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권 제대로 안 살피면 되레 큰 손해 본다

조회수 2018. 10. 15. 14:13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고준석의 경매 시크릿] 선순위 전세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면..

인천 송도신도시에 사는 회사원 Y씨(34). 그는 2년 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 집을 마련하고 싶지만 월세 부담 때문에 종잣돈을 모을 수 없는 것이 현실. 조금 더 저렴하게 집을 구할 수 없을까 싶어 경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형 아파트 위주로 둘러보던 중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아파트(인천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500609)가 경매에 나온 것을 알았다. 이달 31일 2차 매각을 앞둔 이 아파트의 경매시작가는 1억500만원, 최초감정가 1억5000만원보다 30% 떨어진 상태다.

경매로 나온 인천 서구 가좌동 아파트. /신한옥션SA

그는 경매 책에서 공부한대로 권리분석에 들어갔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1순위 전세권, 2순위 경매개시결정(강제경매) 순이었다. 그는 경매개시결정보다 선순위에 있는 전세권도 기준권리가 될 수 있다고 공부한 내용이 떠올랐다.


만약 전세권이 기준권리라면 경매로 소멸돼 매수인이 인수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을구 순위 11번 전세권설정등기(2017년 4월 11일)는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됨”이란 문구가 있었다. 분명 선순위 전세권은 기준권리로 인수할 필요가 알고 있었는데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이미지=조선DB

전세권이란 타인 부동산을 점유해 사용하는 대가로 전세금을 지급하고 그 부동산의 후순위 채권자보다 전세금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임대차 기간이 종료한 후 소유자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때 경매를 신청하려면 부동산 전체에 대해 전세권이 설정돼 있어야 한다. 경매를 신청한 선순위 전세권은 기준권리로 간주돼 경매로 소멸된다.


하지만 전세권을 설정했다고 모두 기준권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건물 일부에 대해서만 전세권이 설정돼 있다면 경매를 신청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준권리도 인정되지 않는다. 부동산 전체에 대해 선순위로 전세권을 설정했더라도 그 전세권으로 임의경매를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면 역시 기준권리가 될 수 없다. 이런 경우 선순위 전세권은 경매로 소멸되지 않고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가 된다.


전세권자 입장에서 선순위 전세권에 근거해 임의경매가 진행된다면 배당을 받을 때 후순위 권리보다 우선해 배당을 받는다. 하지만 경매를 신청하지 않은 선순위 전세권은 해당 경매로 배당을 받을 수 없어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 단, 경매를 신청하지 않은 선순위 전세권도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을 요구하면 경매로 소멸된다.

인천지방법원 2018타경500609 매각물건명세서. '을구 순위 11번 전세권설정등기(2017.04.11)는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됨'이라는 문구가 나와있다. /신한옥션SA

정리해보면 선순위 전세권이 모두 기준권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순위 전세권으로 임의경매를 신청한 경우에만 기준권리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인천 가좌동 아파트는 선순위 전세권자가 경매를 신청하지 않았다. 집주인과 채권·채무 관계를 지닌 다른 채권자들은 빌린 돈을 갚으라고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이런 경우 선순위 전세권은 기준권리가 될 수 없다. 선순위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도 않은 상태여서 이 권리는 경매로 소멸되지 않고 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


아파트를 최저가격으로 낙찰받는다면 시세보다 5000만원 정도 싸게 사는 셈이다. 그러나 선순위 전세권자에게 전세금 1억원을 내줘야 하는 부담도 동반돼 시세보다 오히려 5000만원 정도 비싸게 매수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