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뽑고, 내보내고..건설업계 '고용 쇼크' 확산

조회수 2019. 5. 7.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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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인 A사는 올 상반기 신입사원을 모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도 채용한 신입 직원이 10명이 안됐다. 이 회사는 건설업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로 5년 전만 해도 주택부문에서만 200명의 직원을 뽑았다. A건설사 관계자는 “신입을 한 명도 뽑지 않는다는 사실은 부끄럽지만 올해 주택 경기가 워낙 안좋아 힘든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국내 대형 건설사인 B사 관계자도 “아직 정확한 인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신입사원 공채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작년 말 이후 주택시장이 급격히 침체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도별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의 직원 변동 추이.

■ 신입사원 채용에서 건축직은 다 빠져


중소규모 건설사 상당수도 올해 건축 분야 신입사원 채용을 포기했다. 지난달 22일부터 경력·신입사원 채용에 들어간 서희건설의 건설현장(건축) 분야에 신입이 지원할 수 있는 직무는 안전직과 보건직 2개 직종뿐이다. 시공·공무·현장관리 등 건축 현장에서 근무하는 기술직은 모두 계약직으로 모집하고 있다. 지난달 5일 모집공고를 낸 호반건설은 신입사원 채용을 생략했다. 올 초 수시 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았던 반도건설도 건축직은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신입 직원은 줄이고, 기존 인력은 감축하면서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 직원 수는 감소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 9곳 중 7곳이 2017년 대비 2018년 인력 규모를 축소했다. 건설사별로 삼성물산 96명(5737명5641명) 현대건설 297명(6797명6500명) 대림산업 486명(7619명7133명) 등이 줄었다.  

출처: 김동환 기자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일부 사업장은 아예 공사가 중단됐다.

일부 업체는 희망 퇴직과 계열사 이동으로 직원을 감축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5년부터 대리급 이상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지난 3년 동안 2000여명의 직원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에서 근무하는 김모(32)씨는 “과장급 사원 대상으로 면담하자고 불러낸 뒤 ‘분사한 계열사로 이동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 “일자리 더 줄어들 것…정부 규제 완화 검토해야”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와 정비사업 수주 저조 등으로 일자리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최근 중국과 인도의 저가 인력 공세에 밀려 해외 건설 수주 텃밭으로 불렸던 중동(中東)에서도 공사를 따내가 어려운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대형 건설사의 해외 수주는 70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3% 줄었다.

출처: 조선DB
한때 국내 건설업계에 해외 건설 노다지로 불렸던 중동지역에서 수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이란 사우스파플랜트 건설 현장.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건설 경기 침체로 올 한해에만 주택 관련 일자리 4만6000개, 건설 관련 일자리 12만2000개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택투자 규모가 2017년 93조원에서 지난해 91조원으로 1년만에 2조원 줄면서 주택건설업 성장세가 꺾였고,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것.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은 지난달 24일 ‘주택시장 위축에 따른 문제점 및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에서 “주택 산업 침체는 단순히 집값 하락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제와 연관돼 있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한하고 있는 분양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완화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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