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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아이는 무료" 홍대 파스타집의 작지만 큰 발걸음

조회수 2019. 7. 15.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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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못하는 걸, 작은 파스타집이 한다

우리나라에서 끼니도 제대로 못 먹는 결식아동 수가 4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기 쉬운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청소년에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급식카드(꿈나무 카드)를 제공합니다. 


특히 방학 때는 학교 급식이 없어서 카드를 받는 아이들이 더 늘어납니다. 


문제는 이 카드를 식당에서는 쓰기가 쉽지 않아서, 아이들 대부분이 편의점에서 한 끼를 때운다는 점입니다.

급식카드 가맹점은 서울의 경우 음식점은 약 17%에 불과합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시내 아동 급식카드 가맹점 7900여곳 중 약 82.5%(6619곳)가 편의점이나 빵집입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2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한 끼 지원액도 5000원(매월 15만원 한도)에 불과합니다.


5000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찾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말 소비자원이 발표한 전국 음식점 평균 가격을 보면 비빔밥 한 그릇에 7528원, 김치찌개는 6510원입니다. 

결국 아이들은 눈치를 덜 보고 5000원 안에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을 찾게 됩니다.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주로 구매하는 먹을거리는 우유 등 유제품, 삼각김밥, 핫바, 라면, 빵 등입니다.


각종 영양결핍이나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식단입니다.

일본에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무료인 '어린이식당'이 있습니다.


저소득층 아이 외에도 혼자 밥 먹는 아이라면 누구나 싼값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가 2012년 처음 만든 뒤 현재 일본 전역에 2200곳 넘게 생겼습니다.

출처: 진짜 파스타

최근 국내에도 결식아동에게 공짜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생겼습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레스토랑 '진짜 파스타'입니다.


꿈나무 카드를 소지한 아이들은 이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고 난 뒤 나가기 전에 카드만 보여주면 됩니다.


식당 입구에는 "눈치 보지 말기,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메뉴 시키기, (들어올 때가 아니라) 나갈 때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보여주기,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기, 자주 보기"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아이들이 혹시나 식당 문 열기를 망설일까 봐 용기를 주려고 붙인 안내문입니다.

이 안내문은 진짜 파스타의 오인태(34) 대표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오 대표는 지난달 우연히 구청을 찾았다가 '꿈나무 카드'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합니다.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꿈나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오 대표는 고민 끝에 밥값을 아예 받지 않기로 결정했고, 함께 일하던 직원 3명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무료제공 방침을 세운 지 열흘 정도 지났지만 이를 듣고 온 어린이나 청소년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난 2일에는 홍보 이미지를 만들어 트위터에 올렸고, 끊임없이 리트윗되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정말 가도 되냐"는 문의 전화가 오기도 했습니다.

홍보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홍보가 맞다"고 당당히 말합니다.


더 많은 아이들을 돕기 위한 홍보라는 것입니다.


오 대표는 비디오머그와의 인터뷰에서 "홍보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도 좀 벌어야 더 많이 베풀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대표는 이어 "반지하 월세에 산다"면서 돈이 많아서 돕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형편이 넉넉하거나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기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전국 결식아동 약 40만명이 갈 곳은 편의점 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저소득층 아이들이 눈치 안보고 찾을 수 있는 '어린이 식당'이 필요합니다. 


'진짜 파스타'의 작지만 큰 발걸음이 전국 곳곳의 또다른 어린이 식당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리얼푸드=민상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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