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 불쌍하다"는 상추 농부

조회수 2018. 7. 18. 17: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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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키운 상추, 정말 맛있다
서울 사람들이 딱해요. (품질이) 시원치 않은 상추를 먹거든요. 서울 근교는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땅을 놀리지 않고 작물을 키웁니다. 땅이 쉬지 못하는 곳에서 자란 농산물은 건강할 수가 없어요.
소위 ‘상추 CEO’로 통하는 류근모 장안농장 대표는 서울 시민들을 두고 “겉으로는 똑똑해 보이지만 썩 그렇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 말은 서울 사람들이 정말 어리석다는 얘기라기보다는, 몸에 이로운 먹거리를 제대로 가려서 먹기 어려운 도시 사람들을 향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말이었지요.

뭐가 그렇게 안타까울까요?

류 대표는 지난 1997년 충북 충주에서 유기농 상추를 키우며 농부가 된 분입니다. 


상추를 선택했던 까닭은 "빈약한 밑천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자금 회전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출처: 대산농촌재단
주변에선 “상추 키워봤자 돈 안 된다”고 그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이야기 했답니다.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농장을 꾸렸습니다.

지금은 장안농장을 연매출 100억원을 헤아리는 농업법인으로 키워냈습니다. 지난 2006년엔 교보 대산농촌재단으로부터 ‘대산농촌문화상’을 받기도 했어요.

지난달 말 ‘상추 CEO’가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센터에서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대산농촌재단과 슬로푸드문화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대지의 밥상’이란 행사에서였는데요. 


역대 대산농촌문화상 수상 농부들이 시민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작은 강연을 여는 자리였죠. 

출처: 대산농촌재단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은 그를 “주류 먹거리가 아니던 쌈채소를 식탁의 주인공으로 격상시킨 인물”이라고 소개했어요.

류 대표는 이날, 농장에서 수확한 33가지 쌈채소와 유기농 재료로 만든 갖은 반찬과 순두부 등을 선보였어요. 콩불고기로 만든 야채볶음과 양념볶음도 눈길을 끌었고요.


순전히 유기농 식물성 재료만으로 꾸민 건강밥상이었습니다. 상추, 배추, 케일은 무르지 않아 신선했고 씹으면 진한 향과 묵직한 맛이 느껴졌지요.

출처: 대산농촌재단
쌈채소는 ‘생태순환농법’이라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것이었어요.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지극히 친환경적인 조건에서 키운 것이죠.

생태순환농법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런 식이에요. 


밭에서 난 유기농 채소 중 일부를 닭, 돼지에게 먹이고요, 가축의 배설물과 볏짚이 섞여 만들어진 퇴비를 다시 땅에 거름으로 줍니다. 이렇게 키운 유기농 채소를 가축에게 먹이고요. 


이런 순환고리가 이어지면서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도 신선한 채소와 닭이 생산됩니다.

출처: 대산농촌재단
류 대표는 “우리 농장에선 완벽한 유기농 시스템을 실현하고 있다”며 “생태순환농법을 하려면 가축을 길러서 퇴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농장에선 닭에게 유기농 채소를 매일 먹인다. 농부들 가운데 퇴비를 직접 만드는 이들이 1%도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출처: 리얼푸드

류 대표는 자신의 농장에서 뷔페식 식당도 운영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많은 쌈채소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모토로 운영됩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농장에서 매일 수확한 100여가지 쌈채소와 유기농 작물로 만든 각종 먹거리를 맛볼 수 있어요. 


류근모 대표는 “요즘은 ‘로컬푸드’ 얘길 많이 하는데 꼭 농부가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소비해야만이 진정한 로컬푸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건강한 먹거리가 있다면 그걸 서울이든 어디든 보내서 거기 사람들도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기농 먹거리를 향한 소비자들의 적극적 소비도 강조했어요. 


“유기농 먹거리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고생을 많이 하지만 소비자들은 잘 알아주질 않아요. 대규모 생산 농가는 값싼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가격 경쟁을 합니다. 모두 제살깎기에요. 소비자들이 나서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야 농가도 바뀔 수 있습니다.”

[리얼푸드=박준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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