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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독주택이 유독 춥고 더운 이유

조회수 2019. 7. 16. 15: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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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집짓기] 백년주택은 바탕이 다르다

모든 일은 기초가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을 한다. 집짓는 일이야말로 그렇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한 주택이라도 사상누각(沙上樓閣)이나 마찬가지다. 붕괴에 대한 걱정 때문에라도 기초를 튼튼히 하는 데는 주저없이 돈을 쓴다. 그러나 기초가 중요한 것은 구조적인 튼튼함 뿐만이 아니다. 온돌 난방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단독주택은 바닥과 천장, 즉 기초와 지붕을 통해서 대부분의 열손실이 발생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바닥 난방을 하면 제일 먼저 기초 바닥을 데우기 때문에 그쪽으로 열이 집중된다. 그렇게 데워진 열은 대류(對流·convection)의 원리에 따라 위로 올라간다. 기초와 지붕으로 열이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적인 콘크리트 단독주택을 열화상카메라로 찍어보면 바닥면으로 벌겋게 열이 빠져 나가는 게 보인다. 대부분의 단독주택 건축과정에서 기초부분에 대한 단열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초단열을 하지 않고 지은 단독주택을 열화상카메라로 찍었을때 바닥면을 통해 방출되는 열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아파트는 1층과 꼭대기층을 제외하고는 상하좌우가 대부분 다른 집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단독주택에 비해 열손실이 상대적으로 적다. 아파트보다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는 단독주택의 구조적인 단점이다. 특히 겨울에는 땅바닥의 찬기운이 온돌로 데운 열을 빨아들이듯이 뺏어간다. 여름에는 지붕이 집 전체를 뜨겁게 달구는 방열판이나 마찬가지다. 벽체는 기본적으로 밀폐구조이므로 단열과 창호만 제대로-문제는 제대로 시공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시공하면 열손실이 거의 없다. 따라서 벽체공사를 제대로 한다면 기초와 지붕을 통해서 빠져 나가고 들어오는 열손실을 최소화해야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이 된다. 그 기본은 기초공사부터 다져야 한다.



■기초 바닥 아래 단열재 먼저 깔아야


어떤 구조의 집이든 기초공사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한다. 바닥면과 같은 면적의 구조를 바닥에 깔고 그 기초 위에 집을 짓는다. 목조주택의 경우 기초 방법에 2가지가 있다. 벽면을 따라 줄을 맞춰 기초를 까는 것을 ‘줄 기초’, 바닥면에 맞춰 넓게 까는 것을 ‘매트(Mat) 기초’라고 한다. 온돌난방을 하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매트 기초를 사용하고 공기(Air) 냉·난방을 하는 서구에서는 줄기초를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줄기초를 하는 경우에도 바닥난방을 위해 줄기초 위에 매트기초를 한 겹 더 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줄 기초공법에 의한 목조주택 기초. 벽체가 서는 부분에만 기초를 깔기 때문에 바닥난방을 하지 않는 북미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공법이다.

줄기초든 매트기초든 기초를 깔 때는 ‘동결심도(동절기 흙속의 온도가 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계선의 깊이)’를 적용해 그 이하 깊이로 기초를 땅속에 묻는다. 그런데 지역마다 다른 이 ‘동결심도’를 정확하게 지키는 경우도 별로 없지만, ‘동결심도’ 이하로 기초를 묻었다고 해서 완전한 것은 아니다. 지열(地熱)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깊이가 아니라면 땅속의 냉기(冷氣)는 사정없이 바닥으로 치고 올라온다. 또 아무리 기초를 두껍게 묻었다고 해도 기초의 측면부는 냉기에 그대로 노출된다. 벽돌이나 다른 외장재로 마감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단열은 기초 바닥을 놓기 전부터 시작돼야 한다. 기초 콘크리트를 깔기 전에 바닥에 고강도 단열재를 먼저 깔고 기초 측면부에도 같은 단열재를 붙여서 기초 바닥판을 외부의 냉기로부터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초가 완전히 보온이 되기 때문에 동결심도와 관계없이 시공할 수 있다.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첨단 단열 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물) 건축 공법의 기본 원칙이지만, 적어도 기초공사에 관한 한 일반주택도 이 공법을 지켜야 열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99% 이상의 단독주택이 이 공법을 지키지 않는다. 맨땅에 앉은 기초는 동절기 건물의 바닥열을 빨아들이는 빨판이나 마찬가지다. 기초단열처리를 하지 않은 건물을 열화상 카메라로 찍어보면 기초 부분이 불이 붙은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볼 수 있다.

기초단열을 하지 않은 일반적인 매트기초(왼쪽). 바닥난방을 통한 난방열이 기초 매트를 통해 발산되기 떼문에 열손실이 엄청나다. 반면 단열재 보강을 완벽하게 한 뒤에 기초 매트를 타설한 목조주택 기초(오른쪽).

고작 100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만 들이면 이런 열손실을 막을 수 있지만 상업적인 목적으로 건축을 하는 시공사들이 자발적으로 이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구조에 관심이 없는 건축주들은 요구하지도 않고, 분양에 혈안이 된 시공사들은 그 돈을 마감재에 투자해서 외양을 화려하게 꾸미는데 쓴다. 어차피 땅속으로 묻힐 부분에 돈을 더 쓴다고 해서 드러나지도 않고, 인정해주지도 않는다. 돈벌이에는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결국 시공사들은 수요자들이 길들이기 나름이다. 건축주가 겉만 번지르르한 집을 찾으면 시공사들은 그런 집을 지을 수밖에 없다.



■“방통 처리된 바닥은 층간소음도 감소”


기초 매트위에 목조주택을 짓더라도 바닥 난방을 위해서 난방파이프를 깔고 방통(난방 파이프가 깔린 바닥 전체를 콘크리트 몰탈로 덮는 것) 처리를 해야 하는데 1층의 경우는 기초 자체가 방통 하중을 견뎌 주지만 2층 부분에 대해서는 슬라브 및 1층 구조 보강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짓는 목조주택의 경우는 기초비용을 산정할 때 1층 바닥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1·2층 바닥면적의 합계를 기준으로 정산한다. 2층 바닥의 방통 하중을 견디게 해주기 위해서는 슬라브 강도를 올려 주어야 하기 때문에 2층 바닥면적에 대해서도 1층 기초비용에 버금가는 비용을 산정하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무시하고 내역서를 내미는 시공업자는 십중팔구 매뉴얼대로 집을 짓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기초 매트의 바닥과 측면부에 단열재를 보강한 후 철근 배근공사를 하고 있는 패시브형 단독주택의 기초공사 모습.

방통 처리에 따른 건물 하중을 줄이기 위해서 건식 난방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한다. 한국인 이민자들의 주문으로 바닥난방을 적용한 목조주택이 북미지역에 늘어나면서 바닥난방의 장점이 서구에서도 많이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바닥난방의 장점을 널리 알렸고, 그 스스로 바닥난방을 적용한 단독주택을 많이 보급해 건식 난방시스템은 우리보다 서구쪽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방통처리를 통한 바닥난방은 단순히 난방장치 구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짜맞춤 구조의 목구조를 튼튼히 결속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어서 층간소음을 확실히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북미에서 건너 왔지만, 한국형 목조주택은 그 나름대로 새로운 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셈이다.


건축 터파기를 할때는 개토제(開土祭) 고사를 지내기 위해서 돼지머리도 올려놓고 온갖 정성을 들이는 사람들이 정작 기초공사를 할 때는 얼굴도 내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돌보지 않는 집은 산신도, 조상신도 지켜주지 않는다.



글=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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