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기사건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 직업

조회수 2019. 5. 5. 0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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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경기 안산시에서 6년간 전세보증금 6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중개보조원’ A씨가 구속됐다. A씨는 120여명의 세입자들과 전세 계약을 맺고,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했다고 속이는 이중계약 수법을 썼다. 지난해 10월 서울 도봉구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세입자 14명에게 전세금 10억원을 가로챈 ‘중개보조원’이 검거됐다. 

출처: / 그래픽=심기환
최근 중개보조인에 의한 이중계약 사기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전국에서 전세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노린 사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상당수 사건들에서 주된 용의자로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 등장한다. 중개보조원이란 공인중개사가 개설한 중개사무소에 소속돼 중개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총 10만5386명, 중개보조원은 약 5만명이다(2018년 기준). 그런데 중개보조원이 가담한 부동산 사기 사건은 총 82건으로 전체(161건)의 50.9%였다. 모든 중개보조원이 범죄자는 아니다. 하지만, 통계상으로 공인중개사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개보조원이 부동산 사기 사건에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이들이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 업무’만 할 수 있어…보조원만 100명 넘는 곳도


중개보조원은 법적으로 공인중개사의 ‘보조’ 업무를 하고 있다. 고객들이 매물로 나와 있는 중개대상물에 관심을 가질 경우 현장에 직접 동행하거나 사무 업무를 담당한다. 공인중개사와는 달리 중개사무실을 본인 명의로 차리거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공인중개사무소의 핵심 업무를 대신 할 수는 없다.


공인중개사들은 보통 사무실에 중개보조원을 두고 고객 응대나 현장 방문 등 비교적 품이 많이 드는 일을 맡긴다. 이들이 가져오는 정보들을 취합해 계약서 작성에만 신경 쓰면 된다. 중개보조원을 두면 하루 종일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필요도 없고 영업이 손쉬워지므로 검증되지 않은 인력이라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거래 금액이 큰 강남에는 중개보조원을 100명 이상 두고 있는 공인중개업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국가공간정보포털 홈페이지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가 총 57명의 중개보조인을 두고 있는 모습.

보통 중개보조원의 급여는 기본급과 수수료를 더해 책정한다. 기본급은 보통 30만~50만원 정도지만 아예 없는 곳도 많다. 따라서 중개보조원은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켜 얻는 수수료 수입이 주수입원이다. 수수료는 중개보조원 두 사람이 일정한 비율로 나눠 갖는데, 이 비율은 7:3에서 5:5 정도다. 공인중개사가 가져가는 금액이 더 많다.


■4시간 교육만 받으면 돼…권한보다 큰 업무 맡기도


부동산업계에선 중개보조원이 사기 사건에 많이 연루되는 이유로 기본적으로 임금 구조가 열악한데다, 공인중개사들이 편의상 중개보조원에게 계약서 작성 등의 권한 외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공인중개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본인 명의로 중개업소를 개업하는 경우가 많고, 특정 지역에서 인맥을 쌓아가면 지속적으로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보조인들은 업소를 옮겨다니는 경우가 많고, 수입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범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객 입장에선 계약서를 작성해 주는 사람이 보조원인지, 공인중개사인지를 확인하지는 않는 경우도 많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중개업소 규모가 크고 소속 중개보조원이 많을수록 공인중개사가 해야 할 계약서 작성 업무를 중개보조원이 불법 대행하는 등 인력 관리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교육원 홈페이지
중개보조원 직무 교육은 4시간이면 완료된다.

중개보조원의 자격을 너무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이버교육원에서 수강비 4만원을 내고 4시간짜리 직무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중개보조원으로 활동 가능하다. 평가 시험도 따로 없다. 자격 취득이 너무 쉽다보니 처음부터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중개보조원 자격을 취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중개보조원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개보조원 채용상한제’도 해결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법인인 중개업자는 10명 이내, 개인은 4명 이내로만 중개보조원을 둘 수 있도록 제한하는 법인데, 약 20년 전인 1999년 부동산 규제 완화 차원에서 폐지돼 현재는 중개보조원 고용 수 상한이 따로 없다.


조원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과장은 “중개보조원을 채용·해고할 때마다 협회에 신고하는 것이 의무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중개업소들도 많다”라며 “회원을 상대로 보조원의 업무 영역을 잘 지키도록 교육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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