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생활 접고 주택살이..가족 표정이 달라졌다

조회수 2018. 9. 4. 14: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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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 with 리빙센스] 소담하지만 매력있는 수수가(秀秀家)
출처: 사진=김덕창
수수가 외관. 개방된 전면 마당 영역은 콘크리트 담장으로 외부의 시선을 차단해 독립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출처: 사진=김덕창
다이닝 룸에 난 큰 창은 마당과의 수평적인 확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다이닝 룸에서 2층 가족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상부를 오픈된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하부에 작은 평상을 만들어 아이가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주방에서 요리하는 엄마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에 주택단지가 숨어 있는 건 세종시만의 독특한 도시구획 형태다. 대전시와 맞닿은 한솔동은 많은 주택단지들 중에서도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 모서리 땅에 ‘ㅅ’자 두 개를 합쳐놓은 듯한 지붕 모양을 한 집이 들어선 건 지난 7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혁준이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다. 집의 모양과 이들 가족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방향성을 따라 이름을 ‘수수가(秀秀家)’로 지었다. 

아파트에 살다가 가족 취향을 반영한 공간에 머물고자 주택살이를 결심한 이들 가족. 처음엔 이미 지어진 주택에 들어가 살 요량이었다. 그러나 집을 알아보고 다닐수록 부부는 그 어떤 주택도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부부가 집을 짓기로 결심한 건 당연한 수순 같았다. 

이들 가족으로부터 설계를 의뢰받은 유타건축사사무소의 김창균 소장은 주로 1층에서 생활하는 가족의 패턴과 주택 앞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로부터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설계를 시작하며 이들이 먼저 내린 결정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 혁준이를 위한 것이었다. 목조 주택으로 시공하고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하는 한편,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을 흡착, 분해하는 규조토로 내부를 마감한 것.

■아이가 웃는 집, 마음이 웃는 집

출처: 사진=김덕창
주방에서 바라본 1층 실내. 현관으로 들어서면 마당이 환하게 보이는 긴 창이 나있다. 이 창은 복도를 답답하지 않게 만들어주고, 시선을 외부까지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해서 집 안의 첫인상을 밝고 따뜻하게 만든다.
출처: 사진=김덕창
앉은 키에 눈높이를 맞춰 가로로 길게 낸 창이 인상적이다.

결과적으로 수수가는 앞을 향해 열린 ‘ㄴ’자 모양의 구조로 완성됐다. 다이닝 룸과 거실, 평상이 있는 첫 번째 거실의 반대편에는 한실이 있다. 서재 겸 게스트 룸의역할을 한다. 김창균 소장은 이 방과 복도 사이에 단차를 두어 평소에는 평상처럼 사용하도록 했는데, 낮고 긴 창을 두어 앉아서 밖을 바라보기에 좋도록 설계했다. 

출처: 사진=김덕창
수수가의 서재 겸 게스트 룸의 미닫이 문에는 창호지 대신 유리를 덧대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다.

마당을 바라보고 있는 두 번째 거실로 난 쪽에는 작은 문을 두어 거실과 소통하는 동시에 아이가 놀이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혁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도 이 한실. 평소에는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하거나 아빠와 놀이를 즐긴다. 이렇게 다이닝 룸이 위치한 첫 번째 거실과 두 번째 거실에 있는 평상은 특별한 용도를 정해두지 않고 구획됐다. 가족은 그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즐거움을 누린다고. 

“집이 커졌다는 느낌보다는, 다양한 공간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죠.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봤더니 아이가 평상에서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왜 여기서 책을 읽느냐고 물었더니 ‘좋아서’래요. 이런저런 공간들이 있으니 그곳에서 뭘 하면 좋을지 아이 나름대로 생각하고 찾아나가고 있는 거예요.” 아빠의 말처럼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좋은 마음이 생겼다면, 그것이 진짜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출처: 사진=김덕창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또 다른 계단.
출처: 사진=김덕창
2층의 부부 침실과 연결되어 있다. 이 계단을 통해 수수가는 하나의 동선으로 집을 둘러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인아트.

■공간을 만들어가는 행복

출처: 사진=김덕창
수평적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현관을 지나 면 다이닝 룸이 나오는데 높다란 층고가 수직적인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출처: 사진=김덕창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마련한 가족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

수수가의 매력은 2층에서도 이어진다. 층계를 따라 위치한 계단식 서가는 낮에는 가족의 작은 도서관이 되고, 밤에는 반대편 벽면에 빔을 쏘아 영화를 볼 수 있는 작은 극장이 되어준다. ‘ㅅ’자 모양의 박공지붕이 그대로 노출되도록 층고를 높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출처: 사진=김덕창
높은 층고 덕분에 공간이 확장되어 보이는 2층 계단을 활용한 가족실.
출처: 사진=김덕창
대전에 위치한 목공방 '자작나무'에 직접 의뢰해서 만든 나무 문.

계단은 넓고 입체적으로 단차를 주어 재미있는 공간감을 형성한다. 계단을 올라서면 긴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부부의 침실과 아이 방이 있다. 집 안의 방문들은 기성 제품이 아닌, 목수가 직접 만든 나무 문이다. 부부가 대전의 목공방을 찾아가 목수에게 직접 의뢰했다. 

“기성 제품을 사용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사람 손으로 빚어진 것들은 정말 다르잖아요. 집에 따뜻한 분위기를 더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침 또래였던 목수 부부와 친해져서, 밥도 술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단다. “집을 지으면서, 그리고 집을 짓고 나서 사람들과 더 마음을 열고 사귀게 되는 것 같아요. 같은 시공업체를 이용했던 이들끼리 정기적인 모임도 갖고, 목수 부부와는 친구가 됐어요. 지인들도 더 많이 초대하고요.” 

출처: 사진=김덕창
박공지붕의 매력이 도드라져 보이는 다락.

부부는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긴다. 부부의 그런 마음이 수수가를 더 아늑하게 만드는 힘은 아닐까.

■작은 매력들이 모여 만든 수수가

출처: 사진=김덕창
네스트 호텔의 발코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부부가 제안한 아이 방의 윈도 시트.
출처: 사진=김덕창
다락이 있는 복층 구조의 아이 방.

유타건축사사무소의 김창균 소장은 전체적인 구조를 결정한 이후, 가족의 성격을 고려해 각각의 공간을 세심하게 다듬었다. 궁금증이 많고 활동적인 아이를 위해서는 다락이 딸린 복층(復層) 구조의 방을 설계했다. 지붕으로 드는 볕이 방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박공지붕에 창을 냈고, 아이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창가 쪽에는 삼각 형태의 평상을 제작했다. 

출처: 사진=김덕창
부부 침실.

긴 복도의 안쪽에 독립적으로 자리한 부부 침실은 아늑함이 느껴지고, 침대 헤드 부분을 낮은 가벽으로 마감하고 안쪽을 드레스 룸 형태로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부부 침실에 위치한 문을 열면 1층의 한실과 연결된 계단과 작은 다락이 있다. 바로 아빠를 위한 공부방이자 작은 휴식처이다. 

출처: 사진=김덕창
용변기와 매립형 욕조.
출처: 사진=김덕창
세면대 그리고 아이를 위한 세족기로 이루어진 1층의 욕실.

1층의 건식 욕실에도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냈다. 마당이 있는 집이니 아이가 자유롭게 뛰놀고 언제든 편안하게 발을 씻을 수 있도록 세족기를 따로 둔 것. 

가족의 삶이 세세하게 반영된 집, 수수가. 수수한 가운데서도 빼어난 매력을 자랑하는 작은 디테일들이 집과 가족을 행복하게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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