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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층 재건축' 잠실5단지는 되고, 은마는 안되는 이유

조회수 2017. 9. 16.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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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5단지와 은마아파트 희비 가른 결정적 요인은 입지(立地)

‘잠실주공5단지는 초고층이 허용되고, 대치동 은마는 안되는 이유가 뭘까.’


지상 50층 규모 초고층 재건축 허용 여부를 두고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주거지역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다.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조망권과 스카이라인이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규제에 걸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의 '35층 룰'을 깨뜨린 첫 사례가 탄생했다. 잠실주공5단지의 최고 50층 재건축이 허용된 것.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최고 49층 재건축을 추진해 온 은마아파트는 서울시로부터 또 다시 퇴짜를 맞았다. 서울시 도시계획원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고 미심의 결정을 내렸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잠실주공5는 광역중심, 은마는 주거지”

잠실5단지와 은마아파트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입지(立地)다. 잠실주공5단지는 남서쪽이 잠실역사거리와 맞닿아 있다. 잠실역은 지하철 2·8호선 환승역이면서 제2롯데월드와 롯데월드몰 등이 들어선 부도심 지역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잠실역이 서울시의 '광역 중심'에 해당된다는 점을 노렸다. 광역중심이란 문화·업무·전시 등 도심 기능을 갖춘 지역을 말한다. 서울시는 광역 중심 기능을 하는 준주거지역의 경우 50층까지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잠실주공5단지는 잠실역 주변 부지만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주상복합·오피스 등 최고 50층짜리 4개 건물을 짓겠다고 나섰다. 건축 연면적의 약 35%를 호텔·컨벤션 등으로 배정해 광역중심 기능을 모두 수용했다. 나머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을 유지해 35층 이하로 재건축하기로 했다. 잠실주공5단지 관계자는 "결국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마아파트는 사정이 다르다. 잠실같은 광역중심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주변은 양재천에 둘러싸여 주변과 단절된 주거지역이고 도시기본계획상 중심지도 아니다”라고 했다.


은마 측은 이달 중으로 49층 계획안을 고수할지, 서울시 지침을 따를 것인지에 대해 조합원 의견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합 측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 공공기여 충분” vs. “은마는 부족”

공공기여 측면에서도 잠실주공5단지는 서울시 눈높이를 충족한 반면 은마는 그렇지 못했다. 공공기여란 종 상향 등으로 인해 생기는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도로·공원·문화시설 등 공공 용지로 내놓는 제도다. 3종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에는 15%의 공공기여 비율이 적용된다. 


잠실주공5단지는 '50층' 목표를 위해 서울시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전체 부지의 16.5%에 공원, 학교, 문화시설 등을 짓기로 했다. 전체 6401가구 가운데 약 10%에 달하는 602가구를 소형 임대아파트로 배정한 것도 서울시 기준에 부합했다. 단지를 관통하는 도시계획도로도 건설한다. 도로는 단지를 분할하는데다 수익성이 떨어져 조합원 반대가 컸었다. 잠실5단지 조합측 관계는 "서울시에 너무 '퍼줬다'는 얘기가 있지만 (50층 목표를 지켜내야) 미래 아파트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은마는 공공기여 계획이 부족했다. 서울시는 "은마아파트의 공공기여가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도계위 심의를 들어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측은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아 그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출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설계사인 희림종합건축사무소가 공개한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완공 후 예상모습.

투자 이유 확실해진 잠실주공5… 은마는 막연한 기대감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아파트는 8·2대책 이후 거래가 뚝 끊겼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잠실5단지는 '50층'이라는 확실한 투자 이유가 생긴 반면, 은마는 막연한 기대감 뿐이라는 것.


잠실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50층 확정 소식 이후로 문의는 더 늘었는데 물건이 없다"며 "조합원들이 내놨던 매물도 거둬들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잠실5단지의 경우 급매물은 다 소진됐다"며 "지금 보유자들은 장기전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잠실5단지 82.61㎡는 지난달 16억6000만원(3층), 15억7000만원(8층)에 각각 거래됐다. 올해 1월 14억9000만원(7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76.5㎡ 역시 올 초 13억500만원(13층)에서 이달 들어 15억원(13층)으로 상승했다.

 

은마도 가격 상승세는 가파르다. 84.43㎡의 경우 올 초 12억원(13층)~12억7000만원(5층)에 거래됐었는데, 8·2대책 이전인 지난 7월 13억7000만원(1층)~15억7000만원(12층)에 실거래가가 형성됐다. 최대 3억원 상승했다. 현재 84㎡ 호가는 14억5000만~16억원에 형성돼 있다.


대치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투자자들은 '49층' 가능 여부 보다 재건축 가능성 그 자체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며 "미래 가치가 있는 몇 안되는 재건축 단지여서 은마는 여전히 투자 유망 단지"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집주인들은 급할 것 없다는 생각"이라며 "시세 흐름, 정책 변화 등을 보면서 내년까지는 지켜보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글=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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