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으로 싼 값에 경매 나온 땅, 그런데 용도가..

조회수 2019. 8. 16. 17: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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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경매시크릿] 주말농장 할 땅 알아보는데…지목이 '구거'?

출처: 지우옥션
경매에 나온 경기 화성시 양감면 송산리 185㎡ 토지(수원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513633)을 발견했다.

경기 수원에 살고 있는 B(45)씨는 두 딸과 함께 주말농장으로 가꿔볼만한 땅을 찾고 있다. 토지를 마련하는 데 큰 돈을 들이기는 부담스러워 경매로 저렴하게 매수해볼 생각이다. 그러던 중 다음달 6일 4차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땅(수원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513633)을 발견했다. 경기 화성시 양감면 송산리에 있는 185㎡짜리 토지였다. 최초감정가는 740만원이었는데, 4차례 유찰되면서 최저감정가가 253만원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B씨가 판단하기에 우선 땅 면적은 주말농장을 하기에 적당해보였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개발 속도가 빠른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땅 치고는 가격이 파격적으로 저렴하다고 판단해, 반드시 매수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출처: 조은경매
B씨가 관심을 가진 토지의 지목은 '구거'라고 나왔다.

등기부를 보니 1순위 압류, 2순위 경매개시결정(강제경매) 순이었다. 기준권리인 1순위 압류를 포함한 모든 권리는 모두 경매로 소멸한다. 그런데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지목이 ‘구거(溝渠)’라고 나왔다. B씨는 땅의 종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대체 구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매각기일이 다가올수록 이 구거를 매수해도 되는 것인지 고민만 깊어져 갔다.

우리나라 땅은 용도에 따라 28가지 지목으로 구분된다. 대표적으로 전(田)과 답(畓)이 있다. 이어 과수원, 목장용지, 임야, 광천지, 염전, 대(垈), 공장용지, 학교용지, 주차장, 주유소용지, 창고용지, 도로, 철도용지, 제방(堤防), 하천, 구거(溝渠), 유지(溜池), 양어장, 수도용지, 공원, 체육용지, 유원지, 종교용지, 사적지, 묘지, 잡종지로 나뉜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67조 참조).


출처: 땅집고
'구거'란 용수나 배수를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수로를 설치한 토지를 뜻한다.

B씨가 매수를 앞두고 있는 구거는 물이 졸졸 흐르는 도랑으로, 용수나 배수를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수로 및 그 부속시설물을 설치한 땅을 말한다. 즉 폭이 2~4정도로 좁은 작은 개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처럼 구거는 물길이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다. 아무리 경매에 싸게 나온 땅이라고 한들 구거만 단독으로 매입한다면 B씨의 계획대로 주말농장은 꿈도 못 꿀 얘기인 것. 

그렇다고 구거가 아예 필요 없는 땅은 아니다. 구거는 농지(전·답·과수원)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구거가 붙어있는 전·답 등은 농사 짓기 좋은 땅으로 쳐준다. 도로와 농지(전·답) 사이에 구거가 있어 해당 농지가 길이 없는 맹지가 되어버린 경우, 구거를 활용해 길을 낼 수도 있다. 구거점용허가를 받은 후 복개해서 도로와 연결하면 된다. 이렇게 길이 생긴 농지는 농사 짓기 편리하고, 추후 땅값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편 구거는 대개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이런 구거는 경매로 나오지 않는다. B씨가 경매에서 찾은 구거는 드물게 개인이 소유한 것으로 보인다. B씨의 경우 경매로 입찰하기 전 해당 부지에 먼저 가서 직접 토지의 모양과 주변 토지의 상황을 확인해 보고, 매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구거이지만 부속 부지의 넓이가 넓어 자체적으로 활용 가능할 수도 있고, 주변의 땅을 매입해 땅을 합칠 수 있다면 가치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전제로 주변 지역을 살펴 보기 바란다. 

글=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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