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많이 본 의자" 유럽 휩쓴 '넘버 포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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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구의 역사는 소재에 충실하면서도 실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디자이너들이 일궈왔다. 이들은 정적이고 변화가 없어 보이는 나무의 근본적인 특성에 대해 개척적인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나무의 한계를 뛰어넘는 가구가 탄생했다.
'NO.14', 대량생산 가구의 아이콘이 되다
산업혁명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바뀐 19세기. 당시의 가구 디자인을 가장 잘 대표하는 디자이너는 미카엘 토네트(Michael Thonet)다. 그는 목재를 구부려 만드는 ‘벤트 우드(Bent Wood)’ 가구를 만들었다. 벤트우드는 까다로운 조각 기술의 대안으로 영국의 윈저체어에서 최초로 사용됐다.
미카엘 토네트는 증기를 이용한 곡목 기술인 스팀벤딩(Steam bending) 공법을 발전시켰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신기술로 1859년 수 년간의 실험을 통해 넘버 포틴(NO.14) 의자를 탄생시켰다. 이 의자는 간결한 우아함을 뽐내며 현대 대량 생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저브뤼더 토네트’, 가족 공장에서 급성장
독일의 미카엘 토네트는 1830년 경부터 곡목(曲木) 기술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합판 곡목을 실험했고, 이때 얻은 기술을 토대로 증기로 찐 원목에 길이 방향으로 가는 띠 모양의 판을 부착하는 금속 스트랩 방법을 통해 원목을 구부리는 기술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는 1841년 코블렌츠(Koblenz)에서 열린 전시회에 초기 의자 몇 점을 출품했는데, 오스트리아 수상 클레멘스 메테르니히(Clemens Metternich)가 그것을 눈여겨 보고 비엔나로 초청했다. 비엔나에서 살면서 실험을 계속해 스팀 벤딩 공법으로 특허도 받았다.
1853년에는 아들들과 함께 저브뤼더 토네트(Gebruder Thonet)를 설립했으며 1859년에는 넘버 포틴 사이드 체어가 탄생해 비엔나 왕실에까지 추천됐다. 설립 당시 42명으로 시작한 공장은 1900년대에는 26개의 공장 분점에서 하루에 1만5000점까지 생산하는 회사로 성장했고 유럽과 러시아, 미국에 지사를 두며 발전했다.
유럽 곳곳 카페에 놓인 ‘비엔나 카페체어’
벤트 우드 의자는 형태뿐만 아니라 공정도 단순해 저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활처럼 구부린 나무 봉 몇 개와 나무를 쌓아 만든 원형의 좌석 프레임으로 부품을 단순화시켰다. 각 부품을 접착제가 아닌 나사로 조립하기 때문에 분해된 상태로 운송할 수 있다.
또 간단한 몇 가지 구성요소로 다양한 디자인을 구사할 수 있었다. 가벼움과 매력적인 가격, 단순한 부품이 가져온 보관과 운송의 용이함은 전 세계적으로 6000만개 이상 판매되는 원동력이 됐다.
이 의자는 비엔나의 카페 ‘다움(Daum)’에 소개된 이래 유럽 곳곳의 카페에 배치돼 ‘비엔나 카페체어’라는 닉네임을 얻게 됐다. 기능성과 우아함을 겸비해 카페뿐만 아니라 어느 공간에나 편안하고 어울리는 의자로 산업 시대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현재 토네트 의자는 체코의 비스트리체 포드 호스티넴(Bystřice pod Hostynem)의 톤(ton) 컴퍼니 등 여러 회사에서 150년 동안 생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