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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주인이 아파트에 걸어놓은 '별도등기의 저주'?

조회수 2018. 9. 21.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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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경매 시크릿] 토지별도등기가 있다고 무조건 두려워할 이유 없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전세를 사는 A씨(35). 그는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초역세권의 아파트(서울북부지원 사건번호 2018-3533) 경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오는 10월 1일 2차 매각을 앞둔 이 매물의 감정가는 2억6400만원. 최초 감정가(3억3000만원)의 20%인 6600만원 떨어진 상태다. A씨는 이번 경매에 입찰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A씨는 곧바로 등기부를 확인했다.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가압류, 4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다. 등기부에 공시된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되는 것으로, 매수인이 인수할 권리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문제점이 하나 발견됐다. 등기부 표제부에 ‘별도등기 있음, 1토지(을구 1번 지상권설정 등기)’라는 문구가 있었다. 매각물건명세서에도 ‘토지별도등기 있음’과 ‘토지 을구 1번(2001. 12. 27. 제129752호 지상권)은 매각으로 인해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이 인수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건 무슨 말인가?

아파트 경매에선 가끔씩 ‘토지별도등기’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토지별도등기는 아파트 같은 집합건물을 신축하기 전 토지에 가압류를 비롯한 근저당권 등이 설정된 경우다. 



원칙적으로 집합건물은 준공되고 나면 토지와 건물을 따로 처분할 수 없다. 그러나 건물을 짓기 전 토지에 근저당권 같은 제한적인 권리가 생기면 토지와 건물의 권리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각각의 소유자가 달라 건물 등기부에 토지에 관한 별도 등기가 있음을 표시해 매수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토지별도등기가 있어도 매수자가 그 권리를 인수하는 경우는 드물다. 왜냐하면 경매가 끝나면 근저당권자에게 토지 매각 부분에 한해 우선적으로 배당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때 근저당권은 구분건물의 대지권 비율만큼 소멸된다. 예를 들어 100만큼의 100만원짜리 토지에 근저당권이 걸려있고, 아파트가 1만큼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근저당권자에게 1만원의 금액이 돌아가고 1만큼의 지분은 사라진다.



토지별도등기는 본건과 마찬가지로 지상권이 설정됐어도 나타난다. 지상권은 땅의 지상 또는 지하에 일정한 범위를 정해 지정되는 권리다. 본건 땅은 지하철과 관련된 구분지상권이 설정돼 있는데, 이 경우 토지소유자는 나머지 부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구분지상권 외에도 지상권에는 소유와 관계 없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정지상권, 나무 등에 대한 권리인 수목지상권 등이 있다. 구분지상권을 제외한 다른 지상권은 토지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구분지상권은 선·후순위 모두 경매로 소멸되지 않는 권리다. 매수자가 인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구분지상권이 소유자의 토지 사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분지상권은 중앙·지방정부가 철도나 지하철, 지하상가 등을 설치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권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분지상권이 설정된 아파트는 낙찰받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토지별도등기와 관련해 ‘특별매각조건’이 붙어 있다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특별매각조건은 법원이 매수자가 제한물권을 인수하도록 하는 조건을 일컫는다. 앞서 말한대로 토지에 근저당권이나 가압류가 별도로 걸려 있어도 이는 경매로 해결이 되지만, 가처분이나 가등기, 지상권 등은 소멸이 안돼 매수자가 인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권리들이다.



정리하면 집합건물이 지어지기 전 토지에 걸린 권리관계는 토지별도등기에 나온다. 토지별도등기에 나오는 물권 중 근저당권이나 가압류는 경매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가처분이나 가등기, 지상권 등 특별매각조건에 해당하는 권리는 매수자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상권 중에서도 본건과 같이 구분지상권이 걸려있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지하철 사용 등 공적인 목적을 위해 정부가 걸어놓은 권리이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위치한 상계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베드타운이다. 수락산역을 끼고 있는 아파트로 1391가구 대단지다. 바로 옆에 수락초ㆍ중ㆍ고등학교가 나란히 붙어있다. 단지 동쪽으로는 수락산 등산로와 접하고 서쪽엔 중랑천 고수부지가 있어 자연환경도 우수하다.



최근 시세는 3억3000만원 수준이며 전세가는 2억3000만원 선이다. 실수요자가 내집 마련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최저감정가 수준으로 낙찰받는다면 최소 5000만원의 자본수익은 너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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