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과일, 채소만 골라 파는 회사

조회수 2018. 12. 2.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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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컴퍼니 민금채 대표

“다음 주엔 못생긴 단감을 구출해보려고 합니다.”


태풍에 시달리다가 땅에 떨어져 작은 상처가 나거나,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열매를 '구출'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비록 생김새는 못생겼지만 맛이 떨어진다거나 상하진 않았죠.

‘못난이 농산물’, ‘B급 농산물’로 불리는 것들입니다.

출처: 123rf

이들의 구조대를 자처하는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7월 회사를 차렸는데요, 그 전까지 여러번 명함을 바꿨습니다. 여성잡지 기자로 일하다가 카카오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운영사)로 옮겨 마케팅과 상품 개발을 맡기도 했죠. 주로 농업ㆍ식품 쪽 사람들을 만나면서 ‘B급 농산물’에 눈을 떴다고 해요.

출처: 리얼푸드

버려질 위기에 처한 농산물


민 대표는 지난 가을 사과대추를 판매했습니다. “경북 경산에 있는 한 농가에서 키운 것인데 기준보다 작은 소과(小果)여서 시장에 유통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지난 여름의 무더위와 초가을 태풍에 시달린 탓에 제대로 크질 못한 거죠.


지구인컴퍼니는 이 농가로부터 ‘못난이’ 사과대추 20t을 받아다가 자체 온라인몰인 슈퍼브 스토어에서 한달 간 판매했습니다. 못난이 사과와 배도 할인해도 판매했고요. 

국내 식품유통의 ‘큰손’인 대형마트들은 못난이 농산물은 상품가치가 없다고 봅니다. 품질이나 맛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비주얼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죠. 이런 농산물은 식자재 유통상을 거쳐 집단 급식소나 가공공장에 팔립니다. 끝끝내 남겨진 못난이 농산물은 고스란히 폐기되고요.


민금채 대표는 “주류 시장이 외면한 ‘B급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더해서 판매합니다. 원물도 판매하지만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즙, 파우더, 피클, 잼 등 가공식품도 취급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 말 설립된 지구인컴퍼니는 지금까지 47t 분량의 못생긴 농산물을 팔아치웠습니다.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하려면 일단 각 품종별 특징을 파약해야 해요. 어떤 건 신맛, 어떤 건 떫은맛이 강하다는 걸 알아야 연구개발(R&D) 포인트를 잡을 수 있거든요. 각지의 농가를 다니면서 못난이 농산물 공부를 하고 이걸 데이터베이스로 쌓고 있어요.”


다행히 B급 농산물을 보는 고객들의 인식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출처: 지구인컴퍼니

“작은 회사가 어려운 일 한다” 


지구인컴퍼니를 ‘못난이 농산물 파는 스타트업’이라고 한다면 반만 맞는 말입니다. 원료는 기본이고 제조 과정, 제품 용기까지 친환경을 추구하는 게 이 회사의 궁극적인 지향점이기 때문이죠.


민 대표는 “우리는 원료, 과정, 용기 등 모든 면에서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100% 친환경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사 제품에도 친환경 생분해 용기를 적용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생산 기술을 가진 제조공장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죠. “20개 업체를 돌아다녔지만 ‘작은 회사가 너무 어려운 일을 한다’는 얘기만 들었어요.” 민 대표의 말입니다.

출처: 리얼푸드
(지구인컴퍼니 사무실에 놓여진 투명 상자. 샘플로 제작된 생분해성 용기를 직접 땅에 넣고 변화를 관찰한다)

결국 해법은 나라 밖에서 찾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사탕수수로 쓸 만한 생분해성 용기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를 찾았습니다. 우여곡절끝에 친환경 용기를 적용한 신제품은 내년 1월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해요. 


민 대표는 “지난 1년간 많은 농부와 셰프, 제조공장과 협업하고 그 과정에서 성과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갖은 노하우가 쌓였어요. 이걸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축해서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는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리얼푸드=박준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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