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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 망하니..'미분양의 무덤'이 된 경남

조회수 2018. 3. 7. 15: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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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통영,사천,김해 등 지난 1년간 미분양 1000가구 넘게 급증..조선과 기계산업 휘청이며 주택 시장도 위기

서울과 지방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경상남도가 새로운 ‘미분양 아파트의 무덤’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구에만 미분양 아파트가 4만 가구에 육박해 미분양의 무덤이 됐던 것처럼 이번에는 경남이 지방 주택 경기 침체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경남 창원의 한 조선소. 조선업 위축 여파로 창원지역 근로자가 줄고, 미분양 주택도 늘고 있다. /조선DB

7일 국교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5만9104가구다. 이 중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시·도는 경남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의 22.3%인 1만3227가구에 달한다. 1년 전 경남의 미분양 주택 7785가구에서  70%가 늘었다. 


기초자치단체별로 살펴봐도 미분양이 급증한 도시는 대부분 경남에 몰려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시·군·구 중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1000가구 이상 늘어난 지역은 5곳이다. 이 중 4곳이 경남에 있다. 


경남 창원시(5663가구)는 1년 새 미분양 주택이 2446가구 늘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충남 천안시는 1582가구로 2위, 경남 통영시(1185가구)와 사천시(1074가구), 김해시(1035가구)가 각각 3~5위를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자 지난해 말 경남도는 도시자 권한 대행이 18개 시·군 주택 담당과장을 소집해 비상대책회의까지 열었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17년 1월~2018년 1월 경남지역 월별 미분양 아파트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경남의 미분양 주택 급증은 주력 산업인 조선업과 기계산업의 위축, 주택 과잉 공급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창원시의 경우 기계산업 위축으로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고, 창원공단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몰리는 김해시도 함께 영향을 받고 있다. 거제와 사천은 조선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창원에선 임대주택으로 유명한 부영이 한꺼번에 4000가구가 넘는 미분양 주택을 쏟아냈다. 부영은 옛 한국철강 마산공장 부지를 매입해 2016년 4298가구 규모의 ‘창원월영 사랑으로 부영’를 분양했다. 분양 초기 부영은 “절반 이상 분양돼 미분양은 2408가구(43.9%)”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창원시 확인 결과, 실제 분양된 가구는 177가구 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존 계약자들도 대부분 계약 해지해 버렸다. 이 아파트의 입주는 오는 8월 시작된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부영이 파격적인 할인 분양을 하지 않으면 4000가구 대부분이 ‘악성(惡性)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난 1년간 1000가구 이상 미분양 주택 증가한 지역. /자료=국토교통부

경남 지역 미분양 주택은 2015년 말까지 3400여가구에 그쳤다.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회복, 조선업 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집값이 오르면서 김해, 거제, 창원 등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많았지만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조선업과 기계산업이 휘청거리면서 주택 시장에도 미분양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경남지역 주택 경기에 온기가 돌던 시절 창원에서 분양한 모델하우스에 몰려든 인파. /조선DB

문제는 앞으로다. 주택 시장을 뒷받침할 경남 지역의 각종 경기 지표가 최악이어서 당분간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경남지역 주택 시장 위기는 기업 활동 위축에서 시작된 만큼 기업이 살지 않으면 주택 시장도 회복되기 힘들다”며 “군산과 부평 등 자동차 산업 위기 징후가 나타나는 지방 도시 주택 시장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글=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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