와 함께 경매로 넘어간다. 즉 수목까지 포함해 감정평가한 후 이 금액을 최저경매가격으로 공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소유권보존등기(입목등기)된 입목이나 명인방법을 갖춘 수목이라면 독립된 거래 객체로 판단하고 토지로부터 독립된 부동산으로 판단, 토지평가에 포함하지 않는 것(대법원 98마1817 참조). 따라서 수목 소유자는 토지와 분리해 해당 수목을 양도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다(입목에 관한 법률 제3조 참조).

출처: 신한옥션SA
경매에 나온 대전 과수원에 심어진 배나무에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Y씨가 관심을 가진 대전 과수원의 경우 토지만 경매에 나왔다. 과수원에 심어져 있는 배나무 180그루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돼 토지평가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럴 경우 배나무에 대해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입목의 경매나 그 밖의 사유로 토지와 해당 입목이 각각 다른 소유자에게 속하는 경우, 토지소유자는 입목소유자에 대해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동법 제6조 참조).


종합하면 Y씨가 토지를 매입해도 땅에 있는 배나무를 활용해 과수원으로 가꿀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Y씨는 경매에 참여할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좋다. 

수목에 대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려면 ①근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 위에 수목이 존재해야 하고 ② 근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소유자와 수목소유자가 동일인이어야 하며 ③경매로 토지와 수목의 소유자가 달라져야 한다.

글=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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