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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명이나 투자한 땅, 알고 보니 '청계산 꼭대기'

조회수 2019. 5. 15. 0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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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일해 2000만 원을 모은 A(26)씨. 목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었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인터넷에서 솔깃한 광고를 봤습니다. A씨가 가진 2000만원으로 땅을 구입할 수 있다는 내용. 

광고를 낸 회사에 문의해보니 ‘땅이 있는 곳은 그린벨트 지역이지만, 투자할 땅 주변에 제3판교테크노벨리가 들어선다’고 했습니다. 필지 전체가 아닌 지분 일부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 A씨는 결국 2000만원을 주고 토지를 매수했는데요. 막상 구입하고 보니 어딘가 이상했습니다.


땅은 테크노벨리가 들어설 자리와는 직선거리로 3km나 떨어져있었고, 청계산 꼭대기인 데다 주변에는 절과 계곡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필지가 아닌 ‘지분거래’를 했기 때문에 3500여 명의 공동 소유주들의 동의가 없이는 그 어떤 개발 행위가 불가능했고, 땅의 이용가치가 떨어져 지분을 되팔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A씨는 2000만원을 고스란히 청계산 꼭대기에 묻어두게 됐죠.


알고 보니 광고를 낸 회사는 ‘기획부동산’ 업체. 이 회사는 성남시 금토동 토지 138만㎡(40만평)를 총 153억원(3.3㎡당 3만6000원)에 사들였습니다. 이후 지분을 쪼개 6배 가까운 금액(3.3㎡당 23만원)에 되팔았죠. 총 판매 금액은 963억 원, 중간에서 얻은 차익만 800억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업체는 땅의 정확한 위치를 숨기고 있다가 계약금의 10%인 확보금을 지불한 사람에게만 알려줬는데요. 이 때문에 땅 위치를 알고 나서 확보금을 날린 피해자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A씨처럼 땅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나서도 업체의 말만 믿고 지분을 사들인 사람도 3500명에 달했습니다.


기획부동산이란 이윤추구를 위해 부동산 상품을 기획하는 일종의 부동산 서비스 컨설팅 회사로 공인된 자격증을 갖췄다면 무조건 불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처럼 땅을 헐값에 매입한 뒤 개발 호재를 과장해 매수자를 끌어들이고, 몇 배 부풀린 값에 땅을 되파는 사실상 사기에 가까운 사례가 많죠.


최근 GTX 역사 예정지, 혹은 3기 신도시 주변으로 이런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들의 광고 내용을 보면, 내용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수익률이 부풀려진 경우가 다반사. 

땅의 주인이 몇 명 있는지, 주소가 어디인지 등 정보를 매수자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고 사람을 채용해 ‘다단계’방식으로 운영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땅을 쪼개 각각 개별 등기로 거래하는 ‘필지 거래’가 횡행했지만, 위와 같은 행위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로 ‘지분거래’ 방식으로 땅을 파는 사례가 늘어났는데요. 이 때문에 A씨처럼 땅을 사고도 제대로 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투자자가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위와 같은 영업행위는 경우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지만, 교묘히 사기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규제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전문가들은 “땅 위치 등 정보를 숨기고 있거나 과도한 지분 쪼개기가 이뤄지는 경우, 관련 없는 호재를 들먹이는 경우 등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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