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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낮고, 장사도 잘돼" 공실 걱정없는 재생 건축

조회수 2019. 3. 21. 08: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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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보다 인기 많은 리모델링 건물의 비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교차로 대로변에서 궁동공원 방향으로 300m 정도 걸어가면 차량 한 대가 겨우 오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이 나타난다. 요즘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는 이곳엔 지상 2층짜리 상가주택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골목을 따라 좀 더 들어가자, 후미진 곳에 외관부터 독특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로 된 단독주택 마당에 새 건물을 증축해 계단과 다리로 연결했다. 건물에는 필라테스·카페·스튜디오·갤러리 등 개성있는 임차인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서울 연희동 카페거리 골목 구석에 들어선 2층 상가주택. /전정미 작가
연희동 카페 거리에는 좁은 골목을 끼고 2층으로 된 상가건물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전정미 작가

설계자는 연희동 카페거리에 약 70개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주목받았던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 그는 “이 상가주택처럼 옛 집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린 재생 건축물이 요즘 임차인들로부터 인기가 대단하다”며 “실제 재생 건축물은 준공 후 3개월이면 임차인이 모두 채워지는데 신축 건물은 준공 이후 6개월쯤 지나야 임차인이 들어찬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오는 26일 시작할 제7기 조선일보 건축주대학에서 이 건물을 비롯해 서울 마포구 연희·연남동 일대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알짜 리모델링 사례 현장을 직접 찾아가 숨은 비법을 공개할 예정이다. 

“재생 건축은 공사비 싸고 임대료도 다소 낮아”

 

재생 건축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가격이다. 이 집의 건물주는 당초 이 땅과 건물을 알아보면서 김 대표에게 “땅이 너무 구석에 있는데, 장사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자리가 안 좋은 대신 임대료를 싸게 내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연희동 2층 건물 설계 단면도. /쿠움파트너스

재생 건축물은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덜 들는 반면 임대료도 그만큼 낮다. 평균적으로 신축보다 10%쯤 저렴하다. 큰길에서 바로 눈에 띄는 좋은 입지가 아닌, 한적하고 외진 골목이라면 임대료 부담이 줄어 임차인들이 더 선호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땅값이나 공사비 규모보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더 중요하다”고 건물주를 설득했다. 건축비를 줄여 임대료를 낮추는 대신 공실 없이 수익이 나는 특별한 건축 설계를 제안했다. 

7개 상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열린 설계’


이 집은 증축 후 제1종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변경했다. 소매점이나 음식점 등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건축주는 일곱개의 임대 공간을 만들고 모두 상가로 운영할 생각이었다.


김 대표는 기존 벽돌집 외관을 그대로 살리면서 옆 마당에 철근콘크리트 구조 건물을 증축해 두 건물 사이를 계단과 다리로 이었다. 각기 다른 두 집이 연결된 것 같은 외관이다. 김 대표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디자인이다. 바깥에서 모든 임차 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이며 내부에서도 개방감과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장사도 잘 되고 건물 임대수익률도 높아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가 만족스러워했다.  

1층은 외부계단 옆으로 주차장이 있고 옛 건물과 증축 건물에는 각각 반지하 공간이 있다. /전정미 작가

증축 건물 외벽은 콘크리트로 미장한 후 페인트로 마감했다. 꼭대기는 경사진 지붕 형태로 만들었다. 기존 건물보다 층고를 높여 이전보다 더 먼 곳에서 바라봐도 눈에 잘 띄도록 했다.


모든 임차공간을 ‘대로변 상가 1층처럼’


건물 앞으로 다가가면 반지하층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반지하는 통상 임차인에게 인기가 떨어진다. 하지만 이 건물은 다르다. 반지하라도 출입구 앞에 마당같은 공간을 만들어 마치 1층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바로 옆에 경사진 형태로 주차장을 만든 것도 이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고려한 것이다.


반지하부터 2층 꼭대기까지 연결되는 건물 외부의 ‘계단’, 건물과 건물 사이에 놓인 ‘중정(中庭)’, 건물을 연결하는 ‘연결다리’. 모든 임차공간이 마치 대로변 1층 상가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1층 계단을 오르면 펼쳐지는 중정은 햇빛이 임차 공간에 골고루 퍼지도록 한다. 이같은 ‘열린 설계’ 덕분에 일정한 수익이 나면서도 층별로 임대료에 큰 차이가 없다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바라본 중정. /전정미 작가
중정에서 바라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깥 거리도 한 눈에 들어오며 햇빛이 전체 공간에 골고루 퍼진다. / 전정미 작가

원래 있던 건물에 3곳, 새로 증축한 건물에 4곳으로 총 7개인 임대 공간의 보증금은 2000만~4000만원이고 임대료는 90만~200만원선이다. 월 임대 수익은 총 1005만원. 반지하를 제외하면 층별·공간별 임대료는 차이가 거의 없다. 면적과 보증금에 따라 임대료를 받는다. 총 공사비는 4억7500만원으로 보증금을 제외한 연 수익률을 따지면 37%에 달한다.

옛 건물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회색’ 콘크리트

김 대표는 “화려한 신축보다 재생 건축을 임차인들이 반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건물 외관은 과거에서 현대를 스쳐지나가듯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김 대표는 옛 건물의 외부 마감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건물 구조 보강이나 노후화한 부분만 손봤다. 그는 아무리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신축 건물을 만든다고 해도 오래된 건물이 가진 특유의 ‘옛날 감성’을 흉내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옆으로 증축한 건물이 튀어보이지 않도록 색깔은 대부분 회색 등 무채색을 사용했다. 마치 오래된 것과 연결되는 듯한 마감재로 보이도록 질감에도 손을 봤다.  

2층에서 내려다본 모습. /전정미 작가
카페와 필라테스 등 다양한 임차인이 꽉 들어찬 연희동 2층 상가건물. /김리영 기자

공사비 절감도 큰 요인이었다. 외부 마감재를 뜯고 보강하거나 새로 만들면 비용이 추가된다. 하지만 원래 있던 걸 훼손하지 않고 디자인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리모델링 증축에서는 더 중요한 요인이었다.


무채색은 그 안에 활동하는 사람과 상가 내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어떤 가게가 들어오든 외부 인테리어보다 내부 모습이 바깥에서 더 선명하게 보인다. 어떤 가게가 들어섰는지, 안에서 무슨 음식을 파는지 바깥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미관을 살리면서도 어느 공간이나 소외되지 않고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건축 비결이었다.


글=김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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