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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서류엔 분명히 임차인 없었는데…감쪽같이 당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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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는 저축해온 돈 3000만원을 굴릴 곳을 찾다가 인터넷에서 한 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세입자 없는 깨끗한 아파트 담보로 돈 빌려주고 높은 이자 받아가세요”

‘혹시 못 받더라도 아파트가 담보이니 괜찮지 않을까?’ A씨는 시중은행보다 이자가 비싸단 말에 혹해 광고를 낸 사람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A씨는 안전한 거래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습니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선순위 담보 대출이 없다는 것을 중개업자 김모씨가 건네 준 ‘전입세대원명부’를 통해 임차인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A씨는 집주인인 B씨에게 3000만원을 빌려줬습니다.


계약 이후 문득 아파트에 들른 A씨,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요. 분명 서류상에 없던 임차인이 멀쩡히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임차인의 임차 보증금과 A씨가 이 주택을 담보로 빌려준 3000만원을 합하면,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 되었죠. 모르는 새 ‘깡통주택’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알고보니 거래를 중개한 김씨는 무자격 공인중개사. 김씨는 의류 유통업자 양모씨, 정모씨와 함께 지난해 3월부터 서울·인천·부천·광명 등지에 있는 깡통주택 정보를 물색했습니다. 그리고는 깡통주택으로 확인된 20채의 아파트와 빌라를 헐값에 사들였죠. 검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14명, 피해액은 13억원에 달합니다.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A씨와 같이 돈을 빌려줄 피해자를 물색했는데요. 하지만 담보 아파트에 임차인이 있을 경우 피해자들이 돈을 빌려주기를 꺼리기 마련. 김씨는 A씨와 같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전입세대열람원’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입세대열람원은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문서입니다. 그러나 위·변조 식별장치가 없어 조작이 쉽습니다. 실제로 검찰에 붙잡힌 김씨 일당은 “전입세대열람원을 컴퓨터로 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2014년 부산에서, 2015년 대전에서도, 전입세대열람원을 조작해 위 사건과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가로챈 사기꾼들이 붙잡혔습니다.


인근 주민센터에서 떼볼 수 있는 전입세대열람원은 A4용지 한 장 크기인데, 누구라도 컴퓨터로 쉽게 조작할 수 있게 생겼습니다. 담당 검찰도 “관공서에서 관인이나 마크 등 위조 방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것뿐이 아닙니다. 거래 상대방이 전입세대열람원 조작한 것이 의심돼도 원본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누구나 떼어볼 수 있는 등기부등본과 달리 전입세대열람원은 집주인이나 세입자, 선순위 변제권을 가진 금융기관, 경매 입찰 예정자에 한해 열람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전입세대열람원은 이 밖에도 후순위 세입자가 앞선 세입자의 보증금 액수를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전세 보증금 사기에도 반복적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월세 세입자만 있는 집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모두 전세여서 보증금을 합치면 깡통 주택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전입세대열람원은 이처럼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허술함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21세기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제도와 공무원들의 행정 편의주의 때문에 전세 보증금·금전 대차거래 등 선의의 피해자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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