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에 혹해 경매로 제주도 땅 샀다가 날벼락

조회수 2019. 3. 22. 14: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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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분석 제대로 안 하면 큰코다친다

[고준석의 경매시크릿] 경매 낙찰받을 때 권리관계만 따져서는 안 되는 이유


출처: /다음 지도
경매에 나온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 4625번지 땅(제주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3689).

H씨(37)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제주도에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다. 틈날 때마다 바닷가 구석구석을 돌며 카페 사장님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왔다. 경매로 땅을 매수해 상가주택을 지은 후 1층은 커피숍으로, 2층은 실거주용 주택으로 사용하는 것이 H씨의 목표. 그러던 중 H씨는 이달 18일 1차 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토지(3349㎡·약 1013평, 제주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3689)를 발견했다. 위치는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 4625번지(외 2필지). 관광 코스로 유명한 올레길 12코스와 붙어있는 곳이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출처: /대법원
제주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타경3689) 경매 내용.

경매에 참여하려고 등기부를 확인해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이 전부였다. 등기부에 공시되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한다.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는 하나도 없었다. 최초감정가는 3억5592만원인데, 제주도에 사는 친구에게 ‘이만하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라는 말도 들었다. H씨는 망설이지 않고 이 땅을 매수했다.



첫 경매에 나서는 이들은 H씨처럼 권리관계만 따지곤 한다.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는 복잡한 권리만 없으면 별 의심 없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경매에 참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권리분석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아니라 경매에 나온 부동산의 미래 가치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싸게 매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매수는 별다른 자본수익을 불러오지 못할 수 있어서다. 경매로 매수하는 의미가 퇴색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토지를 경매로 살 때는 미래 가치와 더불어 공법상 규제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즉 경매로 나온 땅에 건물을 신축하는 데 어떠한 걸림돌도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토지에 걸린 규제사항은 토지이용계획확인서(토지대장·지적도 등)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매로 땅을 사고 싶다면 미래 가치를 해치는 공법상 규제가 없는 경우에만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H씨의 경우에는 토지에 상가 주택을 신축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 4625번지의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보면 ‘보전녹지지역 및 특화경관지구, 문화재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라고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 조례는 보전녹지지역에서 3층 이하의 건물을 세우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쓰이는 바닥 면적의 합계가 500㎡ 미만이면 신축도 가능하다.



문제는 특화경관지구다. 특화경관지구에서는 건축물 신축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상업시설뿐 아니라 거의 모든 건축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택을 지을래도 다중주택 또는 다가구주택은 신축할 수 없고 오직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다(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 조례 별표 28의2 참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적도를 확인해보면 땅 한 가운데에 분묘까지 있다. 경매로 나온 땅과 관련 없는 다른 사람 소유의 분묘다. 토지를 사용하는 데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 결론적으로 H씨가 원하던 대로 땅에 상가 주택을 짓고 커피숍을 차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원하던 입지의 부동산이 경매에 나왔다고 섣불리 매수하기보다 원하는 대로 토지 활용을 할 수 있는지 여부와 부동산 자체의 미래 가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글=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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