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희한하네" 이효리·조인성 맘까지 사로잡은 건축가

조회수 2019. 8. 9. 1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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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이나 삼청동길, 경리단길에 한 번 나가보세요. 저마다 형형색색 독특한 외관을 뽐내는 건물이 대부분입니다. 평범한 설계로는 이런 거리에서 명함도 내밀 수가 없죠. 디자인은 수익형 건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김리영 기자
권영광 마루종합건설 대표는 "디자인은 건물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인 된다"고 말했다.

가수 이효리의 제주 애월읍 단독주택, 배우 조인성의 서울 방이동 자택….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이들의 집은 모두 권영광 마루종합건설 대표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그는 1993년 신라호텔 영빈관 내부 인테리어를 시작으로 주로 유명 호텔과 카지노, 병원, 미술관, 사옥 등 화려하고 독특한 건물을 시공해 진작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급 인테리어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 덕분에 그는 능력있는 건축가들의 까다롭고 복잡한 설계 도면을 잘 구현해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대표가 손 댄 건물들은 세계적인 건축상을 받을만큼 디자인이 우수한 것들이 많다. 

출처: 마루종합건설
주변 한옥마을 기와의 분위기를 풍기는 지붕재와 건물 곳곳에 곡면 구조가 돋보이는 서울 종로구 재동 주얼리 회사 사옥.

그는 오는 22일부터 시작할 ‘9기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 강의를 앞두고 땅집고와 만나 “5층 이하 근린생활시설이나 상가주택 같은 수익형 건물에서도 디자인이 차지하는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어차피 임대할 건물인데 외관까지 신경써야 하나. 


“많은 건축주가 비용 문제 때문에 건물 디자인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이건 어리석은 일이다. 디자인에 공 들이지 않아도 건물을 올리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핫 플레이스로 소문난 곳도 요즘 공실(空室)이 보인다. 수익형 건물을 짓겠다면서 주변 건물과 별 다를 것 없는 디자인으로 수십억을 쓰고도 공실이 난다면 너무 큰 손해 아닌가. 

출처: 마루종합건설
마루종합건설이 시공한 지상 5층 근린생활시설 건물. 서울 대학로 일대 평범한 상가 건물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띈다.

디자인이 우수하면 주변 건물보다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다. 강남의 경우 돈을 더 내고서라도 디자인이 좋은 건물에 사무실을 차리려는 임차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스타트업·IT(정보기술)·디자인 등 업종에 따라 건물 디자인은 임차인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디자인은 건물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건물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고급 설계로 그만큼 건축비가 더 들지 않을까. 


“고급 자재로 시공하면 건축비도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에 공을 들인 건물의 경우 3.3㎡(1평) 당 공사비는 700만원 수준으로 일반적으로 10~20% 정도 비싸다. 

출처: 마루종합건설
서초동 법조타운 구석진 대지에 지어진 오피스 건물.

그런데 땅값을 포함해서 전체 건축비에서 설계 비중을 계산해 봐야 한다. 그렇게 높지 않다. 서초동 법조타운에 지은 지상 7층짜리 오피스 건물이 있다. 주변 건물에 대지가 항아리처럼 파묻혀 있어 독특한 디자인을 구상하지 않으면 건물이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후미진 곳이다. 건축주는 건물 외관을 독특하게 지어서 멀리서도 눈에 띄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건축가는 건물 상층부가 계단처럼 층층이 쌓여 올라간 모습으로 설계했다.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어느 날 건물 투시도를 본 한 IT기업이 이 건물 4개 층을 사옥으로 사용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건물이 완공되기도 전에 이미 세입자를 확보한 것이다. 


이 건물은 264㎡(약 80평 규모)인 대지를 20억원에 사들여 건축 면적 561㎡(170평) 규모로 공사해 건축비는 15억원이 들었다. 총 비용은 35억원이었다. 공사비는 3.3㎡당 880만원 수준으로 디자인이 크게 훌륭하지 않은 일반적인 건축보다 평당 100만~200만원 가량 비쌌다. 전체적으로 5억원 정도 더 들어간 셈이다. 주변 평범한 디자인의 건물 임대료는 한 층(전용 132㎡, 약 40평 규모)당 평균 200만원인데 이곳은 250만원 정도를 받는다. 5억원에 대한 은행 이자(연 4%)가 160만원이다. 임대수익과 비교하면 디자인에 들인 비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건물이 예쁘다고 땅값이 오르기도 하는가 

“입지가 우수하고 디자인이 훌륭한 건물은 일반 임차인뿐 아니라 대형 카페나 의류 브랜드처럼 안정적인 임차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까지도 눈독을 들인다. 이런 업체를 선점하면 땅값이 크게 오르고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

출처: 마루종합건설
스타벅스와 화장품 회사가 입점한 종로구 삼청동 지상 4층 근린상가 건물.

한 건축주는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대지 492.5㎡(148평)에 대한 땅값을 포함해 총 건축비에 80억원을 들여 지하1층~지상4층 건물을 지었다. 그는 디자인에 욕심을 냈다. 노출 콘크리트 구조로 내부를 마감하고 외부는 해안가의 조개껍데기가 굳어 만들어진 석회암(라임스톤, Limeston)으로 마감했다. 입자가 곱고 우아한 광택이 있어 고급스런 디자인의 외장재로 꼽힌다. 구조도 독특하다. ‘ㄱ’자로 각진 형태의 기둥이 있는 전면부는 마치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콘셉트로 건물 두 채를 연결다리로 이었다.


그런데 공사가 완료되자 독특한 외관을 보고 유명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와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을 의뢰했다. 스타벅스는 건물 한 동(棟) 전체를 임차했다. 스타벅스는 전 매장이 직영매장으로 건물을 스스로 관리하는데다 장기계약을 진행하는 효자 임차인으로 소문났다. 안정적인 임차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이 건물 시세는 150억원 정도로 올랐고 이 일대의 랜드마크가 됐다.” 

-예비 건축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출처: 마루종합건설
최시영 건축가가 설계하고 마루종합건설이 증축 시공한 경기 안산 반월공단의 지상 5층 전기공장 사옥. 이 건물은 2017년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 레드닷어워드 본상을 수상했다.

“수익을 고려해 설계비를 줄이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그 거리의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의 가치도 높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디자인을 잘 살려 지은 건축물 때문에 얻는 이득은 설계 비용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입지를 선정할 때부터 주변 건물의 외관을 잘 살펴보고 자신의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디자인을 구상해보길 바란다.”


글 = 김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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